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에 이야기 했지만 해군은 실전이 많다.
현역 생활 중에 두번의 간첩선을 잡은 적이 있다.
83년12월3일 이다.
지금은 다 오픈이 되어서 비밀도 아닌것으로 되었다.
인터넷에 '다대포 간첩작전'하면 수많은 정보들이 뜬다.
부임 오던 날 해역사 영창에서 맞은 가슴 때문에 힘들어 하던 때다.
진해에 수리를 다녀와서 해역사 사령부에서 대기를 한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갑자기 수리를 들어 간단다.
전부다 웬 횡재냐고 난리 부루스를 친다.
울산에 살림을 하고 있는 기혼자들만 울상이다..
그런데 통상적으로 항상 기지에는 경비를 담당하는 고속정 두척을 남겨두고
나머지 한척이 수리를 들어간다.
그런데 이번에는 다른 배들도 같이 수리를 들어 간단다.
진해에 도착하고 나서야 알려 주더라.
대 간첩 작전을 뛸것이라고..
대 간첩선 작전은 대부분이 긴급 출항후에 벌어지는게 일반적인 상황인데
이때는 그렇지 않았다.
그뒤에 한참 TV에 나와서 반공 교육에 이바지한 진충남과 이상규라는 간첩이
내려 왔을때다..
얘들도 처음에는 해안 근무하는 방위들이 잡았다고 했는데 결국은
2003년도에 국회에선가 북파공작원들이 자신들이 잡은것이라고 까 발렸다.
방위가 무장 간첩을 잡았다는게 가능은 하겠지만 웃기기는 했다.
이 사람들 기자 회견 이다.
mms://125.60.61.137/e_history/StreamSplit/DH/DH_1467_1983_01_03.WMV
그리곤 당일 저녁,
지난번에 이야기한 부장님이 총원을 침실에 불러 모았다.
상황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하더라.
그리곤 주의 사항과 여러가지 참고 사항들을 알려주었고..
[12월3일 야간에 간첩선이 다대포로 들어올 것이고
고정간첩을 잡기위해서 남파간첩을 내려주고 돌아가는 간첩선을
우리가 잡는다.
남파간첩은 특전사가 다대포 해수욕장에 모래를 파고 숨어 있다가 잡을 것이다.
내가 이 정보를 안 것이 작전 일주일 전이니
그당시 우리의 정보력도 대단했던 것 같다.
아마 미국의 인공위성 정보를 받은 것이겠지만...]
장포장은 딱 한마디만 한다더라..
-눈에 보이는 총알은 절대 내가 맞지 않는다.
그러니 대가리 들고 눈 똑바로 떠고 사격해라..
미리 준비를 했었는지 소주 댓병을 몇병 꺼내더니 정장님부터 맨 말단까지
한잔씩 돌렸다.
그리곤 유서를 쓰라고 하더라.
겁이 난다거나 하지는 않았고, 그냥 착찹하게 유서를 쓴것 같다.
부모님께 썼던것 같은데
젊은 혈기에.
"부끄럼없이 임무 수행을 하다가 죽는다"고 썼던 것 같다.
그때는 그렇게 용감했다.
손톱인지 머리카락인지를 같이 봉투에 넣어서 제출 했고...
나중에 그 봉투 어떻게 했는지 몰라....
그리곤 그날 저녁 전투가 벌어졌다.
해군에 함정은 다 끌어 모은듯 다대포 앞바다가 그날 밤에 바빴다.
조명탄이 계속 터지고..
조명탄을 밝혀도 그렇게 대낮같이 밝지는 않다.
그냥 흑백 사진 정도의 밝기라고 할까..
멀리서 보면 배는 잘 안 보이고
배 뒤에 물기둥만 보인다.
속도가 빠른 배들은 배가 달리면 배 뒤에 물기둥이
배 보다 더 높게 올라간다.
배 뒤에 물기둥과 하얀 포말만 보면서 사격을 한다.
우리편 끼리는 경고등을 켜서 서로 알려줘야 한다.
이게 안 되어서 우리편끼리 싸웠다는 전설도 있다.
3해역사 소속 고속정이 경고등을 켜지 않고 달리는 바람에
다른 고속정이 이를 간첩선을 오인하고 사격을 한 것이다.
내 자리는 후미 갑판 20mm 포대 옆 소총수다.
M 16 쏜다는 얘기다.
이 20mm 포가 소리가 진짜 크다.
크다기 보다 귀를 찢는다.
이놈은 발칸보다 더 시끄러운것 같다.
기관실에 엔진 소리만해도 정신이 없는데 이놈의 20mm가 옆에서 터져대니
내 고막은 더 정신이 없다.
갑판에 엎드려서 앞에는 탄약 통으로 보호막을 친다.
몸에는 방탄복을 입는다.
테레비에 나오는 방탄복 아니다.
해군 함정용 방탄복은 딥다 무겁다.
팔을 제외한 내 등과 앞을 모두 막아준다.
머리에는 화이바를 쓴다.
결국 내 눈주변만 제외하면 총알이 투수가 던진 공처럼 커버로만
날아 오지 않으면 내가 맞을일은 없다는 얘기다.
커버로 날아오는 총알을 맞고 죽는 사람은 없다.
확율적으로 내가 적 총알에 맞을 확율은 거의 0 에 가깝다.
그런데도 무섭더라.
바다위에 뜬 모든 군함들이 포와 총을 쏴 제끼니 하늘가득
불빛이다.
포와 총의 실탄들 사이사이로 탄착점 확인을 위한
예광탄이 들어 있는데 이것이 눈에 보인다.
네가 맞는 총알은 네 눈에 안 보인다는 장포장의 말도
다 까 먹었다.
자꾸 머리가 숙여지고 총구는 하늘을 보고 올라간다.
