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에만 있는 것 중에 또 하나가 과실 보고라는 제도다.
군 내부에서 구타를 없애기 위해서 만든 제도인데
예전에는 구타를 없애지는 못하고
훈련생들을 괴롭히는 도구로 이용되었다.
지난번 진짜 사나이라는 예능 프로에서 보니까
지금은 실무에 나가서도 이 제도가 있는 것 같던데 예전에는
훈련소와 후반기 교육생 시절에만 있었다.
어떤 규정들을 정해 놓고 그 규정을 어길 시 과실 점수를 부과해서 보통
휴일에 그 점수에 상응하는 군기 교육을 받으면 과실 점수가 없어지는 것이다.
그런데 구타를 없애기 위해서 만든 제도이지만 실제로는 과실 보고 훈련 중에
구타가 많이 일어난다.
몽둥이로 패기도 하고, 군홧발로 밟기도 하고, 쪼인트 까기도 있고,,,
규정이란 것은
흡연을 하다가 걸리면 제일 점수가 컸다.
(처음에 담배를 다 뺏었는데 어디에 숨겨서 들여왔는지 신기하다)
예전에는 육군은 훈련소에서 담배를 피웠지만 해군은 훈련소에서 금연이었다.
그다음이 순검 시 암기사항 못 외워서 지적받거나,
훈련 중 과정을 제대로 이수 못했을 때..
사격 점수 낮을 때 기타 등등...
훈련 생도는 3 보이상 구보인데 걷다가 걸린 사람....
암기 사항 등으로 지적받는 사람이 많으면 빳다나 단체 기합으로 해결을 하지만
그 인원이 적을 경우는 과실 점수를 주곤 한다.
또는 담당 청소구역 청소 상태가 불량했을 때 등이다.
과실 보고 중 제일 무서운 것이 A급 과실로 이는 바로 유급이 된다.
즉 A급 과실을 받을 경우 그 즉시 훈련이 중단되고
다음 기수와 같이 수료를 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기수에는 지난번 이야기한 두 명이서 밥 세 그릇 먹다가 걸린 사람 외에는 A급자는 없었다.
일주일 동안 과실 점수를 받게 되면 일요일에 주로 계산을 한다.
술집에 외상값 받듯이 일요일만 되면 과실 점수 상계한다고 여기저기서 곡소리가 난다.
일요일 아침을 먹고 나면 일반 훈련생도들이 쉬거나 개인 시간을 가질 때
방송이 나온다.
-총원 그대로 들어!
금일 10시부터 과실자 훈련이 있을 예정이니 금주 과실 보고자 전원은 연병장에 집합!
세상에 이것보다 더 무서운 소리가 있을까?
대부분의 과실자 훈련은 팬티바람으로 실시한다.
팬티만 입혀가지고 얼차려를 받는 것이다.
상상해 보자..
한겨울 바닷가에서 칼바람을 맞으며
누렇게 변한 흰 삼각 빤스를 입고, 연병장에서 구르고 있는 싱싱한 젊음들을...
(실제로 훈련소 6주 동안 팬티를 거의 갈아입지 않는다..
빨래하기 귀찮아서도 있고 , 옷이 많이 없어서이기도 하다)
또 서글픈 이야기 이긴 하지만 설사가 많기 때문이기도 하다.
날씨가 추워서인지, 밥이 바뀌어서인지는 모르지만 훈련생들 중엔
설사 환자가 꽤 있다.
그런데
설사 환자라고 맘대로 화장실을 갈 수가 없다.
훈련 중에 소대장의 허락 없이 대열을 이탈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훈련 중 화장실이 급하면 손을 번쩍 들어서 소대장에게 보고를 하여야 한다.
-하후생 홍길동 소대장님께 용무 있습니다.
-뭐야
-설사가 나옵니다.
-개 시키야 옷에 싸
-악! 쌌습니다.
그렇다
옷에 싸기 전에는 화장실을 안 보내준다.
과연 이것도 어떤 목적을 가진 훈련 과정이라고 봐야 할까?
그러다 보니 대다수의 훈련생들은 속옷을 갈아입지 않고
6주를 버틴다.
과실자 훈련은 보통 PT체조로 시작을 한다.
그러다가 좌로 취침 우로 취침등 땅바닥에서 할 수 있는 비 인간적인 얼차려는 모두 경험한다.
