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끄적끄적

장면들

by 머구리1 2022. 1. 14.

금년 들어서 다섯 번째 읽는 책이다.

몇 권을 읽을지, 얼마나 갈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책 읽는 게 좋다.

 

 

이 책은 손석희 앵커의 방송 이야기다.

한국의 대표적인 언론인.

세월호를 이어간 사람.

국정농단으로인한 탄핵정국에  불을 지핀 사람.

MBC '100분 토론'과 '시선집중'.

그리고 JTBC '뉴스룸'

뉴스도 재미있게 만든사람.

56년 생으로 박원순 노회찬과 동갑이지만

61년 생인 나보다 더 젊어 보이는 대표적인 동안.

 

손석희 씨에 대한 호칭은 많다.

손석희 대표, 손석희 사장, 손석희 앵커, 손석희 선배,손석희 교수

난 그래도 손석희 앵커가 제일 와닿는다.

그가 앵커였을 때가 그의 삶에 제일 가치가 높고 

그의 삶이 제일 돋보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서다.

MBC에서부터 JTBC로 가는 과정 그리고 그 이전의 이야기들이 중간중간 등장하는

책의 표지에서 볼 수 있듯

손석희의 저널리즘 에세이다.

 

몰랐던 이야기

내가 오해했던 이야기들도 있어서

책을 읽고 나서는 좀 미안했다.

사실 손석희 앵커가 떠나고 난 이후로 난 JTBC 뉴스를 보지 않았다.

아니 TV뉴스 자체를 안 봤다.

조국 사태 때 내 편을 되어주지 않는데 대한 섭섭함도 있었을 것이고

또 짜증만 나는 이런저런 뉴스가 보면서 스트레스받는 게 싫었을 수도 있다.

혹여 내편을 들어주지 않는다고 모든 언론을 기레기화 한 것은 아닌지도 반성해 본다.

 

민영방송이던 공영방송이던 기득권의 길들이기에서

과연 자유로울 수 있을지에 대해서 고민해본다.

공영방송은 예산으로 길들이기를 하고

민영방송은 광고로 입을 막는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이것을 비켜나가기 어렵다는 것이다.

언론을

감시견(watchdog)고, 애완견(lapdog), 경비견(Guarddog)으로

표현한다.

대부분 감시견을 표방하지만 그 길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서 책에 이렇게도 표현한다.

  경비견(guarddog)으로서의 언론은 이미  그 자신이 기득권 세력으로서,

  체제 내의 정치권력에 끊임없이 외부로부터의 위협을 알리고,

  경우에 따라서는 (자신의 이익이 걸려 있는)  체제의 유지를 위해서

  그 정치권력을 공격할 수도 있다..

박근혜의 청와대와 같은 편이었던 조선일보 싸움에서...

 

MBC 퇴출 과정에서의 일을 보면 권력의 힘을 볼 수 있다.

'100분 토론' 퇴출 시는 직접적인 압력을 행사해서 퇴출을 시키지만

'시선집중' 퇴출 시는 주변을 괴롭히면서 손발을 잘라낸다.

주변을 괴롭히는 이 행위는 우리나라 검찰이 제일 잘하는 일이다.

노무현때나 조국때나 검찰의 방식은 동일하다.

인디언 기우제를 비가 올때까지 지내듯이

뭔가 걸릴때까지 끊임없이 주변을 괴롭힌다.

결정적으로 본부장의 이 말이 스스로 걸어 나가게 했다고 한다.

박지원 과의 인터뷰를 방송 전날 일방적으로 출연 중단시킨 본부장이

"갑자기 출연을 중단시키면 어떻게 설명을 하고

또 어떻게 출연자를 갑자기 섭외하나?" 하는 그의 질문에

"시청자 사연이나 듣던지, 노래나 틀던지 하면 되지"

"그리고 손 교수가 뭔데 간섭을 하냐?"라는 말에 그만두게 됐단다.

그만둔 데는 물론 가진 자의(돈이 아닌 실력을) 여유나 당당함도 있었을 것이다.

 

JTBC로 옮기고 나서 

뉴스룸을 만들고 간 코너들을 만든 이야기들도 재미있다.

 

책의 대부분은 동의하지만 '기레기' 단원에서는 동의하기가 어려웠다.

