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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가는 이야기

입장 차이

by 머구리1 2021. 10. 31.

이제껏 사과농사를 지으면서 금년이 제일 잘 된 것 같다.

크기나 빛깔이 정말 좋다.

착색제를 뿌리지 않았는데도 빛깔이 정말 곱다.

물론 햇볕을 잔뜩 받은 사과는 맛도 일품이다.

개인 판매를 했으면 돈이 제법 됐지 싶다.

동생은 일이 잘 안 풀리는지 금년에도 밭떼기로 넘겼다.

아직까진 주업이 굴삭기다 보니 금년 가을에 큰 공사가 잡히는 바람에

도저히 일손이 안 날것 같아서 밭떼기로 넘겼는데

그 일이 연기되어버렸단다.

장비 일이야 연기되기도 하고 취소되기도 하지만 사과가 아쉽다.

 

맘 씀씀이 넓은 동생은 밭떼기로 넘기면서도 식구들 먹을 것 세줄

대략 30여 그루 남겨둬서 식구들은 설 전까지는 충분히 먹을 것 같다.

주변에 재작년까지 사먹든 사람들이 올해도 부탁을 하는데

사주지 못해서 영 미안하다.

도저히 거절을 못하는 몇사람들에게는 별도로 선별은 하지 않고

적당한 크기로 담아서 보내주고 내 돈으로 메꿨다.

 

사과를 따면서 위쪽 밭에 큰 나무 열 그루를 또 별도로 남겨놨길래 물었더니

참 이해 못할 말을 한다.

재작년에 서울에 잘 사는 친구가 사과를 사서 지인들에게 선물한 적이 있다.

그때 선물 받은 사람 중에 한 사람이 사과가 맛있다고 동생에게 직접 전화를 해서

추가로 일곱 박스를  주문을 했단다.

동생은 주문받은 사과를 보냈는데 이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다.

 

농산물센터에서 경매를 할 때는 각각의 크기대로 구분을 하고 가격을 책정한다.

하지만 사과를 개별 판매할 때는 대, 중, 소, 세 가지로 분리해서 값을 책정한다.

파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우리의 판매 기준은

10kg 기준 22~26과 까지는 大 로 하고

28~32과 까지는 中, 34~38과 까지는 小로 구분하고 값을 받는다.

즉 1박스에 22개가 들었던 26개가 들었던 무게는 똑 같이 10kg이고

가격도 같이 받는다는 얘기다.

 

처음에 친구가 선물을 한 것은 한 박스에 22개짜리가 갔고

이분이 추가 주문한 것은 26개짜리를 보냈다.

26개 짜리를 보내려고 보낸 게 아니라 한 곳에 쌓여 있는 것을 보내다 보면

전부 그렇게 갈 수도 있고 또 섞여서 갈 수도 있다.

주문 한 사람은 속았다고 생각을 했는지

동생에게 컴플레인을 걸었고 동생은 설명을 했지만

고객은 이해를 못하고 화를 내고는 처음에 선물한 친구를 통해서 또 항의를 한 것 같다.

형님 친구를 통해서 판매한 곳이 아니면 동생도 그냥 환불해주거나 

반품을 받으면 되는데 차마 그렇게 못하고 결국 추가로 보내 주기로 한 모양이다.

결국 26개짜리 7박스는 이미 다 먹은 상태에서 항의를 하니

어쩔 수 없이 추가로 주기로 했단다.

 

재작년에는 비가 많이 와서 사과가 너무 맛이 없어서 밭떼기를 했으니 못 보내주고

올해 다시 보내주려 열 그루를 팔지 않고 남겨 두었단다.

 

사 먹는 사람 입장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서운한 것은 사실이다.

일부러 속이려고 속인 것도 아니고 판매자와 구매자의 관점 차이에서 생겨난 일인데

다 먹고 나서 추가로 항의해서 일곱 박스를 또 받아간다는 것이 씁쓸하다.

제법 큰 기업체를 운영한다고 했으니 그깟 사과 일곱 박스 공짜로 더 먹으려고

그렇게 하지는 않았겠지만 그래도 기분은 안 좋다.

그분이 올해 전화로 또 요구를 한 것인지

그냥 동생이 보내기로 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세상인심이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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