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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

뉴스의 한 가운데였던 제주 여행

by 머구리1 2016. 2. 1.

 

매년 봄 어버이날 근처에 모이는 고향 친구 셋이서 하는 모임이 있다.

어느 날 누구의 제안이었는지는 모르겠는데 갑자기 한번 더 만나자는 얘기가 나왔다.

 

그래서 날짜를 맞춘 게 지난 1월 22일!

김여사 정기 검진 날이었으니 겸사겸사 중간 정도에 펜션 하나 잡아서 2박 3일쯤 쉬었다 왔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경옥이가 갑자기 제주도로 가자고 한다.

비행기표를 구해 놓을 테니 제주도로 3박 4일로 가잔다.

 

새벽녘인 5시 19분 창원역에서 출발하는 KTX를 타고 서울로 갔다.

이번에는 검사도 혈액검사와 엑스레이만 있어서 시간도 얼마 안 든다.

촌놈이 서울 지하철 탄다고 몇 번 헤매긴 했지만

그럭저럭 이런 시간에 검사를 끝내고, 경옥이네 집으로 가서

아들내미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공항으로 갔다.

 

김포공항에서 따땃한 밥 한 그릇으로 속을 채우고

비행기 탑승을 기다린다.

 

 

이때 까지만 해도 날씨도 좋고 아무런 걱정이 없었다.

꼼꼼한 경옥이 성격대로 어디서 무엇을 먹을 것인지까지 하나하나 계획을 세워 왔으니

즐기는 일만 남은 듯하다.

 

제주에 도착했을 때도 날씨는 좋았다.

3시쯤 도착을 했나 보다.

렌터카에서 차를 빌리고,

콘도로 가기 전에 근처에 있는 한림공원이라는 곳으로 들렸다.

시간이 늦어서 두어 군데는 이미 문을 닫았지만 그래도 굉장히 넓어서

폐장 시간에 겨우 맞춰서 다 볼 수가 있었다.

어느 개인이 조금씩 키워간 공원인 것 같은데 그 규모와 전시물들이 놀랍다.

 

 

허벅이라고 하던가?

제주 여인들의 물동이었던 것 같은데

사진 꽤나 찍었을듯한 그림이다.

우리도 여기서 꽤나 많은 사진을 찍었다.

 

 

 

 

 

삼다도라고 했던가?

돌이 많으면서 또 돌이 귀한 섬이 제주 아닐까 한다.

여러 돌들을 줏어다 모아서 예술품을 만들었다.

 

 

 

 

인위적으로 만든 것 같기도 하고 또 자연석인 것 같기도 한 바위다.

제주도 산 돌은 아닌 것 같고

나중에 보니까 브라질에서 들여온 돌도 있던데 이것도 같은 것 아닌지 모르겠다.

같이 있는 여러 종류의 분재들이 멋있다.

 

 

 

계절 급한 매화꽃은 벌써 꽃을 피운다.

 

 

 

분재 공원이라고 하는 코너인데 아름다운 분재들이 많다.

 100년이 넘은 분재들이 많고, 300년이 된 분재도 있었다.

분재를 만든 지가 300년은 되지 않았을 것 같은데

아마 수령이 300년이라는 이야기겠지?

믿던가 말던가?

 

 

 

바위 위에 작은 나무들인데 사진을 잘 찍으면 숲으로도 표현이 가능할 듯하다.

 

그리곤 콘도로 돌아와서 짐을 푼다.

저녁은 콘도 옆에 있는 횟집에서 먹기로 했다.

관광지 어서겠지만 꽤 비싸다.

한 접시에 십만 원짜리인 회는 창원에서 먹으면 5만 원짜리 정도 되려나?

그렇지만 손님이 많지 않은 곳에서 가게 유지하려면 그 정도는 받아야겠지.

그 덕분에 우린 멀리 나가지 않고도 제주도 식사를 즐길 수가 있으니...

 

 

첫날이어서 일찍 자기로 하고 잠자리에 드는데

콘도 옆에서 계속 망치질 비슷한 소리가 들린다.

그냥 잘 수도 있겠지만 예민한 사람들은 못 자나 보다.

결국은 콘도에 관리인을 불렀다.

관리인도 어디서 나는 소리인지 모르겠단다.

 

결국 다른 방으로 바꾸기로 했다.

같은 평수의 방은 없고, 조금 작은 20평대의 방 2개를 준단다.

