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살아 가는 이야기

21년 추석

by 머구리1 2021. 9. 23.

긴 추석 연휴가 끝나고 열흘만에 출근을 했다.

중복 휴일과 회사에서 하루를 더 쉬게 해 주는 바람에 지난 일주일을 푹 쉬었다.

열흘 동안 낮의 길이는 제법 짧아져서 6시 전에 출근을 하는 나의 아침길은 어둡다.

 

 

추석 이틀전인 일요일에 고향집으로 출발을 했다.

 

아직 이틀전이지만 달은 둥글다.

조금 덜 찬 모습이긴 하지만 맑은 하늘만큼이나 환하다.

 

 

두 딸이 준 용돈이다.

아직까진 자식들이 주는 용돈이 익숙하지 않고 어색하다.

뻔한 월급들인데 부모 용돈이라고 저렇게 뺏으니 또 한 달은 궁핍하게 살아야 할 것 같다.

아직까지 지들 연봉보다는 훨씬 많은 연봉을 받고 있다.

녀석들 생일날에 이자까지 붙여서 보내줘야 할 것 같다.

 

 

호도를 어떻게 딸까 생각을 한 적이 있다.

47년 전쯤 국민학교 졸업식에서 상으로 받은 나무는 이제 거목이 되어서

올라가서 장대로 따기가 어렵다.

해서 몇년간 그냥 방치했었다.

동생 굴삭기가 근처에 있어서 잡초밭인 바닥을 긁더니

나무에 대고 흔든다.

장맛비가 오듯이 우수수 떨어진다.

 

추석날 아침은 비가 쏟아져서 산소에를 못 갔다.

몇 년 전부터 별도로 차례를 지내지 않고

간단하게 음식 준비해서 산소에서 차례를 지냈다.

아침부터 쏟아지는 빗줄기 때문에 그냥 시골집 거실에서 차례를 지냈다.

산소에를 가지 못하니 하루 종일 마음이 개운치 않다.

괜히 부모님이 기다리실 것 같은 게 마음 한켠이 답답하다.

다행히 오후에 비가 그쳐서 늦게서나마 산소에를 다녀올 수 있었다.

 

 

군산 동생이 추석날 오후에 찾아왔다.

올 때마다 해산물을 많이 사 온다.

이날도 전어에 새우에 홍어무침에 닭만큼이나 큰 꽃게까지 잔뜩 사 왔다.

미안해서 매번 그만 사 오라고 하지만 동생은 차 가득 해산물을 싣고 온다.

덕분에 매번 과음을 한다.

 

황당한 일도 있었다.

사람들을 피해서 사과밭에서  쉬고 있는데 산소를 찾아왔던 사람들이 사과밭으로 들이닥쳤다.

고향 후배 3가족 12명

6촌 형님가족 5명이 한번에 사과밭으로 인사차 와서 황당하기도 했다.

못오게 할 수도 없고

갑자기 마스크를 끼는 것도 좀 민망하고....

 

추석날 저녁에는 구름 때문에 달을 못 보려나 했는데 구름 사이로 가끔씩 보이는 보름달이 더 아름답다.

살짝 수줍은 듯 내미는 얼굴이 참 곱다.

 

 

동생 친구가 따온 송이로 낮술판이 벌어졌다.

이 친구 덕분에 매년 송이 맛을 본다.

등갈비와 먹는 송이 맛이 일품이다.

'살아 가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추석 끝에  (0) 2021.09.27
들미순  (0) 2021.09.23
홍로가 가을이다.  (0) 2021.09.13
이재명이 옳았다.  (0) 2021.09.10
표준말 유감  (0) 2021.08.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