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않오는 밤
-배석현 -
잠 안오는 밤
창밖의 빗소리는 추적추적
처마 끝 빗방울은 툭 투둑
내 마음은 주룩주룩
나의 분노는 대상을 잃고
나의 눈은 초점을 잃었다
뻐꾸기는 벌써 열두번을 울고 잠이 들 었다
저 남은 술을 마셔야 잠이들텐데
저 남은 술을 마시면 잠을 못잘것 같다
재떨이엔
정확히 열세개의 꽁초가
전장의 시체처럼 흩어져 있다
세상은 어렵고
삶은 힘들다
죽음은 가장 쉽지만
또 가장 어렵다
세상일 어느것하나 내 편은 없다
또 한개의 꽁초가 시체되어 뒹군다
마지막 숨결
연기 가랑이를 벌리며
마치 창녀처럼
서서히 죽어간다
빗소리는 더욱 슬퍼지고
이제 뻐꾸기가 한번더 울면
나도 울것 같다
무엇을 위해 사는지
누구를 위해 사는지도 모르면서
난 또 하루를 죽었다.
내가 죽은 하루의 빈자리엔
또 누군가가 새 삶을 채웠겠지
이미 임자를 잃어버린 술잔은
몸속 얼음을 태우며
마지막 향기로
나를 유혹하고 있다
빗방울 투둑
내맘은 주룩주룩
세상은 생각없이
저 뻐꾸기 마냥 쉬엄쉬엄 간다
나를 잊은채
세상을 이기려 하지마라
마치 이긴듯한 너의 환상에 속지마라
시간은 너를 비웃어며 저만치 가버렸다
빗방울 투둑투둑
내맘은 주룩주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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