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서 자주
허비하는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을 한다.
늙어가는 것인지
60대에 들어선 이유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무의미하게 보내는 주말의 이틀이 아깝더라.
어느 때는 주말 이틀 동안 집 밖을 한 번도 안 나온 적도 있다.
해서
김여사와 이야기해서 주말에는 고향집에 가 있기로 했다.
항상 어디를 가도 김여사와 함께 움직이는 것이 습관화되어있다 보니
혼자서 시골집에 간다는 게 어색하긴 했으나
일단 시행해 보기로 했다.
토요일 아침
일찍 짐을 꾸려서 고향집으로 향했다.
그동안 거실에 자리를 잡고 있던 드럼 세트와 기타를 모두
분해해서 차에 싣고 고향집으로 떠났다.
빈집으로 있는 고향집에서의 분실이 약간 염려되어
생일선물로 받은 테일러 기타는 집에 두고 평일에
연습하기로 했다.
시골집 뒷방에 임시로 악기들을 설치했다.
책장에 족보 세트가 어색하다.
아직 정리가 안되어서 보면대와 드럼의 하이햇이 부딪힌다.
다음번에 의자를 치우고 다시 세팅을 해얄것 같다.
설치 후 동네를 한 바퀴 해본다.
몇 분의 할머니들이 있지만 사람보다는 개가 더 많이 보인다.
다운받은 드럼 연주곡을 두어 시간 드럼을 치고 나니 그것도 힘들다.
일렉기타를 연습하려고 이펙트를 연결하려는데
아답터가 없다.
여기저기 다 찾아봐도 안 보인다.
집에 있는 통기타용 이펙트에 겸용으로 사용한다고 통기타 케이스에 넣어 둔 것 같다.
결국 일렉기타는 연주도 못해보고 통기타만 조금 만져본다.
저녁에는 오랜만에 소낙비가 내렸다.
창원에는 비간 안 왔다는데 오도재 아래 고향집에는 한 시간 반 정도 소낙비가 시원하게 내렸다.
들녘에 고추니 고구마니 수박등의 농산물들이 반길 듯하다.
비 온 뒤에 도치골 쪽 산에 운무가 예쁘다.
일요일엔 아침에 실봉쪽으로 산책 삼아한바퀴 했는데 넝쿨 딸기가 중간중간 탐스럽게 익었다.
몇 알 따서 입에 넣었으나 예전 맛은 아닌듯한 게
내 입맛이 예전 입맛이 아닌 거지.
열 시쯤 드럼 연습 두어 시간 하고 동네를 나섰더니
위쪽 밭에 필승이네 아짐이 마늘을 캐고 계신다.
내 어머님과 절친이고, 또 고향마을 출신인지라 내 아버님에게도
오빠 오빠 하면서 잘 지내던 분이다.
이제 연세가 많아서 제대로 걷지도 못하고 앉은뱅이가 되어
뭉시적거리며 밭을 기고 있다.
필승이가 말하길 집에 있으면 심심해하셔서 그냥 놀기 삼아 모시고 왔단다.
잘했다 하고, 지갑을 보니 현금이라고는 딸랑 오만원이 전부다.
요즘 카드로 모든 게 다 되는 세상이니 현금을 잘 가지고 다니지 않다 보니
이럴 경우는 난처하다.
딸랑 오만원을 "아재와 저녁이나 한 그릇 하시라"고 변명 같은 말과 함께 건넨다.
아짐은 이제 사양할 힘도 없나 보다.
손사래도 됐다고 하면서 힘없이 웃는 모습이 안타깝다.
하루를 더 사리더라도 제발 건강하게 사시길....
점심을 강권하는 상갑이네 집에서 국수로 한 그릇 때우고
풋고추와 상추를 따 가라고 신신당부하길래 사양하는 것도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
비닐봉지에 한 줌씩 따다가는 저녁에 잘 먹었다.
특별하게 한 일은 없으나 그래도 집에서 빈둥 그리는 시간보다는 훨씬 알차게 보낸 것 같아
조금은 기분이 좋다.
이번 주에는 금요일 저녁에 올라갈까 싶다.
재미를 붙이면 금요일 저녁에 올라가서
월요일 아침에 바로 출근해도 좋을듯하다.
할 일 없으면 산에 도라지라도 캐러 가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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