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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 하사 이야기

해군 하사 이야기-행암 동초의 추억

by 머구리1 2014. 6. 5.

군대에서 불침번과 함께 동초(입초)를 서는것을 좋아 하는 사람은 없다.

남들 자는 시간에 근무를 서야하기 때문에 예사 고초가 아니다.

 

종합학교의 경우 낮에는 동초를 서지 않고 밤에만 선다.

 

 

동초는 제일 첫번과 말번이 좋다.

중간에 걸릴 경우 자다가 일어나야 하는 불편함이 있는데

제일 안 좋은 것이 밤12시 부터 새벽 2시까지 서는 근무다.

 

실무에 나가서도 이 당직은 미드와찌(Middle Watch)라고 해서 제일 기피하는 시간대고

실무에서는 당직을 4시간씩 서기 때문에 미드와찌의 경우는 아침 과업을 열외해 주고

아침 10시까지 잘 수 있다.

 

 

육군의 동초!

 

 

 

 

 

그런데 이 동초를 기다려지는 경우가 딱 한번 있다.

바로 행암동초다.

 

여기가 행암은 아닌데 왜 행암 동초로 불리는지는 모른다.

위치가 지금 교육사 정문앞에있는 진해루에서 바다쪽으로 바라보면 오른쪽으로 산이 있는데

그 산 중턱 정도 되었던것 같다.

종합학교에서 가려면 산을 한개 넘어서 가야하는 곳이다.

지금은 민간이 거주 지역이 된것 같은데, 예전에는 그냥 산 이었고

한참을 내려 가면 민간이 거주 지역이 있었다.

 

이곳 동초를 기다리는 이유는 술을 마실수 있다는 것이다.

감히 교육생이 영내에서 술을 먹는다는 것을 상상도 못하지만

못된 것은 빨리 배운다.

 

다른곳에서의 동초는 두시간에 한번씩 내무대에서 자다가 나와서 근무 교대를 하는데

이곳 동초는 당일날 근무자가 전원 같이 이동을 한다.

종합학교 생활관에서 근무장소까지가 너무 멀기 때문에 교대를 위한 왕복을 하는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는 관계로 당일 근무자 전원이 초저녁에 이동을 해서 그곳에서

잠을 자면서 근무 교대를 한다.

 

이곳은 멀다보니, 순찰도 없고 해서

어떻게 보면 하루 동안은 독립된 부대가 된다.

 

행암 동초에 걸리면 다들 미리 돈을 준비해서 간다.

근무지에 집결을 해서는 고참들이 돈을 걷는다.

걷은 돈을 가지고 두명이서 밤중에 산길을 내려가서 민간인 지역에 있는

슈퍼에서 술과 안주를 사 온다.

술이라고 해야 무학소주고,,,안주라고 해야 쥐포 몇마리지만

이렇게 맛있는 술을 마실 기회는 없다.

 

 

무학소주...지금은 화이트와 좋은데이로 유명하다..

좋은데이는 경남 울산 부산을 싹쓸이 했다.

 

 

 

요즘의 어느 고급 회가 이 쥐포보다 맛 있을까?

 

 

 

제일 맛있는 사과가 주인 모르게 따 먹는 사과듯이

제일 맛있는 술은 역시 숨어서 먹는 술이다.

 

이렇게 한잔씩 얼큰하게 하고 하룻저녁 자고 오면 된다.

외곽지역이다 보니 순찰도 안 오고 해서 근무도 널널하게 선다.

 

이곳의 근무 기회는 많이는 안 오고

교육 기간중 잘해야 세번 정도다..

 

 

 

 

그다음 좋은 곳이 쓰레기 소각장 옆에 있는 담벼락 동초다.

지금 시내버스 종점 있는 방향인데 그곳은 담 너머가 바로 민간인 지역이다. 

이곳에는 벽돌이나 블럭을 딛고 올라서면 밖이 보인다.

그때는 심부름하는 꼬마가 항상 있었다.

 

그러면 3천원 인가를 주면 4홉들이 소주 한병하고 쥐포 몇마리를 주었다.

나머지 거스름돈은 그 꼬마의 심부름 값이다.

이 술은 거기서는 못 먹는다.

동초가 끝날때까지 그대로 숨기고 있다가 내무대로 가지고 들어 와야한다.

 

내무대에 와서는 몇놈이서 나누어 마시는데 이때 요령이 있다.

술 냄새가 다른 곳으로 안 가게 해야 한다.

해서 한 사람씩 병채 한 모금을 마시고는 바로 손가락으로 병을 막는다.

그렇게 반복해서 술냄새를 최대한 안 나게 해서 나누어 마시는 것이다.

다 먹고 나면 또 빈병을 산속 아무도 모르는 곳에 버리거나

다음 순번 동초에게 줘서 담벼락 밖으로 버리게 한다.

걸리면 죽을것을 알면서도 왜 이렇게 했는지 의문이다.

 

요금 애들이야 줘도 안 마실 무학소주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