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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가는 이야기

세 친구 모임

by 머구리1 2021. 10. 10.

고향 한 마을에서 태어나서 같이 학교를 간 남자가 넷이었다.

그중에 한 친구는 영 연락이 안 되고 연락되는 친구 셋이서 계모임을 만들고

일 년에 한두 번씩 모임을 가진 것이 벌써 20년이 넘었다.

촌놈 출신들 답게 모임 이름도 촌삼모(촌놈 삼총사 모임)다.

부부간에 펜션을 잡아서는 2박 3일씩 재미있게 놀다가 오는데

코로나로 인해 못 모인지가 2년이 넘었다.

서울에 사는 친구가 새롭게 공장을 증축해서 이사를 했는데도 결국은 가 보지를 못하다가

이번에 전부 백신도 맞고 해서 같이 모이기로 했다.

 

친구의 회사를 방문해 보니 생각했건 것 보다도 더 멋있었고 또 규모도 컸다.

친구 회사의 옥상에서 바라본 서울 쪽 풍경이다.

저 뒤로 보이는 곳이 우리나라 정치 경제의 중심지라는 여의도인데

직선거리로 16km라는데 더 가까워 보인다.

친구가 살고있는 여의도 아파트에서도 새로운 터널이 뚫려서 15분이면 온다고 한다.

 

야간에 바라보면 더 가까워 보인다.

 

 

 

 

 

 

 

 

이 친구의 인생 얘기도 소설책 한 권은 넘지 싶다.

지리산 산골짜기에서 태어난 친구는 부모님이 일찍 객지로 떠나버려서 할아버지 집에서 나머지 식구들의

눈칫밥을 먹으면서 살다가 국민학교 4학년 때 부모님이 계신 광주로 떠났다.

 광주에 사시던 부모님도 가난은 피할 수 없어서

중학교부터 실업계만 죽어라 다녔다.

돈이 없던 친구의 아버지는 공부를 잘했던 친구가 빨리 돈을 벌기를 원해서 

광주에 있던 전남공업중학교 라는 실업계 중학교를 보냈다.

중학교 졸업장이 최종 졸업장 이기를 바랐던 아버지의 반대를 물리치고 이 친구는

또다시 전남기계공고에 입학을 한다.

그 당시에 지방을 대표하는 기계공고는 공부를 꽤나 잘하던 친구들이 갔었다.

공부는 잘 하지만 집안 형편이 어려운 친구들이 가던 곳이 각 지역을 대표하는 기계공고 들이다.

등록금이 거의 공짜다 싶을 정도로 싸기 때문이다.

공고를 졸업한 친구는 다시 조선대학교 야간을 졸업했지만 사회는 녹녹지 않았다.

 

그 당시 우리 사회를 병들게 했던 지역감정을 비켜가지 못했다.

경상도 기업에 지원을 하면 전라도 사람이라고 거절당하고

전라도 기업에 지원을 하면 또 본적이 경상도라고 불합격이 되었다.

결국은 울산에 있는 작은 공조기 회사에 취업을 하였고 이것으로 인해

오늘같은 성공한 인생을 살 수가 있었다.

 

사업 초기에는 고생도 많았지만

결국 성공을 해서 기존에 있던 공장을 팔지 않고도 새로운 부지를 불하받아서 공장을 지을 수 있었다.

팔지 않고 가지고 있던 기존 구공장도 그동안 땅값이 올라서 몇백억 짜리가 되었고

지금 공장도 땅값이 많이 올랐다고 한다.

어차피 부동산 투기하는 친구는 아니니 땅값 오르내리데 신경 쓰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내 재산 늘어나는데 기분 나쁠 사람은 없으니 이 또한 축하할 일이다.

 

처음 가 본 회사는 멋진 4층짜리 건물이었다.

공장동과 사무동으로 구분되어 있는데 그 크기가 거의 비슷하다.

종업원이 60여명이고

계속해서 일이 늘어나고 있어서 또 공장부지를 구입해야 한다고 하는데

사무실을 줄이고 부족한 공장 건물을 늘릴 만도 한데 그럴 생각은 없단다.

일단은 직원 복지가 우선이란다.

 

친구의 말대로 회사 구석구석에는 직원들을 위한 공간들이 아주 많았다.

각 사무실과 탈의실에는 스타일러들이 다 설치되어 있어서 직원들의 옷들이 관리되고 있었다.

직원 교육장과 휴게실 체력단련실도 별도로 되어있고,

멋진 식당에는 밖에서 음식을 주문해서 매일 뷔페식으로 식사를 할 수 있고

별도의 수면실에는 최신 수면의자가 설치되어서

점심시간 직원들이 잠시나마 편하게 낮잠을 잘 수 있게 되어있었다.

각 사무실에 사무용품들은 우리나라 최고의 제품들을 넣었단다.

실제로 직원들의 의자는 한 개에 최소한 오십만 원 이상은 할 것 같은 것들이 설치되어 있었다.

팀장급들은 사무실에 수면의자를 한개씩 준비 해 줘서 편히 쉴 수 있게 해 주었다.

 

이곳은 사무동 1층 입구에 있는 직원 휴게실이다.

원래 쇼룸으로 사용하려던 것인데 일 년에 몇 번 사용하지도 않을 것 같아서 과감하게 직원 휴게실로 바꾸었단다.

