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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가는 이야기

쓸개 빠진 놈

by 머구리1 2015. 12. 2.

 

 

 

 

몇 달 전부터 애를 먹이던 담낭을 검사하는 날이다.

수요일에 미리 예약되어 있는 삼성병원을 찾았다.

아침 일찍 예약이 된 덕에 비교적 한산한 9시에 초음파 검사를 할 수 있었다.

 

초음파 기계 위에 누워서 검사를 시작하자마자 의사가 놀랜다.

지난번보다 더 심하단다.

왜 수술을 안 하냐고 묻는다.

왜는.. 니미럴

내과에서 안 해주니까 못하는 거지..

 

검사를 끝내고 별로 내키지는 않지만 어쩔 수 없이 또 내과로 간다.

내 담당인 유 머시기 교수라는 양반은 의사가 맞나 할 정도로 어이가 없다.

항상 모든 것을 환자에게 결정하라고 한다.

지난 8월에 갔을 때도 수술할지 말지를 나보고 결정하란다.

내가 뭘 알아야 수술을 결정할 것 아닌가.

의료 지식이 전혀 없는 환자에게 수술을 결정하라는 게 도대체 이해가 안 된다.

 

담낭에 담석은 심할 경우 염증이 생겨서 암으로도 진행이 될 수 있고

또 담석이 부분적으로 깨져서 밀려 나오면서 담도를 막으면 엄청난 고통이 따른다고 한다.

그러면서 결정은 나보고 하란다.

그래 놓고 수술했으면 좋겠다고 했더니

원한다고 또 무조건 해 주는 것은 아니란다.

미친 새끼 그럼 어떻게 하라고....

그래 놓고는 차트에는 또 "환자가 수술을 원하지 않음"이라고 쓴다.

 

이번에도 별수 없다.

또 나보고 수술을 결정하란다.

수술을 하겠다고 했더니

진작 하지 왜 이제야 하냐고 지랄한다.

웃기는 새끼다

지가 안 해준다고 해 놓고는...

그러면서 차트에는 "환자가 CT촬영 후 수술을 원함"이라고 쓴다.

미친놈

내가 무슨 CT를 원해..

CT를 왜 찍는지도 모르는데..

 

결국 밖으로 나와서 외과로 연결을 해 준다.

외과에 의사는 보자마자 수술을 하는 게 좋겠다고 한다.

이형근 교수님인가 하는 분인데

내과에 의사 하고는 같은 의사라는 게 쪽팔릴 정도로 다르다.

 

언제 수술할 거냐고 묻길래

가능한 빠르게 하고 싶다고 했더니

내일 당장 하잔다.

이런 예쁜 의사 같으니....

당장 입원 수속을 끝내고 집으로 입원 준비를 하러 간다.

가는 중에 병실에서 전화가 온다.

검사를 해야 하니 빨리 입원하라고...

니미럴 어제부터 쫄쫄 굶고 있는데

한 이틀 더 굶어야 하나보다...

 

급하게 서둘러서 입원을 한다.

본관 건물 831호.

준비한다고 했는데도 세면도구는 빠졌다.

 

병실에 갔더니 환자복을 준다.

환자복이 맘에 드는 사람은 없겠지만 참 익숙해지지 않는 옷이다.

이 병실은 6인실이다.

보통 첫날은 6인실을 잘 안 주고 1인실이나 2인실을 주는데 병실이 찼나 보다.

 

맨 안쪽에 계신 분이 교통사고라는데 나이가 80 정도 되는데도 제일 정정하다.

벌써 3개월이 넘었다는데 아직도 병원 생활 중이다.

겉보기에는 멀쩡한 나이롱환자다.

그런데 이 분이 TV 리모컨을 가지고 있다.

천날만날 보는 게 TV조선이다.

그러면서 전형적인 경상도 할배의 특성을 가진 말들을 한다.

근혜는 신....

나머지는 다 빨갱이..

 

그 옆에는 50 먹은 총각인데 특별한 병명은 본인도 모르고

그냥 위장을 좀 잘라 냈단다.

진주에서 있다가 내려왔다는데

오랜 금식 때문인진 많이 신경질 적이다.

 

내 앞에 할아버지 한 분은 대장암 수술하신 분...

나중에 퇴원 무렵에 우연찮게 보호자인 부인과 의사의 말을 들으니

대장암 3기 말 정도 된단다.

 

내 옆에는 해군 항공단에 중사 한 사람이 있다.

부사관 220기 정도 된다고 한다.

엄청난 엄살을 달고 사는 녀석이다.

 

그런데 금식인 줄 알았는데 밥을 먹어도 된단다.

간단한 피검사만 마치면 밥을 먹어도 된다고 한다.

이런 횡재할 일이 있나?

점심때부터 병원 밥으로 먹고 저녁까지 알뜰하게 다 챙겨 먹었다.

밥 한 톨 안 남기고...

오후와 수술일 아침까지

심전도와 가슴 X-ray, 심장 초음파. 통합 폐기능 검사를 했다.

 

저녁 12시 이후 금식이라는데

저녁 먹고 나서는 별로 생각도 없어서 금식을 했다.

저녁 내내 인턴으로 보이는 의사 몇 명이 다녀갔다.

어떤 수술을 할 것이고

어떤 위험이 있고.

어떤 과정을 격을 것이고...

