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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가는 이야기

환갑

by 머구리1 2021. 12. 11.

난 토요일

김여사가 갑자기 고향에를 가잔다.

환갑을 맞았으니 부모님께 인사라도 드려야되지 않겠냐고....

그렇게 빠르진 않은 시간에 고향으로 나선다.

가는 길에 딸내미 집에 들러서 반찬이라도 가져다주자고 반찬도 몇 개 챙긴다.

딸내미 집에 도착해서 난 밖에 기다릴 테니 반찬통 갖다 주고 오라고 하고는

주차를 시키고 있는데 나오지를 않는다.

빨리 나오라고 했드니

딸내미 일어났다고 커피 한잔 마시고 가잔다.

아무 생각 없이 올라갔더니

거실에다 이렇게 해놨다.

 

환갑이라고 해서 별 다른 생각도 없었고

이미 친구들이 보내온 화환도 받았기에 전혀 예상을 못했다.

김여사 말대로 그냥 부모님 산소에나 다녀오자고 했었다.

 

딸내미 혼자서 준비한다고 고생깨나 했지 싶다.

 

참 고맙다.

부모라고는 하지만 썩 잘해주지도 못했고

남들처럼 유학을 보내주지도 못했지만

지 스스로 선택한 공무원의 길이 천직이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사는 녀석이다.

이 집도 2년마다 계약서 쓰야 하는 전셋집 구하기가 싫어서

지 스스로 대출을 받아서 산 집이다.

 

 

돈이어서 좋아할 나이는 지났지만

그래도 기분 좋은 선물이다.

이건 집으로 가져와서 거실에 걸어 놓았다.

이벤트에 김여사가 울먹인다.

                                                          신 사임당이 제법 많다.

 

산소에 들려서 부모님께 인사를 드리고 시골집으로 갔더니 

여기저기서 공사들이 한창이다.

요즘 귀촌하는 후배들이 있어서 집을 짓는다고 바쁘다.

겨울 같지 않게 따뜻한 날씨에 김여사는 밖에서 볕쬐기를 하고 있고

난 집안에서 오랜만에 드럼을 실컷 두드렸다.

오랜만에 맞춘 음악이어서 처음에는 손발이 잘 안 맞지만

조금 치다 보면 또 맞춰서 쳐진다.

몇 명 되지 않는 동네 사람들에겐 조금 미안하지만 볼륨을 올려서

두어 시간 신나게 두들겼다.

 

 

 

다시 딸내미 집에서 2차를 시작한다.

지난번에도 한번 시켜먹었던 대구 나리네 수산 인가 하는 곳에서 주문한 것이다.

이곳에 주문을 하면 시외버스로 배달을 해준다.

한 마리에 30만 원 넘게 주고 샀다는 킹크랩 두 마리로 넷이서

배 두들기며 먹어도 남았다.

좋은 기분에 45도짜리 안동소주 1병을 다 비웠지만 술이 취하지는 않는다.

 

기분 좋은 하루였다.

 

실제 생일은 음력 11월 10일이니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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