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난 지 4주 만에 결혼을 하고
참 어색하게 신혼여행을 간 첫날 저녁에
맥주한잔 놓고 김여사와 약속한 것이 몇 개 있는데 그중에 하나가
"어떤 일이 있더라도 잠은 한이불 덮고 자자"였다.
살다 보면 부부싸움할 일도 있을 것이고
몸이 안 좋아서
술을 마셔서 등 여러 가지 사연으로 각방을 쓸 일이 생기더라도
꼭 한 이불 덮고 자자고 약속을 했었다.
그게 부부라고 생각을 했긴 때문이다.
그리고 삼십 년을 잘 지켜왔다.
그러던 것이
각방을 쓴 지 이제 2년이 넘었다.
항암을 할 때도 잘 지키던 약속이었는데
2년 전쯤 심한 불면증으로 김여사가 힘들어할 때
서로의 배려(?)에 의해 따로 자기 시작한 것이
이제 습관이 되어 버렸다.
불면증이 심해서 잠들기가 많이 힘들었던 시기
아내는 자신의 불면증으로 인해
뒷날 출근할 남편이 못 잘까 봐서 따로 잠자리를 펴기 시작했고
난 나대로
나로 인해 아내의 수면에 방해가 될까 봐
그렇게 적응을 해 버린 것이
벌써 2년이 넘어버렸다.
암은 많은 것을 바뀌게 한다.
아프기 전 우리 부부는 여행을 참 많이 다녔다.
금요일 저녁만 되면 그냥 둘이서 길을 나섰다.
목적지를 정해서 가기도 하고
어느 때는 목적지 없이 그냥 즉석에서 방향을 정해서 가기도 했다.
연말에 긴 연휴에는 3년에 걸쳐 부산에서부터 동해안 국도를 따라서
강원도 고성에 있는 통일 전망대까지 구석구석 여행을 하기도 했다.
이제 아내는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다.
집 떠나는 것을 귀찮아한다.
사람 만나는 것도 싫어하게 됐다.
사람 만나서 부대끼는 것을 어려워했다.
이 사람 저 사람들이 오랜만에 묻는 안부도 부담스러워했다.
안타깝기도 하고 미안키도 하고 서운하기도 하다.
우리 부부의 인생관이라고 해고 좋고
삶의 목표라고 해도 좋을 것이
"재미있게 살자"였다.
재산을 불리는데는 통 소질이 없으니
재미있게라도 살자고 했다.
돈복 없는 사람이 돈에 욕심을 내면 추해진다.
돈에 욕심을 내면 지갑을 꺼내야할 때 망설여지고
그래서 사람이 추해진다.
이제껏 재미있게 살려고 노력했고
또 그렇게 살아왔던 것 같다.
계속해서 재미있게 살고 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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