주치의인 이형근 교수가 찾아왔다.

수술이 내일 점심때쯤 될 거란다.

 

김여사가 신랑 수술한다고 아침 일찍 왔다.

오전 내내 노닥 거리다가 11시쯤 수술실로 옮겼다.

그냥 걸어가도 되는데 침대를 타고 누워서 가는 게 영 어색하다.

수술 대기실 앞에서 김여사와 이별을 하고

들어가서 대기하고 있는데 주변이 소란스럽다.

바쁘게 움직이는 의료진들의 소음이 여기가 수술실인 것을 실감하게 한다.

그런데 전혀 긴장이 되지를 않는다.

 

마취과 의사는 참 친절했다.

누구랑 같이 오셨어요?

김여사랑 같이 왔는데요.

수술실 들어갈 때 뭐라고 하던가요?

잘하고 오라고 하던데요...

예 잘 될 겁니다.

걱정 마세요..

자 주사를 놓습니다.

조금 불편할 수 있습니다.

이제 호흡기를 쓸 겁니다.

깊게 호흡을 하세요.

정신이 몽롱해질 겁니다.

그리고 바로 깜깜해지고 난 죽었다.

수술실에 들어가서 수술할 때까지 대기하는 시간은 짧았다.

 

지독한 통증과 함께 마취에서 깨어난다.

시간을 보니 오후 1시로 대기에서 회복까지 2시간 정도 걸린 것 같다.

정말 수술 직후에는 엄청난 통증이 왔다.

그 통증은 병실로 옮겨올 때까지 있었다.

다행히 병실에 눕고 나서 무통 버턴을 눌러서 강제로 진통제를 투여하고 나서는

통증이 줄었다.

무통 주사가 좋다.

진즉 좀 가르쳐주지.

아플 때 한 번씩 눌러주면 한두 시간은 통증 없이 지낼 수 있다.

이 무통 약은 1개로 퇴원할 때까지 사용할 수 있었다.

그런데 옆에 있는 해군 중사는 맹장 수술을 했다는데 무통 약을 얼마나

눌러 재꼈는지 두통을 다 써서 더 이상 추가가 안 된단다.

비 보험이라고 환자에게 반드시 동의를 구하고 사용한다.

무조건 해야 하겠지만...

 

이제 이놈의 운동하고 싸워야 한다.

간호사들은 들어올 때마다 운동 타령을 한다.

김여사 수술할 때 보니까 운동도 안 하고 뒷날부터 바로 밥 먹더만..

서울하고 창원 하고 다른가?

담당 주치의는 더 하다.

아 이 양반은 침대에 앉아 있는 꼴을 못 본다.

책을 읽고 있으면 질질 끌어내린다.

책은 집에 가서 읽고 운동하세요.

아~미치겠다...

 

그런데 이놈의 운동이란 게 문제가 있다.

좁은 병원 내에서 몇 시간 운동을 한다는 게 쉬운 게 아니다.

일단 수액걸이가 있다 보니 이 수액 걸이를 밀고 다니면서 복도를 걷는데

그 바퀴소리가 다른 환자에게는 소음이다.

난 이어폰을 귀에 꼽고 있어서 모르는데

갑자기 어떤 아줌마가 다른 수액 걸이대를 준다.

이게 소리가 덜 나니까 이것을 사용하라고....

그런데 이것도 빠르게 걸으면 똑같다.

해서

수액 걸이대를 들고 통로로 나갔다.

8층에서 1층까지 걸이대를 들고 오르내리려고..

간호사 한 명이 보더니 질겁을 한다.

그렇게 운동하면 안 된다고...

니미럴 그럼 어떡하라고....

 

결국은 포경 수술한 놈 마냥 새색시 걸음으로 천천히 복도를 걷는다.

이게 무슨 운동이 될까?

 

수술 다음날까지 금식을 하고 방귀가 나오던 안 나오던 다음날부터는 식사를 준단다.

다음날 아침은 죽이 나왔고, 점심부터는 밥이 정상적으로 나왔다.

무통 주사약 때문인지 퇴원할 때까지 별다른 통증은 없었다.

 

퇴원하는 날 아침에 피주머니를 제거했다.

하루 전에도 원하면 해 주는데 무통 약이 남아 있어서 그냥 뒷날 빼냈다.

8층에 있는 처치실에서 주치의가 제거를 하는데 통증이 제법 있다.

"조금 아픕니다" 하면서 피주머니 호스를 빼내는데 상당히 길다....

명치에 뚫린 구멍에서 옆구리까지 호스가 연결되어 있다.

호스를 빼고 나면 구멍을 메워야 하는데 이게 통증이 심하다.

"이번엔 많이 아픕니다"

그리곤 망설일 새도 없이 호치키스를 이용해서 구멍을 막는다.

철커덕 거리는 호치키스 찗는 소리가 네 번쯤 들리고

내 입이 악하고 벌 어질 때쯤 끝났다.

그리곤 투명 비닐을 덮어서 샤워를 할 수 있게 해 주면 끝이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가 일요일에 퇴원을 했다.

요즘은 일요일에도 퇴원이 된다.

응급실 수납을 하면 되기 때문인 듯하다...

수술비는 4박 5일 입원에 150만 원이 나왔다.

 

그렇게 우리 부부는 2015.11.26일부로 쓸개 빠진 연놈이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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