어느 장년 부부가 있었다.
어느 날 퇴근을 하여 현관문을 여는데
구수한 냄새가 식욕을 돋운다.
현관문을 닫으면서 남편이 아내에게 물어본다.
"여보 오늘 메뉴가 뭐야?"
아무 대답이 없다.
거실로 들어와서 다시 물어본다.
"여보 오늘 메뉴가 뭐야?"
또 아무런 대답이 없다.
갑자기 남편의 마음 한구석에 미안한 마음이 생겼다.
'아내가 저렇게 귀가 안 들리도록 내가 무관심했구나'
미안한 생각에 아내 등 뒤에서 살째기 안으면서
한 번 더 큰 소리로 물어본다.
"여보 오늘 메뉴가 뭐야?"
그때 화가 잔뜩 난 아내의 대답.
"야 이 인간아, 오늘 저녁 수제비라고 몇 번을 이야기하냐?"
아~아내의 귀가 어두운 것이 아니라
남편의 귀가 어두운 것이었다.
내 이야기 같기도 하다.
난 소음성 난청을 가지고 있다.
군대에서도 시끄러운 기관실이 내 주요 위치였고
전투 시에도 내 위치는 20mm 포대 옆이어서 항상
큰 소음에 노출되어 있었다.
전역 후에도 계속 소음이 심한 곳에서 일을 하다 보니
약간의 소음성 난청이 왔다.
해서 TV를 볼 때 옆에서 아내가 무슨 말을 걸어도 잘 안 들린다.
그러다 보면 사람 말 무시한다고 한 번씩 잔소리도 듣는다.
집중하여 들으면 들리지만 무신경하게 말하면 잘 안 들린다.
특히 고주파 소리가 잘 안 들리기 때문에 멀티가 안 된다.
TV 보면서 다른 사람과 대화가 안 된다.
여자들은 이것 잘한다.
TV 보면서, 전화도 하고, 뜨개질도 한다.
참 신기하다.
나이와 함께 따라오는 것이 노안이다.
10여 년 전쯤부터 서서히 작은 글씨들이 안 보이기 시작했다.
지금은 돋보기 없으면 컴퓨터나 휴대폰 보기 참 힘들다.
내 휴대폰 글씨체는 '항상 최대한 크게' 다.
그러다 보니 휴대폰으로 글을 보려면 얼굴을 잔뜩 찌푸리게 된다.
그렇잖아도 시원찮은 인물이 더 이상해진다고 아내가 흉본다.
댓글을 달 때도 이상한 글이 되기도 한다.
모르고 있다가 안경 쓰고 댓글을 보며 말이 안 되는 글이 되어있다.
그런데 멀리 있는 것은 아직도 잘 보인다.
검진할 때마다 재보면 시력은 여전히 1.0~1.2다.
반대로 되어야 하는데....
조물주가 인간을 만들 때 다 맞춰서 만들어 놓은 것 같다.
나이 들면 귀도 막고, 눈도 막으라는 것이다.
내 뒤에서 며느리가 내 험담을 해도 들리지 않아야 하고
조금 떨어진 곳에서 내 아들이 담배를 피우고 있어도
안 보이라고, 귀도 먹고 눈도 나빠지는 것이다.
난 다행히 귀는 적당히 먹었다.
문제는 눈이다.
조금 멀리 있는 것이 안 보여야 하는데 가까운 곳이 안 보인다.
멀리 있는 것은 아직도 잘 보인다.
내 아들놈 하는 짓이 다 보인다는 얘기다.
늙어서 안 들리는 귀 억지로 잘 들으려 하지 말자.
안 보이는 눈 라식 수술해서 초롱초롱 만들지도 말자.
조물주가 애초에 늙은이들 마음 비우라고
귀도, 눈도 조금씩 맛이 가게 만들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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