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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 하사 이야기

해군 하사 이야기-과락

by 머구리1 2014. 6. 2.

과락이란 과목낙제의 준말인 것 같은데 뜻은 시험을 쳐서 80점 이하가 되는 것을 의미한다.

 

해군 생활하면서 뗄 수가 없는 것이 과락이다.

특히 부사관들의 경우는 실무에서까지 하사관 자격 평가 시험을 치르기 때문에 이 과락이

평생을 괴롭힌다.

 

실무에서 치루는 하사관 자격 평가는 1년에 한 번이지만

종합 기술 학교에서는 1주일에 두 번씩 시험을 치기 때문에 정말 힘들다.

 

하루의 일과가

아침8시에 줄을 맞춰서 강의장으로 이동하여 오전 4시간 수업을 하고

다시 생활관으로 이동후 점심 식사

오후 1시에 다시 강의장으로 가서 5시까지 오후 수업

다시 생활관에서 저녁 먹고

강의장으로 이동후 저녁 8시까지 자습이다.

이게 목요일까지 반복되고 금요일 오후에는 시험을 치는데 이때는 객관식 시험이다.

객관식이지만 이 시험이 제일 중요하다.

그래서 보통 목요일에는 밤12시 까지 공부를 해야 한다.

다시 토요일 오전에는 주관식 시험을 친다.

(예전에는 토요일도 정상 근무였다)

 

이곳에는 고등과라고 해서 실무에서 근무중이던 중사들이 다시

고급 전문 교육을 받기 위해서 오는 사람도 있다.

이 고등과 출신들 중에서 성적이 좋은 사람들은

우리 같은 초임 하사관들의 교육인 보통과 교관이 되기도 한다.

 

교관들은 이미 고등과를 수료한 사람들 중에서 우수자들을 뽑았기 때문에 실력들이 좋다.

그래서 노력만 열심히 하면 과락은 맞지 않겠지만

어디던지 고문관은 존재 한다고

초기에는 꼭 과락을 맞는 사람들이 있다.

 

시험 성적은 대부분 토요일 12시께 발표가 되는데 생활관 전체 방송 시설로 방송이 되기 때문에

다른 곳에서도 다 안다.

제일 문제는 1 기수 위 선임들도 안다는 것...

과락자는 외출 외박이 금지된다.

외박 나갈거라고 옷 빳빳하게 다려 놓고 구두 광 반짝반짝 닦아 놨다가

방송 후 다시 옷 갈아입는 사람 더러 있었다.

그러면 과락자들은 토 ,일 자유 시간도 없이 강의장에 가서 쎄빠지게 공부해야 한다.

이것만의 문제가 아니고, 2주 연달아서 과락을 맞게 되면 결국 근무 부적격자로

지적되어서 고향 앞으로 가서 다시 육군을 가야 한다.

아울러 이 성적은 함정 근무 시 우선순위가 주어지고

나중에 진급에도 영향을 미친다.

나도 꽤나 열심히 한 덕분에 수료할 때 3등으로 학교장 상을 받고 나왔다.

 

여담으로 3등까지는 상장 및 진급 가산점이 있고

4등은 상장이나 진급 가산점 없이 대표로 수료증을 받는데

동기 중에 수료식에서 4등을 한,

정읍이 고향인 한 친구가 있었는데 생각을 잘 한 케이스다.

이 친구는 실무 배치후 진급이 어렵다고 생각을 하고

SSU를 지원했다가 나중에 성적 우수자로

미국 유학까지 다녀와서 중사 달고

그다음 해엔가 해경 지원해서 특채로 해경으로 간 친구도 있다.

이 친구는 아직도 해경에 근무를 하고 있더라.

임모라는 친구인데 현재 총경을 달고, 본청에 상황담당관인가 하는 보직으로 근무를

하고 있는데 이번 세월호 대책본부 해경 측 총책임자로 있더라.

내가 울산 장생포에서 고속정 근무할 때 이 친구 동생이 또 부사관 구십몇기로 들어와서

사주사(조리)로 같이 근무를 했다.

인생사 새옹지마다..

 

그런데 웃기는 게 동기 40 여명중에서 성적 우수자 중에서 해군에서 군대생활을

계속 한 사람은 없다는 거..

1등 한 친구는 진해에서 큰 배 타다가 중사 달고 바로 제대

2등 한 친구는 진급이 안 되니까 육군 준위 시험 쳐서 합격 후 육군으로 가버리고

3등 한 나는 2 해역사(지금의 해작사) 지원해서 고속정만 타다가 4년 8개월 만기만 채우고 바로 전역

4등 한 친구는 해경으로 이동...

