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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끄적

먼길 떠나는 친구에게

by 머구리1 2018. 6. 26.

먼길 떠나는 친구에게

 

멀고 긴 초행길
홀로 가는 친구야
가는 길이 두렵고 황망이지?

 

두 딸의 눈물
한강 되어 앞을 막고
아내의 한숨이 발길에 밟혀
내딛는 발걸음 천근만근이겠지만
다 잊고 가라.

행여 맘속깊이 풀지 못한 
원망이나 한이 있거든
삼베옷 고름에 묶어
다 버리고 가라.

 

 

북망산 가는 길 어딘가에
정자 하나쯤은 있을 테지?
가는 길 목마를 테니 
정자 귀퉁이에서라도 잠시 쉬면서
내 술 한잔 하고 가시게.

 

 

숨 고르고
다시 길 나설 때 버선 한 짝 벗어놓고 가면.
훗날 나 그길 갈 때
자네 흔적인 줄 알고 
반갑게 쉬었다 가지.

 

혹여 그곳에서
이곳이 보이거든
어린 두 딸 뒤에서 등불 켜 주시게.
아직 세상을 혼자 걷기는 어린 나이니
보이듯 안 보이듯 
뒤에서 살펴주소.

 

 

무시로,
자네 떠나고 황망하여
눈물조차 말라버린
안사람도 챙겨주시게.
세상 부딪히기에는 너무 여린 사람인 것
친구가 더 잘 알 것이니
앞길에 돌뿌리 보이거든
살포시 다리 받쳐주소.

 

 

그곳에 좋은 자리 보이거든
자리 잡고 기다리시게.
술 한잔에 목축이며
이승에서 못다 한 이야기
마저 풀어보세.

 

 

오늘 밤에는
비가 퍼부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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