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살아 가는 이야기

허~~그참

by 머구리1 2024. 1. 8.
 

지난 금요일

아침부터 마을 이장님 앰프가 바쁘다.

사실은 전날 저녁부터 바빴다.

군 보건소에서 치매 검사가 있으니

잊지 말고 오후에 마을회관으로

모이라는 얘기다.

물론 노인들 대상일 것이다.

노인들이 관심이 없는지

아무도 안간 것 같다.

보건소 직원들이 직접 집으로

찾아가서 검사를 해준다.

해당이 없는 나는 육촌 매제집에서

둘이서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마을길을 올라가던 직원분이 묻는다.

"강남순 할머니 댁이 어디예요"

친구 모친이다.

"저 위쪽 저집인데요"

고맙다고 올라가더니 다시

내려와서 하는 말

"그런데 어르신들은 왜 치매검사 안 오셨어요?"

하! 이런~~

아무리 내가 노안이어도 그렇지.

치매검사에 '어르신' 이라니.

같이 있던 매제는 비록 백발이긴 해도

이제 겨우 쉰여덟이다.

우리 두 사람이 그렇게 늙어보였나?

우리끼리 웃으면서 그랬다.

"나도 가면 해 주기는 해요?"

대답없이 그냥 올라간다.

귀향 후 참 난감한 호칭이

'어르신'이다.

병원이나 관공서 은행에 가면

전부 어르신이라고 부른다.

아직 그정도는 아닌데.

아직은 젊은데.

손주는 커녕 애들 결혼 하나도

못 시켰는데.

그냥 아저씨라고 불러도 되는데.

애시당초 큰바위 얼굴이라

노안은 어쩔수가 없으니

얼굴 마사지라도 받아서

피부라도 반들거리게 해야하나?

얼굴에 투자를 좀 해야하나?

조금은 서글픔도 생긴다.

아무것도 아닌 호칭 하나에

사람 마음이 흔들린다.

에효.

가는 세월 어쩌겠는가.

그냥 생긴대로 살아야지.

그래.

어르신이다.

동네 어르신 욕할라.

 

23.11.19

'살아 가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골살이 애로  (3) 2024.01.08
시제 묘사  (1) 2024.01.08
전자렌지와 에어프라이어 차이가 뭘까?  (3) 2023.11.16
겨울 아침  (2) 2023.11.14
백년허리 1,2  (0) 2023.1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