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해군 하사 이야기

해군 하사 이야기-배고픔

by 머구리1 2014. 4. 21.

자고로 모든 피 교육생은 춥고 잠 오고 배가 고픈 법이다.

꼭 군대가 아니더라고. 그냥 교육을 받는 사람은 항상 졸음과 싸우게 되어있고,

밥시간이 기다려지는 것이 세상의 이치인 것 같다.

그래서 예비군 훈련을 가도 일찍 마쳐 준다고만 하면 목숨 걸게 되고.....

선생님이나 목사님도 예비군 교육시간에는 약먹은 병아리 마냥

꾸벅꾸벅 존다.

훈련소는 그 강도가 훨씬 심하겠지만..

 

맞다,

훈련소 6주 동안은 추위와 배고픔과 졸음의 시간 이었다.

 

한겨울에 입소를 했으니 추위야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교관들은 그 추위를 이용하여 괴롭히는 방법을

기가 막히게 알고 있다.

나중에 또 이야기할 기회가 있겠지만

빵빠레라는 행사는 추위를 극에까지 느끼게 한다.

 

 

아 춥다.

 

 

 

 

 

졸음과의 싸움도 힘들다.

물론 힘든 훈련으로 인한 졸음이 원인이 되겠지만.

그것 못지않게 힘든 것이 하사관 후보생이라는 신분 때문이다.

 

지금은 모르겠지만, 예전에 하후생과 신병들이 같이 교육을 받았다.

상륙병과라고 불렀던 해병대도 같이 교육을 받았다.

그러다 보니 자기들딴에는 하후생들에게 예우를 한다고,

낮에 신병들이 보는 곳에서는 많이 안 굴린다.

 

해병대의 경우 실무 나가면 개고생 한다고 실제로 훈련소에서는 많이 봐준다.

생활관도 해병대는 신축 건물을 사용하고, 해군은 오래된 목조 건물을 사용했다.

 

그러다 보니 만만한 게 해상병과 하후생이었다.

여기서 안 굴린다는 것은 괴롭히지 않는다는 것과는 다르다.

낮에 비인격적인 얼차려를 덜 준다는 이야기다.

주로 옷을 벗겨놓고 주는 얼차려나,

보기에 비참해 보이는 얼차려나 폭행이 되겠다.

 

그러나 훈련소가 낮에 안 굴린다고 그냥 넘어갈 리가 없지 않은가?

결국은 밤에 그 행사들을 치른다.

항상 순검이 끝나고 나면, 어두운 연병장 또는 바닷가에서 굴린다.

이경우 대부분 팬티 바람에 얼차려를 받는다.

12월에서 1월에 팬티 바람으로 한밤중에 땀나게 훈련을 받는다고 생각하면

낮에 왜 졸음이 쏟아지지 않겠는가.

 

 

어젯밤에 잠 안 자고 뭐 한겨?

 

 

 

 

 

그러나 시골에서 근 1년 가까이 농사일을 하다가 입대한 나는 제일 힘든 것이 배 고픔이었다.

 

처음에 입대를 하여 밥을 주면 대부분 잘 먹지 못한다.

지금이야 좋아졌지만 30여 년 전에 군대 짬밥은 그냥 개밥 수준이었다.

새까만 보리밥에 얼마나 오래된 쌀인지 쿰쿰한 냄새가 역할 정도로 많이 난다.

거기다가 반찬은 또 어떤가?

1식 3 찬이라고는 하지만 썰다만 깍두기 한 개가 반찬의 대부분이고,

똥국이라고 불렀던 국 또한 맛없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나 3일이 지나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 개밥 같은 밥이 없어서 못 먹는다.

 

 

짠밥! 맛있것재?

 

 

그런데 이 밥도 양을 줄인다.

교관들의 설명은 배탈이 난다는 핑계와

해군은 함정에서 고립될 수가 있다는 핑계로, 배를 곯린다.

우리 중대에는 4 대야의 밥이 나오는데 교관들은 항상 1 대야를 반납한다.

이유야 어찌 되었던 훈련생들은 정량의 식사를 못한다.

 

그 한대야는 결국 어느 집 돼지 사육장의 사료가 되었을 것이다.

25%가 줄어든 밥을 전원이 갈라 먹어야 하는 것이다.

(우린 다이어트하는 아가씨가 아니라. 하루 25시간을 뺑이치는 훈련생들이다)

 

거기다가 식사 시간이 굉장히 짧다.

보통 2분에서 5분의 식사 시간이 주어 지는데 이게 밥 먹는 시간이 아니다.

 

-식사 시작

-악! 식사 시작! 나는 가장 멋있고 강인한 해군 하사관이 된다. 감사히 먹겠습니다.

 

-동작 그만! 목소리 고것밖에 안 나오지? 

-아닙니다.

 

-잘할 수 있나?

-악! 잘 할수 있습니다.

 

-식사 시작!

-악 식사 시작! 나는 가장 멋있고 강인한 해군 하사관이 된다. 감사히 먹겠습니다.

 

그러면서 우아한 식사를 즐기면 된다.

~가 아니고...

국이 있는 칸에다가 밥과 반찬을 모두 투입한 후. 입을 식판에 대고 그냥 퍼 넣는 것이다.

