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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 하사 이야기

해군 하사 이야기-입대

by 머구리1 2014. 4. 16.

아들 군대 보내고 가끔씩 옛 생각에 젖을 때가 있다.

많이 잊혀진 기억이지만 기억나는 대로 내 군생활을 정리해 볼까 한다.

 

오래된 기억으로 순서에 상관없이 기억하는 것들 위주로 사실에 최대한

근접해서 쓰 보려고 한다.

오래전에 군대 이야기이기 때문에 지금의 군대와는 완전히 다르니

이해를 하고 보면 좋겠다.

 

하사관 기수에 대해서..

 

해군 하사관의 종류는 단기하사, 일반하사, 예기수, 외기수, 총 4종류의 하사관이 있다.

단기 하사란 내가 했던 하사관으로 흔히 말하는 직업 군인으로 의무 복무 기간이

4년 6개월 이상이다.

 

일반 하사는 전문대 재학 이상의 학벌을 가진 사람이 하사관으로 입대를 하는 것으로

1년에 1 기수가 들어오며 복무 기간은 일반 병과 같은 36개월이다.

(그렇다 예전엔 전문대 졸업도 고학력이었다.)

 

예 기수는 금오공고를 졸업한 사람들이며 복무 기간은 단기 하사와 같다.

외 기수는 목포 해양 전문대학교를 졸업한 사람들로 복무 기간은 2년이다.

 

일 년에

단기하사 5 기수, 일반하사 1 기수,

예기수 1 기수, 외기수 1 기수씩이 입대를 하며

예기수와 외기수는, 단풍하사(하사관 후보생)를 거치지 않고 바로 하사 계급장을 단다.

그래서 이들과 더러 다툼이 생기기도 한다.

즉 입대는 내가 먼저 했는데,

하사 임관은 저 사람들이 먼저 하기 때문에 생기는 충돌이다.

보통 선임들이 적당히 선을 그어 준다.

 

지금부터 이야기하려는 것은 단기 하사에 관한 이야기다.

단기 하사는 입대를 하여 훈련소 6주 과정을 거치고 후반기 교육을 직별별로 4주에서

51주까지 받아야 한다.

즉 사주(요즘 조리)사들은 4주(확실하지 않음) 교육을 받으면 실무 배치를 받고,

전자사 같은 경우는 근 일 년에 해당하는 51주의 후반기 교육을 받아야 실무에 배치가 된다.

그래서 밥쟁이라고 부르던 사주사들은 실무에 나갈 때 단풍하사를 달고 나가게 되고

전자사들의 경우는 군대생활 1년을 교육만 받는 것이다.

내 직별은 내연사로서 후반기 교육을 33주 받았다.

 

단풍하사라고 부르는 하사관 후보생 기간은 6개월이고

이 6개월을 아무 탈없이 지나고 나면

정식 하사 계급장을 붙인다.

하사를 달고 3년이 지나면 영외 거주를 할 수가 있기 때문에 이때는 출퇴근이 가능하다.

그러나 해군의 경우 출동이 많고, 또 잦은 발령으로 인한 근무지 이동으로

가족을 이루고 사는 게 쉽지 않다.

요즘은 제대를 강제로라도 시키려고 하지만

예전에는 직업군인 지원자가 많이 없었기

때문에 만기 복무가 끝나도 제대를 시키지 않으려고 수를 많이 썼다.

 

 

하사관 후보생 계급장이다.

갈매기와 작대기의 색깔이 다르다.

 

 

 

 

단풍하사 6개월 후에 받게 되는 정식 하사 계급장이다.

(단풍 하사 때는 이계 급장이 그렇게 위대해 보인다)

 

 

 

 

 

 

1982년 12월 8일

해군 하후 84기로 입대를 했다.(하후란 하사관 후보생의 약자로 요즘으로 치면 부사관 되겠다)

 예전에는 해군과 해병이 같이 모집을 했다.

해군은 해상병과라고 했고, 해병은 상륙병과라고 부르면서 같이 훈련소에서 같은 코스의 훈련을 받았다.

