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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사 이야기

이런 동생이 있다는 행복

by 머구리1 2014. 9. 16.

 

 

어제가 아버님 9번째 기일이다.

치매가 올 나이도 아닌데 지난번에 어머님 기일을 아버님 기일로 잘못 알고 헛갈렸다.

 

이번 아버님 제사까지는 제수씨가 제수를 준비하여 주기로 했다.

막내가 과일을 준비하고.....

덕분에 올해는 김여사가 편한 제사를 지낸다.

 

어제 저녁늦게 도착한 동생이 가져온 호두와 상황버섯이다.

김여사의 몸에 좋다고, 어디서 상황버섯을 구하고 밭에 호두나무에서 급하게 호두를

따서 왔다.

요즘 자기 사업인 장비일과 사과밭 또 감나무일로 정신 없이 바쁠텐데

형수 건강 때문에 일부러 밭에 가서 호두를 따서 왔나 보다.

얼마나 급하게 준비를 했는지 호두가 아직 다 마르지도 않았다.

 

제수씨는 또 형님 줄려고 은행을 말려 놓았는데 잊어버리고 못 가져 왔다고

안타까워 한다.

 

동생의 손을 보고 감동을 받았다.

얼마나 급하게 했는지 손바닥이 새까맣다.

호두 껍질에 손바닥에 물이 든 것이다.

호두가 완전히 익어면 겉껍질이 벌어져서 알맹이가 쉽게 나오는데

완전히 벌어지지 않은 호두는 일일이 겉 껍질을 두들겨서 벗겨야 한다.

급하게 가져오려는 맘에 완전히 벌어지지도 않은 호두를 따다보니

손에 호두 껍질 물이 다 든것이다.

 

호두 껍질 물은 조금 물들면 노란색으로 되고

약간 더 만지면 연두색으로 되고

더 심하게 만지면 검은색으로 물이 드는데

얼마나 급하게 깠는지 손가락 마디마디가 새까맣다.

 

혼자서 눈시울이 뜨거워져본다.

 

이런 동생을 어디서 볼수 있을까?

동생이라고 하지만 같은 50대인데 호두나무 타는것도 힘들 나이다.

그 힘든것을 하고 또 껍질까지 급하게 까서 왔다.

 

-줗은것이 있으면 못난 형과 형수 생각이 나는 사람.

-송이버섯 몇개를 따도 형과 형수 생각에 못 먹는 사람.

-처음 수확한 벼를 방앗간에서 쌀로 만들어서

-여동생들은 물론 그 동생들의 시부모님들께도 택배로 부쳐주는 사람.

-일부러 대봉감을 수확 할때는 형과 동생들을 모두 불러서 하룻밤 축제를 열어주는 사람.

-그리곤 그 형과 동생들이 충분히 감을 가져가고 나면 다른곳에 파는 사람.

-오미자 농사를 지어서는 단 1kg도 팔지 않고

   형제들이 모두 따 가게 만드는 사람.

-가족중 누군가가 고향집에 오면 또 어딘가에서 토종닭을 구해주는 사람.

-몇년 전 아파트 통로 사람들과 고향을 찾은 형을 위해서

  어디선가 아직 몸이 식지않은 고라니 한 마리를 구해 온 사람.

 

형수가 암 걸렸다고 사과밭옆 숲속에 원두막을 지어주는 사람.

또 형 귀찮을까봐 그곳에 텐트 한 동을 고정 설치하고 전기까지 설치해주는 사람.

그러면서도 형수 불편해 할까봐 전화 한통도 조심스러운 사람.

 

같이 할수있는 제수씨

 

또한 이렇게 집안을 만들어가는 김여사도 고맙고..

 

무슨 복에 이런 동생을 뒀을까?

부모님은 허술한 나를 대비해서 이런 동생을 내게 주고 가셨나 보다.

 

갑자기 가슴이 먹먹 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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