역시 목소리 큰 놈이 제일인 나라다.

 

뒷날 소리의 원인을 찾았더니

오래된 벽면의 포장재가 떨어져서 바람에 떨어졌다 붙었다 하는 소리였다.

 

 

방을 옮겨서 잠을 잘 자고 난 다음날 아침

세상이 뒤집혀 있었다.

밤새 바람소리가 시끄럽긴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눈보라는 앞이 안 보이게 날리고

바람은 파도를 일으켜 해변을 집어삼킬듯한 기세다.

그렇게 우리의 제주 유배 생활은 시작되었다.

 

 

간밤의 바람 소리에 설친 잠을 깨고 바깥은 바라본 우리는 입을 다물수가 없었다.

콘도 앞 주차장이 온통 눈으로 덮여서 새하얀 천지로 변해 있었고

각각의 사정을 안은 차들은 눈 속에 파 묻힌 채,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둥근 형상으로 변해 있었다.

나중에 뉴스를 통해서 들은 이야기로는 제주 역사 37년 만의 폭설이고 한파란다.

한라산에는 총 168cm의 눈이 왔단다.

 

평소 그렇게 많은 눈이 오지 않는 제주는 전쟁터로 변해 있었다.

이때 까지만 해도 제주도가 그렇게 지옥으로 변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콘도에는 정전까지 와서 더 캄캄해지고 있었고

10시 이후에는 난방을 해 주지 않는 콘도의 정책상 집에 누워 있기도 그랬다.

결국 버스가 다닌 길을 따라서 길을 나서 보기로 한다.

 

밖엔 추워서 구경을 못할 것이고

만만한 실내인 여미지 식물원을 가 보자고 했다.

여미지 식물원까지 가는 길이 만만찮다.

큰길에는 어느 정도 눈을 치웠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 눈이 많이 있고

또 제주 남쪽인 서귀포 쪽으로는 아직도 폭설이 내린다.

 

서울 사는 경옥이가 눈길 운전을 많이 해 봤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운전을 맡긴다.

아슬아슬하게 길을 나선다.

조금 가다가 보니 밀감 밭이 보인다.

제주도 왔으니 또 밀감 맛은 봐야 하지 않을까 하여

차를 세운다.

 

레드향 5킬로 한 박스를 4만 원에 사고 작은 밀감 밭에서 기념사진을 찍는다.

제주도 구경은 처음이고 끝일뻔 했다.

그래도 밝은 곳에서 찍으니 사진은 잘 나온다.

 

 

 

 

 

 

다시 여미지 식물원으로 가는 길은 제주도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어느 곳에서는 날씨가 봄날처럼 따뜻해서 눈이 다 녹아 있었고

또 조금만 더 가면 한겨울 폭설이 쏟아지고 있었다.

이동시간 10분 사이에 극과 극의 날씨를 체험한다.

 

돌아오는 길에 제주도 흑돼지를 하는 곳에 가서 점심을 해결했다.

600g에 6만 원인가 했는데 역시 비싸다.

여섯 이서 밥 한 끼 먹으면 보통 15만 원 근처가 나온다.

 

다시 콘도로 돌아왔지만 여전히 정전이다.

옆을 보니 다른 곳에는 다 전기가 오는데 우리 콘도만 전기가 안 들어온다.

결국 콘도의 전기 시설이 잘못된 것 같다.

 

그럼 낮부터 좀 손을 보던지....

카운터에는 입 험한 사람들이 카운터 지키는 아가씨와 언쟁을 벌이고 있다.

죄 없는 카운터 아가씨만 죽을 맛이다.

덕분에 그날 방값은 반으로 하고

뒷날 아침까지 콘도 측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것으로 되었나 보다.

물론 뒷날 아침 제공된 무료 식사는

영 아니올시다였다.

양도 아니고,,, 질도 아니고....ㅎㅎㅎㅎ

공짜가 다 그렇지 뭐....

 

그렇게 또 하루가 지나고,

제주공항 폐쇄 소식이 계속 불안하다.

토요일 자정까지 폐쇄됐던 공항은

결국 일요일 12시,, 월요일 9시로 연기되어 우리를 불안케 한다.

 

설마설마했던 불행한 소식은

현실이 되어 월요일 저녁까지 공항이 폐쇄되면서 우리의 비행기표도 물 건너갔다.

 

그때부터 우리도 전쟁에 참전을 하게 된다.

