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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 하사 이야기

해군 하사 이야기-군대 시작

by 머구리1 2014. 4. 16.

간밤에 어리바리하게 시작된 군생활,

그중에서도 가장 힘들다는 해군 훈련소 6주 코스의

첫 주가 시작된다.

예전엔 병 하사관 상관없이 신병교육대에서 6주 훈련을 받는다.

 

둘째날에는 신체검사 겸 적성 검사를 한다...

이것을 기준으로 병과 분류를 했던 것 같다.

 

 

예전엔 그냥 땅바닥에서 했다.

 

 

 

 

요즘이야 입대 전에 미리 자기 병과를 선택해서 가기도 하지만

예전에 무조건 입대를 해서 훈련소에서 정해준 직별대로

그냥 팔려 갈 뿐이다.

개인의 의사 따위는 절대 존중 안 된다.

한참 후에 알게 된 내 직별은 내연이었다.

내연이 뭔지도 모르지만 그냥 하라니까 할 뿐이다.

 

 

주로 기다리다 뭐 한 가지 하고,

또 마냥 기다리다 뭐 한 가지 하는 식이다.

물론 기다리는 중간중간 교관들의 끊임없는 칭찬과 사랑이 따라다닌다.

-블라 블라 블라.. 알겠지?

-예!

-이런 개새끼들아 어제 분명히 모든 대답은 악!이라고 했는데 예!라고..

  전원 그 자리 대가리 박아!

 맞다 훈련소에서 모든 대답은 이다.

밍기적 그리며 대가리를 박는 하후생들..

얄짤없이 따라오는 DI 의 낮은 목소리..

-동작 그만,,, 이런 10 새끼들이 동작이 그것밖에 안 되지?

-한쪽 다리 들어!

끊임없는 기다림이 지루할까 봐. 교관들은 이렇게 사랑을 베풀어 주신다.

 

그러다가 오후가 되면 기가 막힌 유혹이 따라온다.

이때는 악마 같은 DI 의 목소리가 상당히 친근한 목소리가 된다.

-너희들 중에 몸이 안 좋거나 적성이 맞지 않아서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사람은 손 든다. 실시!

-마지막으로 기회를 주는 것이니까 눈치 보지 말고 손 들어라..

나도 돌아가서 육군 갈까? 하고 많이 망설였다.

그러다가 몇 사람이 주위 눈치를 보고 살며시 손을 든다.

-자 지금 손 든 사람은 조용히 나를 따라온다.

조용히 집에 보내 줬을까요?

그럴 리가 없죠?

저쪽 구석에 가서 비 오는 날 먼지가 나도록 맞고 구르고 온다.

돌아갈 놈이 왜 왔냐고...

아~ 손 안 든 것을 백번 잘했다고 스스로 대견해해 본다.

 

그런데 이해 안 가는 게 이 유혹을 일주일 내내 한다는 거...

그런데 더 웃기는 건 일주일 내내 계속 손 드는 사람이 있다는 거.

이렇게 적성검사 및 신체검사는 약 3일 정도면 끝이 나고 정식으로

보급품을 지급받고, 훈련을 받기 시작한다

 

해군 부사관 피복이 예전에는 수병과 같은 복장이었다.

지금의 부사관 복장을 처음 받은 기수가 하후84기다.

나도 처음에 훈련소에서는 수병들의 옷인 세라복과 코트, 당가리와 셈브레이(수병 근무복)

수병 모자 (지금의 빵모자와는 다르게 생긴, 챙이 없으면서 테두리에 대한민국 해군이라고 적힌)

 를 받았었다..아마 지금 의장대가 쓰고 있는 모자 비슷한 것이다.

그 일반 수병들 옷을 입다가, 나중에 보수 교육장에선가 지금의 부사관 옷을 지급받았다.

해군 하후 84기는 수병 하고 같은 복장을 한 마지막 기수 이면서

현재의 부사관 복장을 한 첫 기수 이기도 하다.