물론 내가 잘못 이해했을 수도 있다.

책에서는 "기레기라고 하는 당신들은 공정한가?"라고 묻는다.

"그리고 기레기들을 다 들어내고 나서 언론이 없어지면 

무엇이 남는가?"라고도 한다.

 

우리가 공정하고 공정하지 못하고를 떠나서 우리는 언론인이 아니다.

아울러 JTBC의 보도 기준이라는 사실, 공정. 균형, 품의'에 모든 기자들이 

기준을 맞췄는가 물어보고 싶다.

최소한 내가 알기로는 JTBC를 보고 기레기라고는 하지 않았다.

나 또한 JTBC를 보고 기레기라 한 적이 없다.

과연 대부분의 언론들이 저 위에 열거한 4가지 보도 기준에 따랐는지 궁금하다.

얼마나 사실적으로 보도했나?

조국의 문제에 얼마나 사실적으로 취재를 해 본 적이 있는지...

그냥 검찰의 발표를 그대로 옮긴 이들이 과반 이상이다.

지금도 '보배드림'에 올라온 사건들을 취재도 없이 그래로 보도하는 

메이저 언론이 많다.

 

공정, 균형에 맞게 보도했는가?

조국 가족의 보도와 장제원 , 곽상도, 권성동, 나경원, 윤석열, 그들 가족의 보도량이

보도의 기준이 균형에 맞게 그리고 공정하게 보도했는가?

 

취재나 보도에 품위를 지켰는가?

조국 집 앞에 개떼 같이 모여 앉아서 배달 온 중국집 직원에게

"제발 무슨 음식을 시켰는지라도 이야기해 주세요"라고 물으면서 

희희덕 거리던 기자는 메이저 언론이다.

노무현의 봉화에서 망원경까지 설치해 놓고 악귀처럼 

기다리던 사람들도 대부분 메이저 언론이다.

그런 사람들이 윤석열 집앞에서 김건희나 윤석열 장모를 기다려본 적이 있는가?

곽상도 아들을 취재해 본적이 있는가?

나경원 딸이나 나경원 재단 학원에 대해서 제대로 취재해 본적이 있는가?

하긴 카메라와 노트북, 휴대폰마저 못 가져오게 하는데도 청와대에서 

박근혜와 만면에 웃음가득 티타임을 가지면서 

부끄러움이나 최소한의 기자로서 자존심도 없이

그의 변명만 보도하는 사람들도 

메이저 언론의 기자들이다.

오바마가 박근혜와의 회담 시 한국 기자에게 질문을 하라고 했지만

질문한 기자가 단 한명도 없었고 그자리에 있던 많은 기자들은

전부 메이저 언론사의 기자들이었다.

그들은 내 눈에 기레기였다.

 

난 최소한 내 편을 안 들어준다고 기레기라고는 안 한다.

그래서 단 한 번도 JTBC를 보고 기레기라고 해 본 적은 없다.

 

내가 생각하는 기레기는

사실을 취재하지 않고

자신들의 이익만을 위해서 왜곡하고 숨기는 언론인들이다.

교묘하게 제목으로 낚시하는 기자들도 포함이다.

 

 

주요 내용들은 아래에 메모 형태로 남기면서

이런 사람들에게는 필독을 권해본다.

-. 자신의 생각이나 언론관이 좌나 우 어느 한쪽으로 치우쳐있다고 생각되는 사람.

-. 극좌/극우의 유튜브만 보는 사람.

-. 반대편을 무조건 토착 왜구 또는 빨갱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 모든 언론 종사자를 기레기라고 이야기하는 사람.

-. 손석희의 삶을 욕하는 사람이나 욕 했던 사람.

-. 틀림과 다름을 구분 못하는 사람.

나 또한 여기에 한 곳 이상은 속하는 부류로서

차후에 한번쯤은 더 다시 읽어볼 생각이다.

 

아울러 유튜브에 책을 펴낸 후 시선집중에서 인터뷰한 내용이 있어서

링크를 걸어 놓는다.

https://www.youtube.com/watch?v=tqfL8WQpfME 

 

 

 

맨 아래쪽 앵커 브리핑 2개는 내가 그 당시 직접 들었고

여운이 많이 남았던 것이어서 책에 있는 그대로 옮겨왔다.

