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과 뼁끼..
Paint의 일본식 발음이 뼁끼인지는 모르겠지만 독립을 한지가 반세기가 훨씬 넘었지만
아직까지 페인트보다는 뼁끼라는 말이 더 쉽게 들린다.
요즘 일반 기업체에서는 아예 도장 작업이라고 한국식으로 표현한다
월매나 좋은겨,,,한국적인게...
이것도 사실은 한문이지 싶다.
내가 친일파라서가 아니라, 그냥 현실감 있게 뼁끼라고 계속 쓴다.
오해 말아유...나 친일파 싫어해유...
해군 출신 중에서 뼁끼 작업을 한 번도 해 보지 않고 전역하는 사람이 있을까?
직별 구분 없이,
정말 육상에서만 근무하고 전역한 해군이가 아니면 다들 원 없이
뼁끼칠은 해 봤을껴..
해군 뼁끼는 보통 데끼 뼁끼(deak paint)라고 부르는 회색 계열만 알고 있겠지만
그것은 외부에 칠하는 뼁끼고 함정 내부에는 또 여러 가지 색상의 페인트가 있다.
그린...
화이트..
둘 다 술 이름 아니다...
블랙..
또 벽돌색 정도의 색깔도 있다.
뼁끼 순서야 다들 알겠지만 맨 처음 깡깡이 망치나, 진동해머를 이용해서 원래 있던
도장을 벗긴다.
그다음 스크레이퍼라고 부르는 도구로 덜 벗겨진 곳들을 벗겨내고..
그리곤 데끼 뻬빠라고 부르는 거친 사포를 이용해서 도장면이 매끈하도록 문지른다...
자신의 끗발에 따라서 아마 깡깡이 해머나, 스크레이퍼, 데끼뻬빠를 선택해야 할겨..
이렇게 깨끗하게 문지르고 나면 뿌라이마 (ptimer) 라고 부르는 벽돌색의 뼁끼를
바른다.
요즘은 하도라고 부르는 이 primer는 철판과 상부 페인트가 잘 붙게 해 주는 기능을 한다.
primer가 마르면 그 뒤에 군함 색깔인 데끼뼁끼를 칠하면 된다.
이게 갑판부에서 주로 하는 외부 갑판상에 칠하는 페인트다.
갑판부가 하는 외부 페인트의 단점은 추울 때 더 춥고, 더울 때 더 덥다는 것이다...
더울때 철판 위에서 깡깡이 하면 발바닥이 익어....
이래저래 갑판은 욕본다.
내부에는 좀 더 다양한 색상들의 페인트가 칠해진다.
물론 모든 페인트의 순서는 갑판상에 칠하는 것과 비슷하다.
우선 내부 옆면이나 천장에는 흰색의 페인트를 사용한다.
아무래도 때 탈 일이 덜한 곳에는 밝은 색을 쓴다.
그렇다고 실내 바닥에까지 흰색을 쓴다면 청소하는 쫄들은 탈영하겠지?
그래서 내부 바닥에는 녹색을 쓴다.
작은 배들은 옆까지 녹색을 쓰는 배도 있었던 것 같고....
캬~~ 쫄들에 대한 배려가 이래 높다....
역쉬 배려의 해군이다..
그런데 기관부의 경우 대부분 페인트가 실내가 많다.
기관실, 후타실 ,발전기실 등등....
실자가 붙었으니 다 실내지 뭐...
특히 부서를 가리지 않고 한 개씩은 다
창고 개념으로 사용하고 있는 격실이 있는데
이 창고 뼁끼가 사람을 잡는다.
창고 뼁끼의 순서는
일단 창고에 들어 있는 물건들을 다 끄집어내는데..
군대의 특성이,
뭐든지 일단은 안 보이는 곳으로 감추는 것이다 보니 온갖 잡동사니가 다 들어있다.
함정에서 사용하던 온갖 버리기 애매한 것들이 다 들어 있는데,
나중에 보면 빤스도 있고.. 심한 경우는 그곳에서 배설을 한 놈도 있다.
차암~개도 아니고....
물론 이런 일들은 쫄들의 일이지...
고참들은 나중에 뼁끼칠할 때 시범만 잠깐 보이면 된다.
안에 내용물들을 다 들어내면 또 도장면 세척을 해야 하는데 예전에는 이게 다 신나나
솔벤트로 했다.
신나나 솔벤트는 휘발성이 강해서 그냥 쥑인다...