생각해 보면 웃기지 않는가?

늙은 하사관들이 세라복을 입고 있는 모습이 월마나 귀여웠을까(?)

 

 

 

이거 다 준다, 공짜로...좋겠지?

 

 

 

첫 주에는 그냥 제식 훈련만 주구 장창 한다

차렷, 열중셧, 좌우로 나란히, 좌향좌, 우향우, 뒤로 돌아, 앞으로가, 뒤로 돌아가,

좌향 앞으로가 우향 앞으로 가, 줄줄이 우로가. 분열. 사열 기타 등등

주로 걸어가는 것과 방향 바꾸는 것 등등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평생을 해온 것들이다.

아~ 이거 모르는 사람 누가 있다고..

그런데 이거 모르는 사람 없는데 제대로 못하는 사람은 많다.

 

 

제식 훈련 중이다

예전에는 앞 기수가 입던 헌 옷 입었다.

 

 

 

 

또, 국군 도수 체조

이거 말이 체조지 그냥 각 잡기 시범이다.

무슨 뻣뻣한 기계처럼 각이 딱딱 지게 체조를 해야 한다.

체조의 본래 목적인 스트레칭의 의미는 전혀 없다.

이건 612기 수료식 때 다시 봤는데 여전히 똑같더라.

 

 

국군 도수 체조.

살살 해라~이! 부러질라...

 

 

 

 

 

 

아~ 그리고 집총 훈련

집총 16개 동작

앞에 총 우 로어 깨 총 좌 로어 깨 총..

순서 안 맞겠지만, 이렇게 해서 맨 마지막에 받들어 총까지 하는

총 들고 지랄 열심히 하는 훈련이다.

 

 

집총 16개 동작(육군 사진 펌)

 

 

 

 

 해군용이 훨씬 멋지다.

 

 

 

 

 

총검술 16개 동작

무슨 M1이나 칼빈 세대도 아닌데 백병전할 일이 있다고 대검을 꼽고

총검술을 한다.

찔찔이 길뒤...

찔러 찔러 길게 찔러 뒤로 돌아 찔러...

맞는지 모를겠다.

 

 

 

총검술 이다.

 

 

 

집총 16이나 총검술 16은 훈련생들이 하면 참 어설퍼 보이는데

DI가 시범을 보이면 진짜 멋있다.

각이 딱딱 잡히는 것이 각 동작 들에서 쉭쉭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이때도 교관들은 우리의 체력을 걱정 하사

항상 좌로 굴러, 우로 굴러, 대가리 박아는 끊임없이 챙겨 주신다. 

훈련소 시절이 힘든 것은 총검술이나, 유격.사격,제식등 훈련 자체가 힘들다기보다는

그때마다 따라다니는 PT나 푸샵, 좌우로 굴러 기타 등등의 체력훈련이 힘들다.

빠질 기합도 없는데 항상 죄목은 기합이 빠져서란다....

 

 

어디 가도 꼭 있다.

모두가 YES라고 할 때 나 홀로 NO라고 할 수 있는 사람!

 

 

 

 

 

 

 

 

 

좌향좌 하는데, 꼭 혼자서 우향우 하는 사람...

앞으로 가 하면, 꼭 손과 발이 같이 나가는 사람...

좌로 굴러하는데, 꼭 혼자서 우로 굴러서 멍석 말이 되는 사람...

PT 체조할 때, 꼭 마지막 구령 붙이는 사람....

국기에 대해 경례하는데, 꼭 혼자서 우렁차게 피일~승! 구령 붙이는 사람...

그럼 혼자 구르나요?

절대 아니죠? 항상 군대는 연대 책임이죠?

-앉을 때 동기야! 일어설 때 잘하자! 실시!

-악! 동기야 잘하자! 동기야 잘하자!

환장하겠네.

 

우리는 그들을 고문관이라는 우아한 이름으로 부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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