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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가는 이야기

늦은 해맞이

by 머구리1 2017. 1. 10.

애시당초 해맞이에는 관심이 없다.

매일매일 떠 오르는 태양인데 궂이 새해 첫날이라고 다른 해가
떠 오를것도 아니고 해서

남들 다 가는 해맞이도 보통 이불속에서 맞는 편이다.

 

회사에서 단체로 늦은 해맞이를 간단다.

새해 첫 해가 떠 오른지 7일만인 1월7일 진해 시루봉으로 해맞이를 간단다.

그렇게 썩 내키진 않지만 그래도 못 갈정도는 아니니 같이 가본다.

 

아침 6시50분에 모인 진해드림파크 주차장은 까맣다.

도심에서는 6시만 넘어도 제법 밝은데

산속에는 7시가 되어도 깜깜하다.

7시가 조금 안 되어서 떡 한개로 요기를 하고 길을 나서긴 하지만

깜깜한 밤길이 위험해 보인다.

 

드림파크를 지나서 시루봉 임도를 바로 건너서 산을 들어서는데 예사롭지가 않다.

정상적인 등산로는 아닌듯하다.

시루봉은 진해사람들이 많이 오르는 산이어서

길이 잘 되어 있을것 같은데 영 아니다.

전에 한번 와 본적이 있는데 그때도 길이 좋았다.

그런데 이번엔 선두가 길을 잘못 들었나 보다.

길도 아니고 그냥 산등성이를 타고 가는데

너무 경사가 심하고 바닥도 낙엽으로 인해 미끄럽다.

사고가 날까 걱정을 하면서 앞쪽 불빛만 따라간다.

너무 가파른 경사 때문에 중간중간 강제휴식을 하지만

숨이 가뿐건 나 만이 아니다.

겨울 새벽에 많은 땀을 흘렸다.

 

깜깜한 어둠속에 험한 산길을 가는 것은 위험하다.

가끔 앞사람을 너무 붙어서 따라가는 바람에 나무 꼬챙이가 얼굴을 때리기도 한다.

니미럴 군자는 대로행이라 했거늘...

 

결국 1시간 정도를 올라가서 숨이 할딱거릴쯤 정상적인 등산로가 나온다.

길이 넓어지면서 조금씩 밝아지기도 한다.

해가 뜨기 직전에 시루봉에 도착했다.

 

먼 바다에서 해가 뜨려는데 구름이 막고있다.

그래도 오랫만에 보는 해맞이는 황홀하다.

찬 바람이 귀를 때리지만 오랫만에 느껴보는 상쾌함이다.

 

 

 

어렵게 올라온 해가 보인다.

매일 하루도 쉼 없이 올라오는 저 해도 힘들겠다.

 

 

 

 

저 아랫쪽 진해에 해군 신병훈련소도 보인다.

지금은 해군에서 훈련을 받는 모든 이들이 이 시루봉을 올라온다.

이시간쯤이면 익숙하지 않은 아침 훈련에 힘들어하고들 있을것 같다.

지금 서 있는 곳이 멀리서 보면 보이는 "해 병 혼" 세 글자중 "혼"자가 있는 곳이다.

 

 

 

올라온 진해쪽이다.

 

 

 

민석이가 성남함에서 함정근무를 마치고

전역할때까지 육상근무를 한 부도가  저 아래 보인다.

 

 

 

 

주변 산들도 아름답고...

 

 

 

시루봉이라고 적힌 표지석이 새롭다.

30몇년 전 덕산쪽에 유격및 사격장이 있어서 내가 총들고 오리걸음으로 올라온 이 산을

14년도에 민석이도 훈련병 신분으로 이곳을 올라왔다.

아빠를 뒤를 따라온 아들이 좋다.

 

 

 

저 아랫쪽이 해군교육사 야전교육대지 싶다.

매 기수 신병들이 저곳에서 여기 시루봉을 올라오는데

나중에 민석이에게 물어보니

바로 올라오는 것이 아니고, 여기저기를 돌아서 올라온다고 한다.

그래서 힘들다고 하는 모양이다.

 

 

 

산행을 마치고 진해시내에있는 밀양돼지국밥집에서 아침을 먹는데

진해답게 해군들이 많다.

부사관들도 출근전 밥을먹는지 몇이 보이고..

조금 있다보니 수병들 여섯명이 들어온다.

전부가 일병들인것을 보니 첫 휴가를 나가는 모양이다.

 

서빙하는 분을 불러서 6명 국밥값을 계산해 줬다.

큰돈은 아니지만 아침에 녀석들 기분을 좋게 해 주고 싶다.

서빙하는분이 이야기를 했는지

여섯이서 우루루 일어나서 인사를 오려고 한다.

손사래로 그냥 앉아서 밥 먹어라고 했다.

나 역시 기분좋은 아침이다.

남은 군생활도 무탈하게 잘 끝내길...

 

아울러 모두들에게 행운이 가득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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