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저녁
운동을 마치고 TV 채널을 돌리다가
케이블채널 어딘가에서 인간극장 재방송을 보게 됐다.
72세 남자와 63세 여자 부부의 세상 사는 이야기였다.
15년 전쯤 결혼을 했다는데 72세 남편은 맹인으로 초혼이었고
여자분은 아들 둘이 있는 상태에서 이혼을 해서 재혼이었다.
사는 모습이 너무 아름다웠다.
아니 아름답다는 표현이 적절치 않을 만큼 행복해 보였다.
물론 TV 프로그램이니
적당히 보기 좋게 편집을 했을 테고
또 예쁘지 않은 모습들도 있었겠지만
사람의 살아가는 모습들은 숨긴다고 다 숨겨지는 것도 아니고
꾸민다고 다 예쁜 것도 아니다.
매사에 긍정적으로 사시는 두 분의 모습이 너무 좋아 보인다.
결혼 시 여자분인들 왜 주변의 눈이 두렵지 않았을까.
맹인에게 시집가는 자신을 보는 주변의 눈이,
뭔가를 바라고 간다는 생각에 얼마나 망설였을까?
남편분 또한 쉰 느지막에 새삼스레 아내를 맞이한다는 게
주변 눈에 얼마나 신경 쓰였을까?
다 이기고 두 분 만의 인생을 정말 멋있게 살아가는 모습이 아름답다.
일흔둘의 늙음을 탓하지 않고, 아직도 기타를 치고
어디서도 정식으로 배운 적이 없을 법한데도
제법 수준급인 하모니카 연주...
할 줄도 모르면서 드럼 세트에 앉아서
한번 소리내 보는 모습들이
내 삶을 돌아보게 한다.
저분들보다 훨씬 많은 것들을 가졌음에도
세상을 향한 불평불만에 가득한 내 자신..
놓고 싶지만 놓지 못하는 현실..
비우고 싶지만 비우지 못하는 마음들...
오지 않은 내일에 대한 걱정...
나 또한 저렇게 늙어가고 싶다.
욕심내지 않고
탓하지 않고
비난하지 않고
후회 없이 살고 싶다.
*인간극장 : 노성씨의 신바람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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