일렬로 쭉 박게 해 놓고, 끝에서 소대장이 발로 한 사람을 밀면
도미노 게임하듯이 좍 넘어져 줘야 한다.
그래야 벌을 주는 소대장도 쾌감이 나는 것이다.
이렇게...
한강 철교를 시켜놓고, 그 위에 올라가서 견뎌 주어야 소대장은 훈련을 잘 시켰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한강 철교란
엎드려 뻗쳐를 하는데, 이때 발을 뒷사람 어깨에 올리는 벌이다.
이게 인원수가 많으면 장관이다.
하는 놈이야 죽겠지만 구경하는 사람이 보면 멋진 구경거리다..
한강 철교다.
튼튼하게 놔야 한다.
그냥 땅바닥에 박아도 머리가 아픈데,
이놈의 시키들은 꼭 철모 위에 박게 만들고
철모 위에 배를 깔고 팔과 다리를 위로 들어 올리는 팬텀이라는 얼차려를 준다.
그냥 엎더라라고 하면 될 텐데 꼭 깍지를 끼고 엎드리라고 한다.
이렇게...
이거 요령은 깍지를 느슨하게 끼는 것이다.
명태 말리기...
오리걸음...
중간중간
개 자제분, 10 자제분 노래 불러가면서 빳따도 쳐 줘야 구색이 맞다.
이게 끝이냐고?
그러면 해군 훈련소가 아니지..
항상 맨 마지막은 하수구에서 끝난다.
콘크리트 블록으로 되었었는지 그냥 흙으로 되어 있었는지는 기억이 안 나는데
하옇던 바닥에는 모래가 쌓여 있었다.
마지막 코스는 이곳에서 포복을 하는 것이다
연병장에서 이미 체력도 많이 소모가 되고
피부에 상처도 많은 상태에서
교관들은 마지막 사랑을 베풀어 주신다.
팬티만 입은 상태로 하수구에서 낮은 포복, 높은 포복, 응용 포복을 시킨다.
이때쯤 되면 아무 생각도 없다.
상처 난 피부는 쓰라리고, 춥고, 아프고.....
그냥 입에서 씨발 씨발 소리밖에 안 나온다.
그것도 속으로만...
그러면 또 교관들은 사랑의 노래를 시킨다.
-지금부터 복창한다.
-나는 왜 이럴까?
-나는 왜 이럴까?
-사회에선 안 그랬는데
-사회에선 안 그랬는데..
-짬밥을 먹었더니 또라이가 됐나 봐
-짬밥을 먹었더니 또라이가 됐나 봐
(그래 이짓하고 있는 내가 또라이다, 이 시키들아)
...............
.........
-잘할 수 있나
-악!
-진짜 잘 할수 있나?
-악
-좋다 지금 즉시 연병장에 헤쳐 모여
-헤쳐 모여!
연병장에 모인 훈련생들에게 마지막 선물이 기다린다.
-너희들은 부모님들이 소중하게 주신 몸을 오늘 너희들의 잘못으로
훼손하였다.
부모님께 속죄하는 마음으로 군가를 실시한다.
군가는 어머님 은혜 군가 시작! 하나 두울 세엣 네엣!
(니미럴..그래 왜 안 시키나 했다)
-나아실제 괴에로움 다~이저시고오오~~기르실제에 밤낮으로 애쓰는 마음...엉엉...엉엉..
보통은 이렇게 과실자 훈련이 끝난다.
신병 과정은 모르겠으나 하후생들의 과정에서 보통 한번 정도는 이 과정을 격게 되고
재수 없거나 머리와 몸이 안 따라주는 사람들은 3번씩 받기도 한다.
하후생들의 경우 신병 기수들이 같이 보고 있기 때문에 많은 비 인격적인 훈련이나 얼차려들이
야간에 실시를 하지만 이 과실자 훈련의 경우는 낮에 실시한다.
다른 교육생들에게 보여 주어서 학습의 효과를 높이자는 의도가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시간이 지나서 생각해 보면, 교관단 들이 꼭 악독해서가 아니라.
어느 시기에 어느 정도 인원을 과실자 훈련시킬 것인지도
정해진 계획대로 되는 것 아닌가 생각도 해 본다.
훈련소 생활중 제일 힘든 과정이지만
그래도 제일 오래 추억에 남는 과정이기도 하다..
맞다 거친 파도는 강한 해군을 만든다.
그런데 이 비 인격적인 훈련을 과연 거친 파도일까?
그냥 훈련병 길들이기 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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