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여름
이런저런 사정으로 장모님과 장인어른의 천도재를 모시고 제사를 없앴다.
동시에 장인어른의 산소도 장모님 옆으로 이장을 하자 했으나
한 사람의 반대로 이장은 못하고 제사만 없앤 결과가 나왔다.
김여사의 여린 마음에 그게 걸렸을까?
한 달쯤 전부터 계속 꿈에 장모님이 나온단다.
꿈에 나와서는 계속 배가 고프다고 한단다.
신기한 게 그때쯤 내 꿈에도 장모님이 한번 나오셨다.
꿈이란 게
일반적으로 기억의 테두리 안에서 나오는 것이니
내 결혼 전에 돌아가셔서 내가 뵌 적이 없는 장모님이
내 꿈에 나온다는 게 신기했다.
뒷날 김여사에게 꿈속의 기억을 이야기하니 얼굴 생김새와 머리 모양이
장모님과 비슷하단다.
꿈속에서 장모님을 내가 그냥 알아본 건지
장모님이 "내가 자네 장모네"라고 얘기했는지는 기억에 없다.
단지 내게 몇 번을 "고맙다"라고 얘기한 기억은 있다.
김여사가 꿈 이야기를 주변에 친하게 지내는 언니에게 이야기했더니
간단하게 밥을 해서 산소에를 다녀오라고 하더란다.
해서 토요일에 산소에를 다녀왔다.
탕국과 밥을 준비하고 생선 굽고,황태포도 사고,
튀김과 전 약간 그리고 나물과 과일까지
간단하게나마 구색을 맞춰 두 분의 산소를 찾아뵈었다.
때맞춰 취직시험에 합격한 둘째와
아직도 공부 중인 아들내미까지 대동해서
따뜻한 봄 햇살과 봄바람도 맞아본다.
내려오는 길에 산소 찾아온 큰처남 부부도 만났다.
30년 넘게 산소를 다녀도 산소에서 만난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
어디에 땅을 샀다고 부모님께 신고하러 왔단다.
두 분이서 외동딸 건강이나 잘 지켜줬으면 좋겠다.
산소 주변 목련은 벌써 꽃을 피우고 있다.
피는지도 몰랐던 매화는 벌써 지고 있다.
'살아 가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녀석씩 떠나간다. (0) | 2021.03.15 |
---|---|
접골초(광대 나물) (0) | 2021.03.13 |
過猶不及 과유불급 (0) | 2021.03.05 |
中立 (0) | 2021.03.03 |
또 한 사람이 떠났다. (0) | 2021.02.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