이곳에는 정식 바리스타가 있는 카페까지 있다.

공간도 넓어서 아마 서울 강남에서 이 정도 규모의 카페면 월세만 해도 몇천만 원은 하지 싶다.

오전 오후로 나누어서 두 명의 아르바이트 직원이 일을 하고 있다.

이 회사에 유일하게 아르바이트 직원이 근무하는 곳이다.

친구의 신조가 '내 회사에 계약직은 없다'여서 청소하는 아주머니까지 정직원이다.

청소하는 아주머니 면접 시 정직원이라고 했더니 아주머니가 울더란다.

이제껏 항상 일용직이나 계약직으로만 청소했지 한 번도 정직원이 돼 보지 못했으니...

작은 회사지만 직원들 대학 학자금까지 모두 지원한다.

말 그대로 강소기업이다.

 

여기 카페도 처음엔 정직원을 채용했는데 근태가 너무 안 좋아서 알바로 바꾸었단다.

직원들의 편의를 위해서 있는 곳인데 바리스타를 정직원으로 했더니 토요일 일요일 쉬는 것이 모자라서

연차휴가 생리휴가를 수시로 사용하는 바람에 정작 다른 직원들이 사용을 못하고 있어서

그렇다고 정직원을 두 명 쓸 수도 없어서 할 수 없이 알바를 쓴다고 한다.

운영방식도 멋지다.

처음엔 1인당 매월 8만 포인트를 적립해 주고 커피 한잔에 천 원을 받았더니

직원들이 너무 싸구려 느낌이라고 해서 다시 포인트를 20만 원으로 지급하고

스타벅스 하고 똑같은 가격으로 만들었단다.

인테리어도 스타벅스 비슷하게 바꾸고......

직원들이야 어차피 공짜로 마시는 음료나 아이스크림이니 얼마가 되던 똑같다.

회사가 지급하는 포인트로 마시면 되는 것이다.

사용하지 않는다고 포인트를 돌려주지는 않는다.

물론 각 사무실과 현장에는 탕비실이 사무실마다 따로 있어서 그곳에서도 커피나 차를 마실수 있다.

회사에서 개인돈 쓰면 안 된단다.

 

 

4층 옥상이다.

이곳은 옥상 정원을 꾸며서 직원들의 또 다른 복지로 사용한다.

별도의 창고가 있어서 바비큐 시설들이 준비되어 있고

또 주방도 있어서 술 음료수들이 냉장고 가득 다 준비되어있다.

직원들은 예약을 한 후 안주만 가져와서 놀다가 가면 된다.

물론 직원도 사용하고 사장 가족도 사용한다.

냉장고가 채워져 있지 않으면 총무부장을 혼낸단다.

 

밤이 되면 또 이렇게 바뀐다.

뒤쪽에 있는 회사 간판도 6천만 원을 넘게 들여서 만든 것이란다.

듀크린이라는 이름이 더 화려하다.

지금은 듀크린 테크라는 회사를 하나 더 만들었다.

 

친구의 회사는 여전히 잘 돌아간다.

참 멋진 친구다.

내년 최우선 목표가 '직원들 연봉 대폭인상'이란다.

이런 마인드의 사장이 몇이나 될까?

내 친구지만 대단한 경영자다.

직원들을 위해서라면 아까운 것이 없단다.

예전에 친구가 그런 말을 했다.

처음에 몇 명 데리고 일을 할 때는 직원들 월급이 아까운 적이 있었단다.

한 사람만 줄여도 내 수입이 그만큼 더 늘어나니까...

그런데 어느 순간 그것이 잘 못 된 것이라는 것을 알았단다.

부장급을 뽑는데 연봉 5천만 원을 주니까 5천만 원짜리 능력을 가지 사람이 오고

1억을 주니까 1억짜리 능력을 가진 사람이 오더란다.

결국 직원들한테 주는 만큼 몇 배로 들어 오더라는 것이다.

나도 가끔은 취업준비 중인 아들내미를 맡겨 볼 생각도 했다.

하지만 직원 채용에 관해서는 일체의 편법도 허용하지 않는 친구의 성격을 알기에

일찍이 접었다.

이번 회사 투어에서도 친구의 직원들 대하는 태도를 볼수 있는 상황이 있었다.

회사 투어 중 메인 사무실을 들어가려고 보니 불이 켜져 있었다.

토요일이지만 직원 두사람이 출근해 있다고 한다.

해서 메인 사무실은 그 두명의 직원들이 퇴근을 하고 나서 볼 수 있었다.

자기가 사장이니 직원이 있던 말던 들어가 볼수도 있고

또 자랑을 하고 싶을 수도 있겠지만

직원들 불편하게 하면 안 된다고 비켜 가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처음에는 죽어도 현대차만 타던 친구도 이제는 최고급  S클래스를 탄다.

무엇 때문인지 모르지만 현대차에 된통 당한 적이 있는 모양이다.

 

듀크린듀크린 테크가 계속해서 승승장구하길 바란다.

이런 마인드를 가진 사장이 있는 회사는 무조건 성공할 것 같다.

친구가 만들어서 사무실 벽에 걸어놓은 문구다.

"납기는 고객이 정한다"

그리고

내년도 최우선 목표가

직원들의 대폭적인 연봉인상 이라고 말하는 사장이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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