기껏 예약한 표가 금요일 11시...

집에 다슬이에게 계속해서 컴퓨터로 알아보라고 했다.

 

결국 젊은 사람들이 빠르다.

시간이 좀 지나서 목요일 비행기가 있단다.

일단 예약을 하고 조금 더 기다리니 수요일 11시 40분 비행기가 잡힌다.

 

이제 됐다.

다슬이에게 고생했다고 하고

더 이상 알아보지 말라고 했다.

이제 맘 놓고 푹 쉬자...

 

맘을 놓으니 술도 잘 들어간다.

어차피 수요일까진 못 움직인다.

 

하루를 더 제끼고 화요일이 되니 이제 날씨도 많이 따뜻해졌다.

그냥 시간을 보낼 수는 없어서 조심스럽게 나서 보기로 한다.

 

차에 체인을 풀고

성산일출봉 쪽으로 가 본다.

큰길에는 다 녹았던 눈들이 산 근처로 오니까 그대로 있다.

목숨 걸고 관광을 할 필요가 있을까 했지만 그래도 다니는 차들을 믿고 같이 가 본다.ㅏ

 

길 중간중간에는 눈 오는 날 포기하고 간 차들이 길을 막고 있다.

겨우겨우 비자림이라는 곳을 찾았다.

 

 

 

 

 

 

 

원래 비자나무는 그렇게 큰 나무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상상을 초월한다.

비자나무가 이렇게 아름드리나무가 돼 있다.

신기하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권해본다.

여름에 가도 괜찮을 듯하다.

한 시간 정도 걸리는 코스인데 좋은 여행 코스인 것 같다.

 

성산 일출봉에 가서 점심을 먹고 일출봉을 올라가 봤다.

그동안 제주도를 몇 번 갔고,

또 성산 일출봉도 몇번 갔지만 산에는 한 번도 못 올라가 봤다.

아래에서 보며 힘들어 보이는 산인데 실제로 올라가면 쉽게 올라갈 수 있는 산이다.

 

 

 

성산 일출봉을 돌아보고 오는 코스는 최악이었다.

네비가 네 중간에 지름길로 안내를 한 것인지는 모르겠는데 산 쪽으로 안내를 하는 바람에

눈길을 아슬아슬하게 돌아올 수 있었다.

한 사람에게 계속 운전을 맡기는 게 미안해서 내가 운전을 했는데 눈길에 운전이 서툰 내게

최악의 드라이브 코스였던 것 같다.

왕복 4차선 길이 중간중간에 버리고 간 차 들고 쌓인 눈들로  인해서 겨우 왕복 2차선으로

먼저 간 차의 바퀴 흔적만 따라서 움직이는데 반대편에서 차가 오기라고 하면

부딪힐까 봐 아슬아슬한 곡예 운전을 한듯하다.

 

그렇게 힘든 운전을 하고 콘도에 돌아온 시간이 저녁 6시쯤 되었나 보다.

그래도 제주도 와서 하루라도 여행을 했으니 다행이다.

 

5박 6일간

콘도에 숙박비는 꼬박꼬박 늘어가고

주차장에 퍼져서 자고 있는 렌터카는 하루 8만 몇천 원을 주워 먹고 있었다.

천재지변에 의한 강제 연장이지만 렌터카나 콘도에서는 봐주는 게 없다.

아니 렌터카는 더 심했다.

3박 4일에 16만 원으로 하루 4만 원 정도 하던 렌트비가

그냥 1일 계약으로 되어서 하루 6만 몇천 원이라고 한다.

참 제주도 인심이 고약하다.

TV에서는 미담도 많이 나왔지만

미친 날씨에 갈길 헤매는 관광객들에게 4km 가는데 10만 원 받은 택시나

평상시 3만 원 하던 숙박비를 30만 원까지 받았다는 공항 근처 모텔들은

제주 인심을 잃게 하는 일등 공신이지 싶다.

물가 비싼 거야 어차피 관광지라고 생각하면 그만이지만

어려운 상황을 이용해 먹는 사람들은 많이 아닌 것 같다.

 

또 제주도를 갈 일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주변의 권유대로 그 비용이면 차라지 가까운 동남아가 나을 것 같기도 하다.

더 가까운 중국도 있고..

 

그렇게 뉴스 한가운데서 있었던 제주도 5박 6일의 여행이 끝이 났다.

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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