 

 

-아래-

장면들

   -손석희-

1. 세월호

  -. 배가 침몰되는 당일부터 조금만 더 사실적이고 조금만 더 비판적인 보도를 언론들이 보내줬다면

    생존해서 만날 수 있었던 아이들이 있었을 것이다.

    아이들을 살릴 수 있는 최적의 시간을 무의미하게 보냈다.

    가장 중요한  그 이삼일 동안 방송은 눈을 감아버렸다.-피해학생 아버지-

    이때부터 '기레기'라는 말이 생겨났다.

 -. 어젠다 세팅도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어젠다 키핑이다.

    200일 동안 뉴스룸의 오프닝 멘트는 "오늘은 세월호 참사 000일째입니다."였다.

   언론은 감시견(watchdog)과(watchdog) 애완견(lapdog) 경비견(Guarddog) 이 존재한다.

 

2. 태블릿 PC

  -. 스모킹건이 처음 방송된 건 16.10.24이다.

  -. 미르 재단 사건

    언론과(TV 조선)과 권력(청와대)이 같은 편이지만 권력을 공유하지 않으면

    애완견도 경비견이 된다.

    경비견(guarddog)으로서의 언론은 이미  그 자신이 기득권 세력으로서,

    체제 내의 정치권력에 끊임없이 외부로부터의 위협을 알리고,

   경우에 따라서는 (자신의 이익이 걸려 있는)  체제의 유지를 위해서

   그  정치권력을 공격할 수도 있다..

 -. 정윤회 국정개입

    노무현은 조중동의 여론 통제를 거부했지만 박근혜는 조중동을 아예 무시했다.

    보수언론은 기득권 동맹에서 박근혜를 퇴출시켰다..

-. 백남기 농민 물대포 사망 사건이 발생했을 때 정부와 검찰은 다른 사인으로 돌리기 위한

   행동을 계속했는데 다른 언론의 보도는 없고. 대부분. 정부의 발표만 보도했다.

   JTBC의 계속된 보도(어젠다 키핑) 이후) 사인을 병사라고 했던 서울대병원은 외인사로 수정하고

   유족에게 사과했다.

-. 대통령이 되기 전부터'길라임'이라는 이름으로 이용했던 차병원 계열의 차움은 1년 회원권이

    1억 5천만 원이었고 대통령이 된 다음에도 여전히'길라임'이라는 가명으로 사용했다.

-. 내가 내세운 보도의 네 가지 원칙 즉'사실, 공정. 균형, 품의' 중 품위에 맞는가?

   선정적인 보도가 되지 않기 위한 망설임의 결과로 취재 후 일주일 이상 지나서

   뉴스의 마지막쯤에 보도했다.

-. 태블릿 PC 조작 건:아무리 증거를 들이대고 (조작이 아니라는) 전문가들과 시연을 해봐도

    믿기 싫은 사람은 안 믿는다.

    보수언론도 마찬가지였다.

    말도 안 되는 것을 가지고 조작이라고 한다.

    결국 법원의 명령으로 정정보도를 하지만 그 마음속에 부끄러움이 있을까?-월간조선

    언론대 언론도 이런데 언론과 개인에서는 얼마나 그 피해가  클까?

 "진실은 단순해서 아름답고, 단지 필요한 것은 그것을 지킬 용기뿐이 아니던가?"

    -앵크 브리핑 중-

 

3. 대통령 선거는 불꽃 축제가 아니다.

  -. 개표방송의 화려한 컴퓨터 그래픽 화면은 선거과정에서의 불공정함과 편파방송을 덮는

     쇼 비즈니스다.

  -. 정치인들의 인터뷰는 모두들 자신에게 불공정한 편파적이라고 생각한다.

  -. 대선후보 토론 시 안철수의 경우는 진행자가 손석희 면 참석하지 않겠다고 했다.

  -. 에리카 김의 인터뷰 후, 이명박이 대통령이 되면 당신은 자리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100분 토론에서 퇴출 됨-

  -. 박근혜 인터뷰 후에도 같은 말이 나왔고 결국 그렇게 됐다.

    -시선집중에서 퇴출 됨-

 

4. 우리는 평양에 가지 않았다.

