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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 하사 이야기

해군 하사 이야기-순검과 구타.

by 머구리1 2014. 6. 3.

해군은 어디서 근무하던지 순검을 받아야 한다.

요즘은 점호라고 하더라.

예전 해병대 기수 열외 사건 이후로 전군의 명칭을 통일한 것 같다.

순검을 점호로 바꾸고,

교반장을 생활 반장으로 바꾸었다.

그 강도는 다를지언정 훈련소에서부터 제대하는 날까지 순검에서 자유로운 해군은 없다.

 

얼마 전 진짜 사나이에서 보니까 요즘 생활관은 한 방에 4명이나 6명이 지내고 있던데

예전 생활관은 그냥 시멘트 바닥 강당이었다.

그냥 강당에 각 직별 기수의 인원수대로 침대를 가져다 놓고 옷장으로

칸막이를 치면 되는 것이다.

큰 방에 직별 기수대로 옷장으로 가려만 놓았으니 옆에 방 소리가 다 들리는 구조다.

 

종합기술학교에서의 순검도 마찬가지다.

해군은 훈련소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취침 순검을 받는다.

해군 부대 자체가 함정 위주다 보니 모든 규정이나 기타 등등

대부분의 것들이 함상 생활 위주로 되어있다.

순검도 예외가 아니어서 흔들리는 함상에서 기립 순검을 받기 어렵기 때문에

취침 순검을 받는 것이다.

수요일인가 하루 정도는 기립 순검을 받고 나머지는 대부분 취침 순검이다.

수요일 기립 순검 시에는 주로 구타의 흔적을 찾는 경우가 많았다.

 

 

순검은 보통 10시에 받게 된다.

그러면 9시부터 순검 준비를 시작한다.

먼저 공통적으로 해야 할 청소를 시작한다.

바닥 옷장 위 옷장 내부, 침상 모포 상태, 모든 바닥과 외관은 걸레를 사용하여

청소를 해야 하지만, 바닥에 물기가 남아 있어서는 안 된다.

 

제일 중요한 부위는 눈에 잘 안 보이는 곳이다.

이곳은 항상 흰 장갑으로 체크를 하기 때문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공동의 청소가 끝나고 나면 개인의 순검 준비를 한다.

이때 제일 신경 써야 할 것이 구두다.

구두코에 광이 나서 이빨에 고춧가루가 보여야 한다.

광을 제대로 내면 진짜로 이게 가능하다.

 

구두를 닦는 방법이다.

먼저 멕기를 입힌다고 한다.(우리말로 도금이다)

구두약을 듬뿍 묻혀서 구두 코부분을 집중적으로 발라서 구두 외부에 구두약을 두껍게 바른다.

이건 어느 정도 두꺼워질 때까지 계속하기 때문에 처음에 구두 닦을 때는 구두약이 약 4/1통이

들어가기도 한다.

이걸 잘해야 다음 과정인 광내기가 쉬워진다.

멕기를 입힐 때는 맨손 가락으로 해야 하고 손으로 문질러서 약간 광이 나려고 할 때까지

계속 문질러야 한다.

구두코만 하는 게 아니라 구두 전체에 다 발라야 한다.

이때 하는 말

-진짜 신사는 구두 굽에서 광이 난다.

그다음에는 광내기다.

먼저 입던 런닝을 찢어서 물을 묻힌 후 구두 솔에 문질러서 베가 부드럽게 만든다.

베에서 실이 닳아서 털이 살살 나오려고 할 때가 적기다.

그러면 다시 물은 묻히고, 구둣솔에 한번 문질러서 물을 어느 정도 제거 후

구두약을 묻힌다.

그다음 아까 멕기를 입힌 부분에 광이 날 때까지 계속 문지른다.

이것을 입김을 불어 가면서 계속 반복하면 진짜 거울같이 광이 나는 구두를 볼 수 있다.

그런데 멕기를 잘못 입히면 광이 조금 나다가 더 이상 안 난다.

구름 낀 날씨처럼 어중간하게 되어서 거울면이 안 되는 것이다

이럴 경우 당직 사관은 얄짤없이 구두코를 밟아 버린다.

쎄빠지게 닦은 것이 도로 아비 타불 되는 것이다.

 

난 해군에서 제일 확실하게 배운 것이 구두 닦는 것과 옷 다리는 것이다.

해군 근무복과 정복 다리는 것도 일반 사회인들과는 주름잡는 방법이 다르다.

 

 

취침 순검의 가장 큰 문제는 졸음과의 싸움이다.

낮에 하루 종일 공부에 시달린 피 끓는 청춘들은 머리를 대자 마자 졸음이 쏟아진다.

보통 순검 15분 전에 침대에 들어가는데 15분간을 누워서 있는 것이 진짜 고역이다.

