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안개가 짙게 피어오르는
뿔땅골 연못 끄트머리쯤
단듯 안 단듯 실지렁이 한토막을
꿰어 넣는다
딸각딸각 움직이는 찌
동그라니 퍼지는 파문을 두고
당겨진 낚시줄 끝엔
지렁이 한 토막에 목숨 건
피라미 한 마리 대롱대롱
어차피 피래미 밖에 없는 연못인데
그냥 살려보낸다.
고기를 낚는 건지
시간을 낚는 건지
이도저도 아닌
나를 낚는 건지
뭔지도 모르는 기대감에
또 지렁이 토막을 던져 넣는다.
낚고 또 낚고
돌려보내고 또 돌려보낸다.
피라미도 나도
참 뻘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