모든 총알이 다 나한테 오는것 같다.
그 상황에서도 역시 짬밥은 다르다.
장포장은 소총을 들고 갑판위를 날아 다닌다.
개새끼들아 대가리 들어~ 죽기 싫어면 대가리 들어 개새끼들아~~
대가리 숙이고 사격 하는놈은 여지 없이 짖밟힌다.
발로 차고 하는데도 이놈의 대가리는 얼마나 무거운지
올라 오지를 않는다.
한겨울 차가운 바닷 바람에 내 옷이 다 젖었는데도 춥지가 않다.
몇시간 후 상황이 끝났다.
같이 울산 편대에 있는 다른 고속정인 제비-157이 잡았다.
잡았다기 보다 잡혔다.
간첩선이 도망가다가 결국 갈곳이 없으니
같이 죽자하고 박아 버린것이다.
박아 놓고 보니 덩치가 너무 차이가 많이 났나 보다.
간첩선은 박살이 났는데 아군 함정은 함수에 큰 구멍만 났다.
이렇게 박살이 났다.
상황이 끝나고 사령부로 일단 다 귀대를 했다.
간첩선을 직접 박은 배는 잔치집이다.
이미 선수에 구멍 때문에 출항도 안 되겠다.. 간첩선은 잡았겠다..
니나노~가 된 것이다.
그럼 나머지 배들은 뭐할까?
뭐하긴 다시 나가야지..
뭐하러?
부유물 건지러..
간첩선이라는 증거를 찾아야 하고..
또 이런저런 이유로 물위에 떠 오르는 부유물을 찾아야 한다.
몇일 동안 계속 부유물 찾으러 나갔다.
기름 떨어지면 기름만 넣고
배고프면 밥만 먹고
주야장창 돌아 다니면서 떠 오르는것 줏어야 한다.
나중에 건진 부유물들은 한곳에 모아놓고 9시 뉴스에 나온다.
이렇게...
이 배는 제비급 최초이자 마지막으로 간첩선 휘장을 그려 다닌 함정이다.
나중에 청사포에서 잡은 배도 있지만 청사포는 기러기 급이었다.
해군에서는 간첩선을 잡으면 배 현문 옆에 휘장을 그려서 다니는데
고속정은 직접 잡기가 어렵다...
청사포 간첩작전
이때는 내가 제법 고참이어서인지 정확한 기억이 없는데 인터넷에 찾아보니
85.10.20일 이란다.
경비 중이었는지 긴급 출항이었는지는 모르겠는데 비상이 걸렸다.
난 그당시 전투배치시 내 위치는 기관실이다.
역시 군대는 짬밥이다.
난 총쏘러 안 나가도 된다.
몇시간 열나게 돌아 다니고 20mm 포소리와 콩 볶는 소총 소리가 제법 나더니
조용해진다.
한참 후 후임이 와서는 상황 끝이란다.
간첩선 잡았단다.
밖에 나가 봤더니 여기저기 정신이 없다.
기러기 급인 고속정에서 발칸으로 갈겼는데
간첩선은 흔적도 없어져 버렸다.
그 배의 발칸포 사수가 훈련소 DI 출신 장포사인데
자기 아들 이름을 부르면서 쏘았다는 전설이 있다.
아마 포탄이 다 없어 질때까지 쏜것 같다.
그분과 한번 술도 같이 한적 있는데 참 재미있는 분이었다.
잘 웃기도 하고..
그런분이 훈련소에서 DI 모자 쓰고 있으면 귀신같이 보인다.
이분이 술 마시면서 한 이야기
작전 끝나고 포상을 받으러 갔는데
자기가 화랑 무공훈장을 받았는데
육군 병장이 충무 무공 훈장을 받더란다.
열받아서 그사람에게 물어 봤단다.
너 진짜 본것 맞냐고?
그냥 어리버리 하게 가 버리더래..
해군이 육군에 비해 힘이 많이 딸린다.
그리곤
또 죽어라고 부유물 건지러 다닌다.
부유물을 못 건지면 간첩선이라는 증거가 없다.
다음날 낮에도 주구장창 돌아 다니는데 부유물이 안 보인다.
그래도 다음날 9시 뉴스에는 사령부 마당 가득
잠수복이랑,, 권총이랑..함정 조각이랑...이런 것들이 가득
있더라.
다른 배가 건졌겠지 뭐...
군인도 간첩선을 잡으면 포상금이 나온다.
그돈이 다 어디가는지는 모르지만....
다대포 때는 그래도 통장에 조금씩 꼽아 줬는데
청사포때는 회식 한번으로 때우더라..
결국 위에 놈들이 다 해먹은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윗대가리들의 식성은 대단하다.
육상 식당에 호텔 스탭들을 데려다가 음식 준비를 한다.
그리곤 고속정 요원들만 회식을 하는데
마지막에 열받은 편대장이 그러더라..
-귀관들 다들 고생 했는데 이것밖에 못해줘서 미안하다..
열받지?
-아닙니다.
-자 남자답게 한번에 잊자.
지금 옆에 있는 맥주병 하나씩 들어라..
그리고 벽에 힘껏 던져라..
와 기분 째진다.
퍽퍽 하면서 터지고 맥주 거품이 날리고...
청소는 육상 근무자들 몫이다.
그 편대장은 나중에 공로로 특진했다.
그러다 보니 웃기는 상황이 생겼다.
사관학교 선배들은 소령인데 자기는 특진으로 중령이 된거다.
선후배끼리 만나면 참 어중간 하다
서로 먼저 인사하기도 그렇고 또 안하기도 그렇고...
베스트 드라이버
한푼줍쇼
감샤 합니다.
맞아 죽을 오보
입맛 대로 골라 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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