  -. 729월 북한 적십자 대표들이 서울에 처음 왔을 때 정부는 시내에 밤새 불을 켜 두라고 했고

     시내 빌딩들이 온통 불야성이었다.

     그것을 구경하러 밤중에 남산에 올라가는 사람도 있었다.

     체제 선전이었고 불과 한 달 후에 영구집권을 위한 10월 유신이 있었으니

    그 모든 것은 유신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었다.

  -. 방송국의 평양 지국 개설 문제 및 평양 생방송은 모든 방속국이 시도했고 

    JTBC는 잠정합의서 서명까지 했지만 이루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 시도가 무모하긴 했지만 무의미하지는 않았다.

 

5. 공영에서 민영으로

  -. 태생적으로 공영방송은 정권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

  -. 정권의 입맛에 맞지 않을 경우 예산 삭감 등으로 길들이기를 한다.

  -. 미국의 경우도 마찬가지고 특히 보수정권이 들어설 경우 더 심해졌다.

 -. 이명박 정권하에서 해고와 직무 변경으로 괴롭혔고 떠날 수밖에 없었다.

 -. 첫 출근 시 첫 출근을  찍기 위해서 언론사 카메라들이 많이 몰려와 있었으나

   정작 출근하는 나를 못 알아봤다.

   그래서 그 카메라들을 위해서 다시 나가서 출근하는 것처럼 연출을 했고

   방송이나 신문에 나온 사진들은 그렇게 해서 찍은 것이다.

  "당연히 제일 우선시해야 할 것은 팩트지요. 그다음은 이해관계 속에서의 공정

    이데올르기에 있어서의 공정 그리고 품위입니다.

    무엇을 보도할 것인가와 어떻게 보도할 것인가에서 품위가 빠지면 안 됩니다."

       -부장들과의 첫 상견례에서 "보도의 원칙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고-

 -. 내가 '100분 토론'에서 퇴출되고 나서 한 첫 '100분 토론' 방송은 이명박이 직접 나와서 한

    로봇물고기 자랑이었다.

    결국 그 로봇물고기는 강을 헤엄치지 못했고 예산만 57억을 깨 먹었고

    억대의 뇌물  스캔들까지 겹쳐서 세상을 시끄럽게 했다.     

-. '시선집중'은 정부의 눈에 가시였지만 청취율이 높아 광고수익이 많이 나기 때문에

    퇴출시킬 수는 없지만 간접적으로 압력을 가하는 방식을 썼다.

    초창기부터 같이 진행하던 시사평론가 김종배를 퇴출시킨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몇년 뒤 김종배는 자신을 퇴출시킨 '시선집중'의 진행자로 컴백했다.

                            

-. '시선집중'에 영화배우 '김여진'과  '전원책'을 토론 패널로 섭외를 했는데 난리가 났다.

    (김여진을 출연시켰다고.)

    MBC는 아예 '소셜테이너 출연금지법'을 만들어 냈다.

-. 뒤에 밝혀진 사실이지만 뒤에는 국정원이 있었다.

-. 박지원 원내대표를 후 방송 전날 저녁에 출연시키지 말라고 했다.

    본부장에게 항의를 하니 "당신이 뭔데 나서서 이러냐?"는 얘기와 함께

    "출연자 없으면 노래라도  틀면 될 거 아니냐?" 얘기를 듣고

    시선집중에서 한 발짝 떨어지는 계기가 되었다.

 -. 보도에서의 모든 사항은 손 교수가 전권을 갖고 해 나가면 됩니다.

    필요하면 같이 일할 사람을 모셔와도 됩니다.

   "나는 손 교수가 그 일을 잘해나갈 수 있도록 뒷받침을 잘해드릴 생각입니다".

       -홍석현 회장의 영입 전 인사-

  -."삼성 문제가 있습니다"라는 내 질문에 "그건 정도를 지켜나가면 되는 것 아닐까요"라고 했다.

  -. 그래서 뉴스를 맡자마자 삼성 관련 뉴스를 할 수 있었다.

6. 한 지붕 두 가족(중앙일보와의 관계)

  -. 사주는 같지만 내가 간섭할 수 없는 엄연히 다른 조직이다.

  -. 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전 중앙일보 주필 문창극 때 처음 문제가 생겼다.

  -. 처음 약속대로  jtbc는 비판적으로  보도했고, 중앙일보는 적극 옹호하는 기사를 냈다.