순검 5분 전부터 눈을 감고 있는데 대부분이 5분 만에 곯아떨어지는 수준이다.

그래서 교반장은 계속 돌아다니면서 깨우는 것이 일이다.

 

순검 시작!

-순검 인원 보고! 총원 40명 사고 4명 현재원 36명 순검 번호!

-하나! 둘! 셋! 넷! ..........스물둘! 드러릉...

-이런 개시키들이

-순검 번호 다시!

-하나! 둘! ......열아홉! ..................조용하다.

아~ 주무시는 것이다.

 

결국은 총기상과 순검 5분 전을 몇 번 더 진행하고 그날의 순검이 끝난다.

 

이럴 경우 실제 걱정은 순검이 끝난 후다.

우리 내연사들의 경우 83기와 84기가 옷장으로 중간을 가려 놓았지만 실제로는 한 방이다.

순검이 끝나고 나면 옷장을 넘어서 83기들이 군기를 잡으러 온다.

그중에 개 같은 놈이 한놈 있었다.

 

실제로는 80인가 81기인데 무슨 사유 인지는 모르겠지만, 영창 같다오고, 유급을 하는 바람에 83기와

교육을 같이 받는 놈이 있었다.

비쩍 말라서 신경질적으로 생긴 놈인데 실제로 아주 신경질 적이었다.

 

어느 순검이 끝난 날 결국 나까지 걸려들었다.

주먹을 쥐고 가운데 손가락 중간 마디를 뾰족하게 만든 상태에서 목젖 있는 부분을

정확하게 세대씩 때렸다.

순간적으로 숨이 턱 막힌다.

진짜 죽을 것 같다.

나까지 서너 명 정도를 이렇게 패더니 자기도 겁이 났는지 다음 사람부터는

쪼인터를 까지 시작했다.

결국 이 쪼인터 덕분에 이놈은 다시 영창을 갔다.

동기중 쪼인터를 까인 친구가 그 부분이 곪아 오기 시작했다.

구타 확인 순검이라고 해서 수요일인가에 기립 순검을 받는 날에 순검중에

옷을 벗어서 구타 흔적을 찾는 행사가 있는데 거기에서 걸려 버렸다.

이유를 찾던 소대장에게 걸려서 그놈은 결국 또 영창을 갔고

이놈은 군대 생활을 끝냈는지 부적격자로 나갔는지 뒷 소식은 모른다.

그때 후유증으로 난 고음 불가로 노래를 못하게 되었다.

입대 전에는 기타도 치고 하면서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하던 내가....

 

이빨 교육이라는 것을 시키는데 이게 아주 유치하다.

-선임이라는 놈이 이야기한다.

-지금 낮이야 밤이야? (이게 미쳤나 한밤중에)

-예 밤입니다.

-뭐가 밤이야 임마 낮이지. 새끼야 지금 밝잖아(그래 알았다 시키야)

-예! 낮입니다.

 

그리곤 세워놓고 주먹질을 한참 한다.

-너 누구에게 맞았어(이때 정답은 안 맞았습니다! 라고 해야 한다.

-예! 홍길동 하사님께 맞았습니다.

-이런 개 자제분아! 내가 언제 때렸어 새끼야!

-예 맞은 적 없습니다.

 

나중에는 패는 놈과 질문하는 놈이 다르다.

패는 것은 안 본 놈이 마치 진짜로 도와줄 것처럼 다정하게 물어 온다.

역시 이때도 꼬여 넘어가서 진실을 말했다가는 죽는다.

 

이런 식으로 계속 반복하면 자신의 개인 보급품이나 사물을 뺏겨도

말을 못 하게 되고, 구타를 당해도 말을 못 하게 된다.

 

실제로 같이 교육을 받던 해병대 친구들은 전통이라는 미명 아래 후임 기수의

개인 보급품을 한기수 선임들이 전부 다 뺏어갔다.

그들은 교육 다음 기수가 올 때까지 갈아입을 속옷도 없다가

후임 기수가 오면 또 같은 방법으로 갈취를 했다.

해병대 친구들은 교육 기간 중 px에도 못 가게 했다.

 

순검 후 취침 시간에 웃기는 일이 있다.

종합 학교의 침대는 스프링 침대인데 2층 또는 3층으로 되어있다.

 

한참 자다가 보면 어느 순간 퍽 하는 소리가 크게 울린다.

침대 옆에 난간이 없기 때문에 2층이나 3층에 자던 사람이 몸부림치다가

떨어지는 소리다.

그래서 깨어보면 엉금엉금 기어서 침대로 올라간다.

참 신기한 것이 그렇게 떨어졌는데도 다치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신기한 인체의 적응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