 

 

과락이 문제가 되는 것은 비단 대상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아까 이야기 한대로 한기수 위에 선임들도 다 듣고 있기 때문에

결국은 담주 월요일에 달밤에 체조를 하게 된다.

동기를 거두지 못했다는 죄목으로 순검이 끝난 후 한참 동안

생활관에는 낑낑대는 소리와 퍽퍽 거리는 소리가 나야 한다.

 

그래서 8주 정도만 지나면 보통 과락이 없다.

옆에 동기들이 컨닝을 시켜 주기 때문이다.

 

우리 직별에도 웃기는 놈이 있었다.

나이는 나보다 두 살이 어린 친군데 고향이 인천인 친구다.

이놈이 머리가 영 빠가다..

그런데 눈치는 100단이다.

이놈이 자리 배치도 또 끝내준다.

1,2,3,4, 등을 하는 동기들이 제 앞과 옆 뒤로 앉아 있는 것이다.

나중에는 이 녀석이 시험 치고 나와서는 서로의 답을

맞춰 주기까지 하더라..

 

나는 보통 이 친구의 뒷자리에 앉았는데

자기가 발을 세워서 의자 밑 뒤쪽으로 밀고 있으면

내가 발가락으로 톡톡 치는 방법으로 1번부터 답을 가르쳐 준다.

나중에 다시 검산까지 해본다..

머리는 나빠도 눈과 끼는 엄청 좋은 친구다..

전역 후에 구미에 있다는 이 친구를 한번 만난 적이 있다.

이 친구가 과락을 한 적이 한번 있는데

교관이 시험 직전에 자리를 왕창 바꿔 버린 것이다.

그때 당황스러워하는 친구의 얼굴이라니...

 

그때는 다들 그랬다.

이렇게 열심히 공부했다면 여기에 오지 않았을 거라고...

하루에 10시간씩 죽기 살기로 공부하는데

웬만한 대학은 다 갔겠지...

 

하지만 난 아무리 열심히 해도 갈 수 없는 대학이었다

내 부모님은 등록금 낼 돈이 없었다.

아니 내가 보태 주어야 할 형편이었다..

 

실무에도 이놈의 과락은 따라다닌다.

하사관 자격 평가라는 것을 1년에 한 번씩 한다.

물론 이때는 과락한다고 해서 고향 앞으로 가는 경우는 없다.

하지만 외출 외박 및 영외 거주자들의 퇴근이 금지되기 때문에

과락을 하게 되면 초상 친다고 봐야 한다.

 

특히 함정의 근무 평점에도 들어가기 때문에 함장이나 장교들도

엄청 신경을 쓴다.

구조상 모든 책임은 제일 말단이 독박을 쓰게 되어 있다..

 

자격 평가를 하는 방법은 이렇다.

일단 각 직별별로 끗발 순으로 앉는다.

감찰관을 기준으로 왼쪽에 제일 쫄병 부사관을 시작으로 기수 순으로 해서 맨 오른쪽에

기관사가 앉는다.

그러면 감찰관이 질문을 한다.

객관식 없이 전부 서술형 문답이다.

 

-디젤 기관의 장점을 설명하세요.

 

  당연히 대답은 맨 쫄부터 시작된다.

1.연료비가 낮습니다.

2.열효율이 높습니다.

3.운전 경비가 적게 듭니다.

4.인화점이 높아서 화재의 위험이 낮습니다.

5,추진력 변동이 적습니다

 

그러고 나며 다음 사람부터는 앞에 쫄이 이야기한 것들을 그대로 읊으면 된다.

거기다가 추가로 생각나는 것을 하나씩 보태면 더 좋고..

그러면 맨 마지막에 기관사는 앞에 것만 줏어서 읊어도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결국은 맨 앞에서 대답을 해야 하는 쫄병 하사가 얼마나 많이 공부를 하느냐에 따라서

그 함정의 성적이 나오는 것이다.

이런 구조다 보니 함정의 성적이 안 나오면 맨 쫄다구만 죽는 것이다.

오만 욕을 다 얻어먹어야 한다.

 

자격평가 과락을 하게 되면 보통 한 달 뒤에 재평가를 실시한다.

물론 이 한 달간 해당 부사관들은 외출 외박 퇴근 금지다.

늙은 상사들 퇴근 못하고 있어 봐라

그 스트레스에 내가 먼저 죽을 것 같다..

 

결국 해군 하사관은 처음부터 끝까지 시험으로 끝난다..

아 지겨운 시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