나중에 며칠간 숨을 쉬면 속에서 솔벤트 냄새가 올라온다.
이것도 물론 고참들은 시범만 보이고,, ,, 뒤에 서서 있다가 나중에 보면 다 없어진다.
아~~요즘은 세척제로 신나나 솔벤트 안 쓴다.
아니 안 쓰는 게 아니라 법적으로 못쓴다.
인체에 해가 있거든...
가출한 애들 본드나 부탄가스 부는 것과 똑같은 효과가 난다.
다 청소를 하고 나면 본격적인 페인트를 하는데 다들 알겠지만 페인트가 잘 칠해지기
위해서 사용하는 희석제가 또 신나다...
쥑인다...
여기서도 물론 고참들은 시범만 보이고 어느 순간 없어진다.
아니 밖에서 망보고 있다..
why?
애들 맛이 갈 수가 있거든...
이 페인트 희석제 신나가 휘발성이 강하다 보니까 중독성도 강하다.
그래서 원래 페인트를 할 때면 환풍기를 설치해서 해야 하겠지만 군대라는 곳이
책대로 되는 곳이 아니잖아....
아~ 물론 예전에...
전에 한참 고딩들이 빈 아파트에서 불어 제끼던 본드에도 신나가 들어있다.
결국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중독이 되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신나게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그 노래가 구슬픈 노래로 바뀔즈음 애들을 밖으로 나오게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조금 있으면 자기들끼리 서로 상대편 얼굴과 몸에 에 뼁끼칠을 하면서 뒹굴고 있는
쫄들의 모습을 볼 수가 있다.
조금 더 있으면 몸으로 뼁끼칠을 한다.
조금 더 놔두면..
뼁끼통을 잡고 울고 있는 녀석들을 볼 수 있다.
이쯤 되면 중독이 심각한 것이다.
이 정도까지 가고 나면 정말 며칠 동안 속에서 페인트 냄새가 올라온다.
이러기 전에 노래를 부르는 단계에서 보통 선임들이 밖으로 나오게 한다.
물론 요즘은 방독 마스크 씌워서 잘할 거다.
너무 걱정하지 말자..
이밖에도 기관실 같은 곳에는 각 파이프의 내용물 별로 색깔을 달리 한 페인트를 한다.
공기라인...청수라인...해수라인....연료유라인...윤활유 라인...
다 색깔이 다르다.
화살표도 그려 넣고,또 두꺼운 마분지를 이용해서 글자를 새긴 후 침대 스폰지를 뜯어서
마킹을 하기도 한다.
요즘은 컴퓨터로 글자를 만들겠지만 예전에는 글자 수에 맞추어 사각형을 그린 후 일일이 한 글자씩 그린 다음 도루코 칼로 오려서 마킹판을 만들었다.
함정 맨바닥에는 검은색을 칠하지만 기관실이나 후타실 바닥은 또 벽돌색의 특수한 뼁끼를
칠한다.
기관실 바닥에는 빌지(bilge)가 고이기 때문에 일반 페인트를 사용하지 않고 내유성
페인트를 사용한다.
빌지는 엔진이나 펌프 , 또는 기름 탱크 등에서 흘러나온 기름과 물이 합쳐진 것을
말한다.
예전에 환경규제가 덜 할 때는 밤중에 경비 나가면 바다 한가운데서 펌프를 이용하여
바다에 퍼서 버렸다.
요즘 이렇게 했다가는 큰일 난다.
그럼 바닷물이 직접 접촉되는 함정의 외부는 어떻게 부식에 견딜까?
물론 페인트가 있어서 보호를 하기도 하지만 모든 함정의 외부에는 찡크 판(zinc plate)라는
아연 판이 있다.
이 아편 판은 철판의 부식을 자신이 대신해서 먼저 산화를 하기 때문에
가장 부식의 위험이 높은 함정 외부 철판을 보호하는 것이다...
물론 함정 외부의 흘수선 아래에는 (물에 잠기는 곳) 특수한 페인트가 적용되고.....
겨울에 작은 배들은 상가대(슬라이딩 도크)에 배 올려놓고 바닥에 붙은 홍합을 삽으로 밀어서 난로 위에 구워 먹는 재미도 쏠쏠하다.
요즘도 뼁끼칠 하는 방법은 비슷할 것 같다.
우야던둥 해군 수병들 직별 구분 없이 욕본다.
뼁끼를 칠하던, 밥을 하던, 기름을 만지던, 포탄을 옮기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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