  -. 그렇다고 중앙일보가 틀렸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다른  것이다.

  -. 광고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다. 공영방송인 mbc도 광고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그때나 지금이나 그 장사의 도구라는 것을 부정할 생각은 없다.

     다만 '좋은 도구' 였기를 바란다.

 

7. 돌아오라 손석희!

  -. 조국 사태 때 검찰청 앞에서 촛불 집회를 하던 사람들 뒤에 있던 피켓.

  -. (난 떠나지를 않았는데 )어디로 돌아오란 말인가?

 

8. 기레기

  -. 기레기라고 말하는 당신들은 정의로운가?

  -. 타인 혹은 다른 진영을 비난하는 것으로 몸집을 키워온 유큐브들은

    아직도 저급한 상상력과 언어를 동원해 미디어 생태계를  어지럽히고 있다.

    그들은 온갖 가짜 뉴스의 온상이기도 하다. 그것이 그들의 매우 유효한 수익모델이라는 것이 사회적 비극이다.

    가짜 뉴스를 만들어내고도 사과하지 않는다.

    물론 이렇게 된 데는 기존 언론도 한몫했다. 

 

9. 앵커 브리핑 -'노회찬에게 작별을 고합니다' 이야기

 

10. JTBC의 저널리즘은 '합리적인 진보'.

 

 

앵커브리핑

 

"노회찬에게 작별을 고합니다."

 

뉴스룸의 앵커 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노회찬....

한 사람에 대해, 그것도 그의 사후에...

세 번의 앵커브리핑을 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사실 오늘의 앵커브리핑은

이보다 며칠 전에 -그의 죽음에 대한 누군가의 발언이 논란이 되었을 때 했어야 했으나

당시는 선거전이 한창이었고

저의 앵커브리핑이 선거전에 연루되는 것을 피해야 했으므로

선거가 끝난 오늘에야 내놓게 되었음을 먼저 말씀드립니다.

 

제가 학교에서 몇 푼 거리 안 되는 지식을 팔고 있던 시절에

저는 그를 두어 번 저의 수업 시간에 초대했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처음에는 저도 요령을 부리느라

그를 불러 저의 하루치 수업 준비에 들어가는 노동을

줄여보겠다는 심산도 없지 않았지요.

 

저의 얕은 생각을 몰랐을 리 없겠지만

그는 그 바쁜 와중에도 아주 흔쾌히 응해주었습니다.

 

그리고 다음 해, 또 그다음 해까지

그는 저의 강의실을 찾아주었습니다.

 

"노 의원은 앞과 뒤가 같은 사람이고,

처음과 끝이 같은 사람이다."

그것은 진심이었습니다.

 

제가 그를 속속들이 알 수는 없는 일이지만,

정치인 노회찬은 노동운동가 노회찬과 같은 사람이었고,

또한 정치인 노회찬은 휴머니스트로서의,

자연인 노회찬과도 같은 사람이었습니다.

 

그가 세상을 등진 직후에 전해드렸던 앵커 브리핑에서

저는 그와의 몇 가지 인연을 말씀드렸습니다.

 

가령 그의 첫 텔레비전 토론과

마지막 인터뷰의 진행자가 저였다는 것 등등.

 

그러나 그것은 어찌 보면 인연이라기보다는

그저 우연에 가까운 일이었을 터이고,

그런 몇 가지의 일화들을 엮어내는 것만으로

그가 가졌던 현실정치의 고민마저

다 알아채고 있었다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그의 놀라운 죽음 직후에

제가 알고 있던 노회찬이란 사람을

어떻게 규정할 수 있는가를 한동안 고심했고,

그 답을 희미하게 찾아내다가

결국은 또 다른 세파에 떠밀려 그만 잊어버리고 있던 차에

논란이 된 그 발언이 나왔습니다.

 

"돈 받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분의 정신을 이어받아서야....."

 

거리낌 없이 던져놓은 그 말은 파문에 파문을 낳았지만

역설적이게도 바로 그 순간에.... 그 덕분에

한동안 잊고 지냈던 노회찬에 대한 규정,

혹은 재인식을 생각해냈던 것입니다.

 

, 노회찬은...

