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저녁에에서 "진짜 사나이"라는 예능 프로를 보았다.
30여 년 전 내가 있던 곳인데 옛날과 지금을 자꾸 비교를 하는
나를 보게 된다.
하후 84기!
당가리(수병들의 근무복)와 세라복(수병 정복)을 입은 하사관
마지막 기수,,
전대갈 장군의 한마디에 전통을 무시하고..
간부 근무복에 넥타이 대신 마후라를 한 첫 기수,,
다대포와 청사포에서 대 간첩 작전도 두 번이나 직접 뛰었다.
82년 12월 8일 입대를 했다.
국방의 의무가 아닌,
돈을 벌기 위해서 간 4년 8개월의 군대였다.
예전엔 해병대가 해군 소속이어서 상륙 병과라는 이름으로 같이 교육을 받았는데,,
해병대는 실무에 나가면 뺑이 칠 거라고,, 지금 사용하고 있는 좀 좋은
내무대를 주었고, 해상병과라고 불리던 우리는 목조 건물에서 생활했다.
DI라고 불리는 소대장 및 교관들의 악기는 여전한 것 같다.
지금도 대부분 외우고 있는,
해군의 다짐!
하사관의 책무!
순검의 목적!
왜 그렇게 소대장들은 배를 곪게 했을까?
밥 많이 먹으면 배탈 난다는 핑계로 우리 중대에 나오는 밥 4 대야 중에
1 대야를 꼭 반납했다.
그리고 매번 반복되는 2분에서 5분 만에 끝나는 짧은 식사!
그 후유증으로 지금도 나는 밥을 엄청 빨리 먹는다.
시골에서 1년간 살다가 입대를 한 내겐 배고픔이 제일 큰 고통이었다.
내 동기 두 놈은 밥 한 그릇을 더 먹은 죄로 유급을 해서2달 후
다음 기수와 같이 수료를 하였다.
6주 훈련소 수료 후 가진3박 4일간의 특박에서
난 한 자리에서 빵 2천 원어치,생일 케이크 큰 거 한 개를 먹을 수 있었고,
3일 동안 집에서 죽어라고 먹어 재낀 라면 때문에 결국은 위장이 늘어나서
후반기 교육받을 때 혼이 났다.
한 끼에 라면 세 개를 먹어도 양이 차지 않아서 마을 회관에 있던 가게에서 어머니 모르게
백 원짜리 빵을 사다가 먹었다...
훈련소 마치고 집을 갔는데
어머님은 당신을 속이고 직업 군인을 했다고 집에를 못 들어오게 하셨다.
한겨울 팬티 바람으로 집합시켜서 바다를 향하게 하고는 물이 배꼽에 찰 때까지
"앞으로 가"를 시킨 후,바닷물 속에서 앉았다 일어나를 시키고
연병장으로 불러 내서는 몸에 찬물을 뿌려대던 빵빠레 라는 의식..
그리고 눈물과 함께 부르던 어머님 은혜...
벌점이라는 죄목으로
팬티만 입혀서 콘크리트 하수관에 포복을 시켰지..
덕분에 팔과 뱃가죽은 다 벗겨젔고,,
화장실 청소 상태가 맘에 안 든다고
혀로 변기를 핥게 한 사람들.
화장실에서 초코파이를 몰래 먹다 들킨 동기는
초코파이 포장지에 변을 묻혀서는 입으로 빨게 했었다.
동초를 서는데 소대장이 버리라고 준 쓰레기 봉지 속에 있던
담배 한 까치의 황홀함과
세상에서 제일 맛있던 껍질채 먹었던 밀감 3개의 맛!
그때 느꼈다.
배가 고프면 인간의 존엄성이라는 것은 없다는 것을!
배가 고픈 사람에게는 종교도 없었고,
인격도 없었다..
훈련소에서 식사 시간에 기도를 하는 종교인을 한 명도 본 적이 없다.
신께 하는 기도보다는 지금 당장 밥 한술이 더 신성했던 것 같다.
그런데 지금은 바뀐 생소한 이름이 있더라.
점호와 생활 반장.
해군과 해병대에서 사용하던 순검이라는 용어는 육군과 같이 점호로 바뀌었고,
영내 거주 최고참 하사나, 선임 수병이 하던 교반장이라는 직책은
생활 반장이라는 말로 바뀐 것 같다.
인터넷에 찾아보았더니 획일화를 좋아하는 높은 양반들이 육군과 같이 용어를 통일한 모양이다.
왜 다양성을 인정하지 못할까..
해군은 순검이라는 용어가 훨씬 좋은 듯한데....
교반장도 특이해서 좋았고,,
부장, 작전과. 포술장. 기관장이라고 하건 직책들도 또 육군과 같이 바뀐 건 아닌지...
지금은 좋은 근무 조건이라고 아무리 이야기해봤자
밖에서 보는 구경꾼의 이야기 일 뿐이고
그 속에서 숨 쉬는 현역들은 그냥 힘들 뿐이다.
해군이 편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이야기해 주고 싶다.
어제 TV에서도 나왔지만 해군들은 육군보다 부식비가 더 나온다.
내가 타던 고속정은 일반 함정보다 더 잘 나온다.
육군들에 비해서 훨씬 좋은 부식으로 밥을 먹고 운동량도 적은 해군들이
왜 살이 찌지 않는지...
군대라는 곳이 자유를 억압받으면서 그 자체로서 힘들듯이
배를 타는 것 그 자체가 그냥 힘든 것이다.
이제 곧 내 아들도 군대를 가게 될 것이다.
해군이던 해병이던 육군이던,
지가 원하는 곳으로 알아서 가겠지만..
분명한 것 한 개는 있다.
병역 기피를 하면서 이 땅의 군 통수권자를 해 먹은 쥐새끼나
보수라는 이름으로 나라를 말아먹고 있는 그 추종자들보다.
갑판병이라는 이름으로 홋줄을 당기고 페인트를 깡깡하는 그들과
기관병이라는 이름으로 엔진에 기름을 닦는 그대들이 훨씬 애국자들이다.
기관병이던 갑판병이던 전투 배치가 붙으면
밖에 나와서 목숨 걸고 총을 쏘고 포를 쏘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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