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아버님 기일이다.
아직까지 아버님에 대한 기억이 머리 가득인데 벌써 열여섯 번째 기일이다.
이천사 년에 예순여섯의 젊은 나이로 어머님이 돌아가시고
혼자 사는 삶이 힘들었던지
어머님이 그리우셨는지
일 년 뒤 추석을 일주일 넘긴 날 일흔의 아버님이 돌아가셨다.
건강이 시원찮은 며느리 덕분에
어머님 기일에 제사를 합친 지 네 해가 되었다.
김여사의 건강을 핑계대긴 하지만 기일 때마다 많이 죄스럽다.
산 사람 마음 편하자고 지내는 제사이긴 하지만
혹여 서운해 하지는 않으실까 하는 마음도 있다.
"제사 아예 안 지내는 사람도 있는데 뭐" 하고
애써 자위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마음 한 구석이 편치 않다.
제사상 가득 음식 차려놓고 절 한다고
돌아가신 부모님이 드실 것도 아니고
제사 잘 모신다고 복 받을 것도 아니라는 것도 안다.
그냥 산 사람 맘 편하자고 하는 행위겠지만
그래도 맘 한켠이 아쉽긴하다.
부모님이 살아계실 적에는 잘한 것만 생각나고
돌아가시고 나면 못한 것만 생각난단다.
내가 그랬다.
돌아가시기 전 아버님 마음을 참 많이 서운하게 했다.
그놈의 술 때문에....
어머님이 돌아가시고 일 년 동안
한두 달에 한 번은 고향을 다녀왔지만
기분 좋게 내려온 적이 별로 없다.
고향집에 갈 때마다 아버지는 술에 취해 있었고
그 술 취한 모습이 남들에게 부끄럽고 보기 싫어서
싫은 소리를 잔뜩 풀어놓고는 내려왔다.
어느 땐 술 취한 아버지의 전화를 피한 적도 있다.
그런 아버님이 가끔 그립다.
내가 아버지의 뒤를 따라가고
아버지의 그때 나이를 닮아가고
내 속에서 문득문득 아버지의 모습이 보인다.
나 또한 별수 없는 아버지의 유전자를 가진 아들이다.
저승이 있는지, 환생이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저승이 있다면 그곳에서라도 편하게 사시고
환생이 있다면 다음 생에는 부디 부잣집에서 태어나시길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