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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가는 이야기

아버님 기일에....

by 머구리1 2021. 9. 28.

오늘은 아버님 기일이다.

아직까지 아버님에 대한 기억이 머리 가득인데 벌써 열여섯 번째 기일이다.

이천사 년에 예순여섯의 젊은 나이로 어머님이 돌아가시고

혼자 사는 삶이 힘들었던지

어머님이 그리우셨는지 

일 년 뒤 추석을 일주일 넘긴 날 일흔의 아버님이 돌아가셨다.

 

건강이 시원찮은 며느리 덕분에

어머님 기일에 제사를 합친 지 네 해가 되었다.

김여사의 건강을 핑계대긴 하지만 기일 때마다 많이 죄스럽다.

산 사람 마음 편하자고 지내는 제사이긴 하지만

혹여 서운해 하지는 않으실까 하는 마음도 있다.

"제사 아예 안 지내는 사람도 있는데 뭐" 하고

애써 자위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마음 한 구석이 편치 않다.

제사상 가득 음식 차려놓고 절 한다고 

돌아가신 부모님이 드실 것도 아니고

제사 잘 모신다고 복 받을 것도 아니라는 것도 안다.

그냥 산 사람 맘 편하자고 하는 행위겠지만

그래도 맘 한켠이 아쉽긴하다.

 

부모님이 살아계실 적에는 잘한 것만 생각나고

돌아가시고 나면 못한 것만 생각난단다.

 

내가 그랬다.

돌아가시기 전 아버님 마음을 참 많이 서운하게 했다.

그놈의 술 때문에....

어머님이 돌아가시고 일 년 동안

한두 달에 한 번은 고향을 다녀왔지만

기분 좋게 내려온 적이 별로 없다.

고향집에 갈 때마다 아버지는 술에 취해 있었고

그 술 취한 모습이 남들에게 부끄럽고 보기 싫어서

싫은 소리를 잔뜩 풀어놓고는 내려왔다.

어느 땐 술 취한 아버지의 전화를 피한 적도 있다.

 

그런 아버님이 가끔 그립다.

내가 아버지의 뒤를 따라가고

아버지의 그때 나이를 닮아가고 

내 속에서 문득문득 아버지의 모습이 보인다.

나 또한 별수 없는 아버지의 유전자를 가진 아들이다.

 

저승이 있는지, 환생이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저승이 있다면 그곳에서라도 편하게 사시고

환생이 있다면 다음 생에는 부디 부잣집에서 태어나시길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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