 

한 두어 숟가락 퍼 넣는데

-식사 끝

(아 저 교관 시키를 아니 교관님을 죽이고 싶다)

 

이때 숟가락 소리 나면 또 죽는다.

그대로 일어나서 줄줄이 식판을 들고 음식물 수거통에 버려야 한다.

 

이때 요령이 있다.

음식물 수거통에 돼지 비게는 위에 뜬다.

소대장 모르게 퍼뜩 줏어서 주머니에 넣거나 입에 넣고 한 번에 삼켜 버려야 한다.

들키지만 않으면 꽤 흐뭇한 시간을 즐길 수 있다.

물론 입에 바로 넣으면 입천장이 무사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그 후유증인지는 모르지만 지금도 나는 밥 먹는 속도가 엄청 빠르다.

 

하나만 줍쇼! 굽신 굽신

 

 

 

배고픈 것 하니까 생각나는 에피소드 하나.

야간 동초를 서고 있었다.

그때 해병대 소대장 하사람이 쓰레기 봉지를 주면서 버리라고 한다.

그 쓰레기 봉지를 들여다보는데 이게 웬 횡잰가?

밀감 껍질 속에 까지 않은 밀감 3개와 담배곽이 있다.

두 놈 이서 미친 듯이 밀감 한 개씩을 껍질채 먹고 나니 밀감 한 개와 껍질이 남아있다.

한 개를 사이좋게 반으로 나눠먹고, 결국 나머지 밀감 껍질도 다 먹었다.

밀감 껍질이 얼마나 맛있는지....

태어나서 그렇게 맛있는 밀감을 못 먹어봤고, 또 앞으로도 못 먹을 것이다.

물론 밀감 껍질도...

 

 

그런데

혹시 하고 열어본 담배곽에 담배 3가 치가 들어있다.

라이타까지 같이..

이 유혹을 어떻게 해야 할까?

혹시 저 소대장이 건수 잡으려고 일부러 준 것은 아닐까?

 

그러나 담배의 유혹은 현실의 걱정보다 더 강했나 보다.

걸리면 최고 과실 점수에 죽지 않을 만큼 혼날 것을 알면서도 둘이서

피워 버리자는데 의견 일치를 봤다.

한 사람씩 망을 보면서 교대로 한 번씩 빠는데

머리가 핑 돌면서 쓰러지려고 한다.

마약 하는 사람들이 이 맛에 하는구나...

그러나 그 환각은 한 가치를 피울 때까지만 이었다.

두 번째부터는 그 환각이 없이 그냥 담배였다.

결국 3가 치의 담배를 둘이서 다 피우고서야 끝이 났다.

다행히 소대장에게 걸리지도 않았고....

 

나중에 알고 봤더니, 그날 입대한 해병대 신병들이 있었는데 소지품 압수하면서

소대장들이 웬만큼 정리하고 남은 것을 우리에게 버리라고 준 것이었다.

설마 이놈들이 그것을 뒤질 것이라고는 생각 못했나 보다.

 

아무리 배가 고파도 그렇지...

 

 

 

 

 

슬픈 이야기 하나

우리 기수 중에 2명이 밥 한 그릇 더 먹고, 유급당해서 85기와 같이 수료한 동기가 있다.

 

어느 날, 점심 식사가 끝나고 식당 앞에 집합을 했는데 소대장 당번 생도가 늦게 식사를 하러 왔다.

그런데, 소대장 당번 생도가 식당에 들어갔는데 밥이 없는 것이다.

열 받은 소대장이 .

 

-밥 두 그릇 먹은 사람 자수!

 

아무도 안 나온다.

 

-마지막 기회다 밥 두그릇 먹은 개새끼 자수!

 

죽은 듯이 조용하다.

미칠 노릇이다.

우리는 밥을 두그릇 먹은 양심도 신기 하지만, 그 짧은 시간에 두 그릇을 먹은 속도도 신기했다.

 

-지금부터 나온 역순으로 조용히 원래 자리로 들어간다. 실시!

 

결국은 어느 자리에 빈 식판이 있는 곳에 앉는 사람이 있다.

확인 결과 두 명이서 한 그릇을 나눠서 더 먹은 것이다.

 

열 받은 소대장은 결국 두 사람을 팬티 바람으로 식당에서 생활관까지 낮은 포복을 시켰다.

그러다가 식사를 하고 지나가는 훈련대장에게 걸렸다.

이때도 상부에서는 비 인격적인 얼차려는 못주게 하였다.

물론 말 뿐이지만...

훈련대장이 무슨 일이야 고 물었고,

 

소대장이 밥 두 그릇 먹었다고 이야기하자 훈련대장이 바로 과실 지적을 했다.

-A급 과실 유급

 

죄명은 동기의 밥을 훔쳐먹은 의리 없는 놈이다.

이후 이 두 사람은 유급 확정되어 84기도 아닌 85기도 아닌

어중간한 기수가 되어서 84.5기라는 기수로

같은 동기들보다 모든 게 2달 늦는 하사관이 되었다.

 

후반기 교육받을 때 이 친구들을 만났는데 참 안 됐었다.

 

 

이거 한 그릇 더 먹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