 

지리산 골짜기에서 밑이 찢어지도록 가난한 부모님의 장남으로 태어난 나는

군대 기간 3년을 그냥 보낼 수가 없어서 돈을 벌어야 했다.

그래서 부모님께 특전사에 직업군인으로 가겠다고 말씀을 드렸다가

"어디 돈 벌어먹을 데가 없어서 군대서 돈을 벌려고 하냐?"는 어머님의 호통에

포기를 할 수밖에 없었고,,,,

그러다가 눈에 띈 것이 해군 하사관이었다.

육군 영장을 받아놓고 있었지만, 결국은 해군 하사관 지원을 했고

다행히 합격이 되었다.

물론 집에는 해군 병이라고 이야기했다...

(나중에 이야기하겠지만 이것 때문에 첫 휴가 때 집에 못 들어갈 뻔했다)

 

그리고는 입대를 하기 위해 집을 떠나던 날

어머니는 집에서 울고 계시느라 마당을 못 나오고 계셨고

아버님은 함양읍에까지 따라 나오셔서

진주행 직행 버스에 몸을 실은 아들에게

솔 담배 한 갑을 던지듯이 주고는 도망가시듯 내려서 가셨다.

당신의 눈물이 들킬 것 같아서 애써 숨기셨지만 버스 안에 있던 나는

눈물을 훔치는 아버님의 뒷모습을 보았다.

(훈련소 까지 따라오지 않으셨냐고?  예전에 다 그렇게 군대 갔다.)

 

 

그렇게 고향을 떠나 진주에서 친구들과 불타는 금요일이 아닌

불타는 마지막 민간인 밤을 보내고

다음날 진해 6 정문 앞에서 시간 맞춰 입대를 하게 된다.

(지금 교육사 후문이 예전에는 6 정문이라고 부르던 훈련소 정문이었다)

 

6 정문 앞에는 헌병들이 눈도 안 보이는 번쩍 거리는 모자를 쓰고

우리들을 내려다보고 있었지만 아직까진 그들에게 겁먹을 필요는 없다.

아직 민간인이다.

안에서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부사관들이 안내 방송을 한다.

"금일 입대하는 장병 여러분 환영합니다!

 가족 분들은 집을 돌아가 주시고, 장병 여러분들은 부대 안에

 집합하여 주십시오"

이 안내 방송을 듣고 있으면 다들 군대가 참 편한가 보다 생각한다.

그 환상은 잠시 후 여지없이 깨진다.

 

 

어서 오세요.여러분

 

 

 

부대 안에 집합하여 바깥이 안 보이는 위치가 되면

빨간 모자 DI 아저씨들의 표정이 바뀐다.

햇볕에 그을리다 못해 검은색으로 변한 얼굴에 눈빛에 사람이 반쯤

죽을 얼굴들이 목소리도 크지 않게 조용히 이야기한다.

"이런 개새끼들 빨리빨리 안 뛰어?"

"어쭈 동작이 그것밖에 안되지"

"대가리 박아"

아~ 제대할 때까지 주야장천 박아댈 대가리가 처음으로 땅과 조우하는 순간이다.

태어나서 한 번도 안 박아본 사람도 있을 텐데, 다들 잘 박는다.

미리 연습을 하고 온 사람처럼...

인간이란 적응의 동물이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어슬렁 거리던 사람들이 갑자기 동작이 빨라진다.

아직 옷은 사복을 입었지만

박은 대가리는 벌써 바뀐 신분을 잽싸게 인식하고 있다.

 

 

 

박어라면 박겠어요.

당신이 박어 시라면..

 

 

 

그렇다, 이 시간부로 신분이 바뀐 것이다.

그네들 말대로 "니들은 지원해서 왔으니 여기서 죽어도 할 말이 없다"

 

 

저 사람들이 나를 죽일 수도 있겠구나 하는 공포가 밀려온다.

아~ 내가 왜 여기 있지....

이런 생각 없다.

바짝 얼어서 그냥 시키는 대로 하는 로보트가 되어 있다.

몇 시간도 안 되어서 생긴 변화다.

두 시간 전에만 해도 6 정문 밖에 민간인이었는데...

 

이렇게 해군 하사의 첫발을 내 디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