'돈 받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이 아니라

적어도 '돈 받은 사실이 끝내 부끄러워 목숨마저 버린 사람'

이라는 것.

 

그보다 비교할 수 없이 더 큰 비리를 저지른 사람들의

행태를 떠올린다면

우리는 세상을 등진 그의 행위를 미화할 수는 없지만

그가 가졌던 부끄러움은 존중해줄 수 있다는 것.

 

이것이 그에 대한 평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빼버린

그 차디찬 일갈을 듣고 난 뒤 마침내 도달하게 된

저의 결론이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저의 동갑내기 노회찬에게...

이제사 비로소 작별을 고하려 합니다.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19.4.4-노회찬 사망 1년 후

 

저 망언을 한 사람이 지금 서울시장 하는 오세훈이다.

노회찬의 죽음으로 인해 실시된 창원 재보궐 선거에서 한 말이다.

아울러 노회찬의 죽음과 함께 정의당도 정의없는 정의당이 됐다.

어제 뉴스에, 지지율 하락으로 선거대책위를 재 정비하니 어쩌니 하던데

이미 류호정, 이스자민 영입할때부터 정의당은 지지자들에게서 멀어졌다.

아이러니하게도 박근혜의 당선에 일등공신은

박근혜를 떨어트리기 위해서 나왔다던 정의당의 이정희 후보였다.

심상정은 노회찬과의 싸움에서는 이겼을지 모르지만

지지자들에게는 못 이겼다.

 

 

 

"한놈만 미안하다고 해라...한놈만..."

 

"임금이 배를 가라앉히고 나루를 끊고

가까운 곳의 인가도 철거시키도록 명했다"

 

조선의 왕 선조는 1592년 임진왜란이 일어난 그해

수도의 백성을 버리고 피란길에 올랐습니다.

배를 가라앉히고 나루를 끊어 강을 건너지 못한 백성이 속출했습니다.

 

"민중은 아무도 불쌍히 여기지 않았다."

 

그래서였겠지요. 이미 백성들 마음속에서

그는 조선의 왕이 아니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여기.. 판박이와 같은 역사의 반복이 있습니다.

"그날 새벽. 걷고 걸어서 한강 다리 앞에 도착했을 때,

갑자기 그 한강 다리는 폭탄을 맞고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그러고는 곧 무너져 내리고 끊겨버렸다."

 

어릴 적 집안 어른들로부터 들었던 참담했던 목격담.

한국전쟁이 시작되고 3일 만인 1950628일 새벽의 일이었습니다.

국군은 북한 인민군의 남하를막는다는 구실로

한강 인도교를 폭파해버렸습니다.

 

누구도 미리 알려주지 않았기에 다리를 건너다 사망한

민간인만 수백명

이승만정권은 여론이 극도로 나빠지자

그로부터 석달 뒤에 책임자를 사형시켰으나

그것으로 끝이었을까.

 

미리 녹음된 목소리로 국민들을 안심시켜놓고

자신을 일찌감치 부산으로 도피해버린 대통령은 책임이 없을까.

 

그리고 또한, 역사의 데자뷔가 있습니다.

"세월호 구조의 골든타임은 930분까지였다.

 

"청와대 참모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러니까 대통령이 해경의 보고를 받기도 전에 이미 골든타임은 끝났고,

그렇게에 대통령의 책임은 없다는 것이죠.

 

난국에 빠진 한국사회를 구해낼,

그야말로 골든타임은 점점 다해가는 지금.

청와대는 그렇게 세월호의 '골든타임'이라는

차마 꺼내놓기 힘든 가슴 아픈 단어를 또다시 입에 올렸습니다.

 

그래서 역사는 오늘도 우리에게 날선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대관절 국가의 책임은 어디까지인가...

세월호 특조위 청문회장에서 한 생존 화물기사가 간절하게 되뇌었다는

이 한마디를 다시 한번 전해드리는 것으로 마무리를 대신합니다.

 

"한놈만 미안하다고 해라 ...한놈만..."

17.2.2 세월호 사고 3년 후

 

 

'끄적끄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름다운 마무리  (0) 2022.01.26
이순신의 바다  (0) 2022.01.18
죽음의 수용소에서  (0) 2022.01.11
데미안  (0) 2022.01.05
2021 김여사 생일  (0) 2021.1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