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찾아온 불면증으로
일요일
월요일
화요일까지
알밤을 깠다.
어제저녁은
잠을 자야겠다는 의무감에
지난번에 먹고 남은
하회탈 안동소주 45도짜리를
머그컵 가득 원샷을 하는 순간
목구멍에서 불이나고
목이 막혀 켁켁거리게 된다.
아~~~
그것은
아내가
하회탈 빈병이 아까워서
옮겨놓은
70도짜리 중국술이었다.
난 죽었다.
술이 취하니 걱정이 없어지더라.
술이 취하니 세상이 더 아름답더라.
예고 없이 한 번씩 찾아오는 이 불면증이라는 놈은 참 고약하다.
대략의 기억으로
40대까지는 잠을 잘 잔듯하다.
50대가 넘어가면서 잠을 잘 못자게 된 것 같고
이건 부부가 같다.
난 TV를 켜놓으면 그래도 조금은 쉽게 잠이 드는데
김여사는 반대로 조용해야 잠을 잘 잔다.
1박 2일로 친구들과 모임이라도 가면
자정 넘어 펜션 마당에 서성거리는 사람은 우리 부부밖에 없다.
습관화되고 나서는 억지로 자려하지는 않는다.
TV를 보던지 책을 읽던지 하면 새벽 서너 시쯤 되면 잠이 들기도한다.
내게 오는 불면증의 특징은
저녁밥숟가락 놓고 조금 있으면 잠이 쏟아진다.
그때 자 봐야 30분 정도 되면 깨서 아침까지 못 자기 때문에
안 자고 견뎌본다.
그러다 10시 넘어서 자려고 하면 눈이 말똥말똥해진다.
그러다 한 3일 견뎌보고
4일째쯤 되면 김여사의 신경안정제를 얻어먹거나
술의 힘을 빌려서 하루쯤은 푹잔다.
희한한 게
침대에 편하게 누우면 잠이 안 오다가도
안마의자에 누우면 또 잠이 쉽게 들기도 한다.
대신 아침에 허리가 아프다.
편하게는 못 살 팔자인가 보다.
운전을 할 때도
못견디게 졸려서 휴계소 들어가서 눈좀 붙이려고 하면
말똥말똥 해진다.
또 한약을 먹거나
어떤 산약초를 먹을 때는 잠을 잘 자기도 한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면 또 갑자기 불면증이 찾아온다.
내일은 출근이 없으니 좀 자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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