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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가는 이야기

김장 김치와 점달이 엄마

by 머구리1 2015. 12. 7.

 

 

 

 

지난 해 부터 아픈 김여사에게 부탁을 했다.

올해부터 김장 하지 말고 사 먹자고...

림프 부종이 올까 겁이 나서 가능하면 팔을 못 쓰게 한다.

 

작년에도 점달이 엄마에게 김치를 가져다 먹었다.

내 친구의 엄마이기도 하지만 희안하게 인연이 많다.

내 부모님이 돌아가실때 두분 다 마지막을 보신분이 이 아지매다.

내가 제일 아끼는 분이기도 하고....

내 어머님의 둘도 없는 절친이었기도 하다.

 

부모님 돌아가시고 나서 내 허전한 맘속에  부모님 자리를 대신 메꿔준 분이다.

해서 시골에 갈때마다 막걸리라도 사다 드리고

용돈이라도 얼마씩 잊지 않고 드리곤 한다.

물론 다시 돌아오는 것들이 더 많지만...

내 동생도 또 친 부모님 이상으로 많이 챙겨 드리고 있다.

이번에도 보니까 사과를 컨테이너 박스에 한 가득 가져다 드리더라.

 

작년에도 김치를 얻어먹고 용돈겸 김치값겸 드렸고

올해도 그렇게 하기로 했다.

물론 김치냉장고용 김치통 2박스에 삼십만원이면 비싸다고 생각 하는 사람도

있게지만, 한번도 비싸다고 생각한적 없다.

중간중간 얻어먹는 된장에 또 매번 시골갈때마다 얻어먹는 반찬들에 ....

김여사도 아지매 드리는 것은 하나도 안 아까워 한다.

 

그런데 그 분이 아프다.

13년전에 유방암 수술을 받았고, 완치 되어서 건강하게 잘 살고 계셨는데

이번에 척추쪽으로 전이가 되었단다.

다행히 빨리 발견이 되어서 항암을 하면 생명 연장은 가능한 모양이다.

치료를 잘 받으면 5~10년은 더 살수 있다고 한다.

의사들의 경우야 최악의 경우를 이야기 하니 이것보다는 훨씬 더 살겠지만...

우야던둥 건강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그런데 이미 항암을 해 본 경험이 있는 분이어서 치료를 거부 한단다.

지난번에 내가 전화로 잘 설명을 했더니, 치료를 하기로 한 모양이다.

왜 안 그러겠는가?

그 고통스런 항암 치료를 격어 본 사람은 그냥 죽고 말지 다시 항암을 한다고는

안 할 것이다.

 

여기저기 인터넷에 뒤져보고 또 유방암 카페에 물어서 알아보니

다행히 이번 항암약은 그렇게 힘들지는 않은 모양이다.

탈모도 없고 구토나 속 메슥거림도 별로 없단다.

단지 수족 증후군으로 손발에 껍질이 벗겨져서 헐수 있고

손톱이 검게 변하고 사람에 따라서는 손톱이 빠지기도 한단다.

그래도 항암이니 이정도의 고통은 견뎌야 한다는게 서글프다.

 

이제 김장김치 얻어 오는것도 이번이 마지막이지 싶다.

안타까운 김여사가

"아지매 내년에도 꼭 우리 김치 해 줘야 돼!" 하고 응석 부리듯

이야기 하지만 내년에는 농사일을 포기해야 할 것이다.

지금껏 참 잘 얻어 먹었다.

된장 고추장 김치, 호박 고추...시골에 나는 것은 뭐든 다 줄려고 하던 분인데...

 

꼭 건강 찾으셔서 내년에도 우리 김치 담궈 주시길 빌어본다..

아니, 김치 안 담궈줘도 되고, 고추장 된장 안 먹어도 되니까

건강이나 챙기시길....

아니 좀 덜 살더라도 고통이나 없이 살았으면 좋겠다.

 

이미 남편을 후두암으로 먼저 보내고,

둘째딸마저 스스로 명을 끊어서 이미 애가 없어진 분이다.

제발 더 이상의 고통은 없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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