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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끄적

아름다운 마무리

by 머구리1 2022. 1. 26.

 

6번째 책은 법정스님의 '아름다운 마무리'다.

법정스님의 글이야 워낙 유명하니 따로 설명이 필요 없을 것이고

'무소유' 내용이 정말 와 닿아서 서너 번은 읽은 것 같다.

건성으로 읽은 건지 그렇게 마음에 와 닿던 글들 중 기억하는 내용은 또 별로 없다.

뇌세포가 많이 죽었나 보다.

'아름다운 마무리'도 예전에 한번 읽은 책이긴 하다.

읽고 책장에 두었는데 내용은 사실 기억이 없다.

이번에 책을 정리하면서 다시 읽게 되었다.

 

2008년에 초판을 발행한 책이니 벌써 12년이나 된 것 같다.

나중을 위해서 좋았던 구절들을 남긴다.

 

 

-. 노년의 아름다움이란 모든 일을 담담히 받아들이고, 남에게 양보할 수 있는 너그러움에 있다.

-. 아름다운 마무리는

    * 삶에 대해 감사하게 여기는 것.

    * 처음의 마음으로 돌아가는 것.

    * 나는 누구인가'하고 묻는 것.

    * 내려 놓은 것.

    * 비움.

    * 삶의 본질인 놀이를 회복하는 것.

    * 지금이 바로 그때임을 아는 것.

    * 용서이고, 이해이고 자비이다.

    * 자연과 대지, 태양과강. 나무와 풀을 돌아보고 내 안의 자연을 찾는 것.

    * 개체인 나를 뛰어넘어 전체를 만나는 것.

    * 차 한잔을 앞에 두고 그 향기와 맛과 빛깔을 조용히 음미하는 것.

    * 단순해 지는 것.

    * 살아온 날들에 대해 찬사를 보내는 것.

    * 언제든 떠날 채비를 갖추는 것.

    * 그러므로 아름다운 마무리는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다.

이책에 대한 요약된 해석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실천은 어렵다.

 

-. 행복할 때는 행복에 매달리지 말라.

   불행할 때는 피하려 하지 말고 그냥 받아들이라.

   그러면서 자신의 삶을 순간순간 지켜보라.

   맑은 정신으로 지켜보라.

매번 다짐하지만 잘 안 되는 생각들이다.

흘러가는 인생에 거부하지 말고 스스로의 삶을 살기가 쉽진 않다.

 

 

-. 때가 되면, 삶의 종점인 섣달 그믐날이 되면, 누구나 자신이 지녔던 것을 모두 놓아두고 가게 마련이다.

   우리는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나그네이기 때문이다.

   미리부터 이런 연습을 해 두면 떠나는 길이 훨씬 홀가분할 것이다.

반드시 해야할 공부다.

비움에 대한 공부는 누구나 해야 하지만 이것 또한 쉽지는 않다.

가족 자식들에 대한 애착이라는 지극히 인간적인 번민도 있기 때문이다.

 

-. 아니지요. 당신들은 앉아 있을 때는 서있고, 

   서 있을 때는 걷고 있고,

   걷고 있을 때는 벌써 목적지에  가 있지요.

'과속하지 않기'라는 페이지에 있는 내용인데 

사람들이 대부분 걱정을 사서 하는 이유가 이것 때문이 아닐까 한다.

 

-.누구나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들면 그런 소원을 이룰 수 있어야 한다.

  한 인간으로서 가정적인 의무나 사회적인 역할을 할 만큼 다 했으면 이제는 자기 자신을 위해

  남은 세월을 활용할 줄도 알아야 한다.

  어차피 인간사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홀로 남게 마련이다.

  이 세상에 올때도 홀로 왔듯이 언젠가는 혼자서 먼 길을 떠나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이 엄연한 삶의 길이고 덧없는 인생사다.

어쩌먄 지금의 나한테 하는 소리 같기도 하다.

가장으로서의 역할은 다 했으니 오롯이 나를 위한 시간을 만드는 것.

홀로 설 준비를 하는 것.

그리고 남은 인생을 즐기는 것.

그리고 자식들 걱정에 스트레스 받지 않는 것.

 

-.  우리가 적은 것을 바라면 적은 것으로 행복할 수 있다.

    그러니 남들이 가진 것을 다 가지려고 하면 우리 인생이 비참해진다.

    사람들은 저마다 자기 몫이 있다.

    자신의 그릇만큼 채운다.

    그리고 그 그릇에 차면 넘친다.

    자신의 처지와 분수 안에서 만족할 줄 안다면 그는 진정한 부자다.

진정한 부자란 자신의 처지에 만족하는 것이라는데 그런 이 가 얼마나 될까?

수도자가 아닌 이상 쉽지 않겠지만 노력이라도 한다면

이것또한 수도의 한 방법일 터.

 

 

-. 운문사 비로전 부처-오랫동안 가부좌로 앉아계시니 다리가 저려서 슬그머니 바른쪽 다리를

   풀어놓는 모습이  너무 인간적이어서 인자한 시골 할아버지 같다.

운문사를 두세 번 가 봤지만 보지 못한 그림이다.

역시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서 같은 그림도 다르게 보인다.

책을 읽으면서 인터넷에 검색해 본 것들이다.

비로전 부처, 개망초, 마가목, 회나무

 

-. 죽음도 미리 배워 두어야 한다.

-. 살아있는 모든 것은 때가 되면 그 생을 마감한다.

    이것은 그 누구도 어길 수 없는 생명의 질서이며 삶의 신비이다.

    만약 삶에 죽음이 없다면 삶은 그 의미를 잃게 될 것이다.

    죽음이 삶을 받쳐주기 때문이 그 삶이 빛날 수 있다.

-. 이미 사그라지는 잿불 같은 목숨인데 약물을 주사하거나 산소호흡기를 들이대어 연명의술에

    의존하는 것은 당사자에게는 커다란 고통이 될 것이다.

    한평생 험난한 길을 헤쳐 오면서 지칠 대로 지쳐 이제는 푹 쉬고 싶을 때, 흔들어 깨워

    이물질을 주입하면서 쉴 수 없도록 한다면  그것은 결코 효가 아닐 것이다.

    현대 의술로 소생이 불 가능한 경우라면 조용히

    한 생애의 막을 내리도록 거들고 지켜보는 것이 도리일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가 일찍부터 삶을 배우듯이 죽음도 미리 배워 두어야 할 것이다.

    언젠가는 우리들 자신이 맞이해야 할 엄숙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나 또한 공감하는 이것 때문에 아내와 같이 50대의 마지막 날

사전 연명치료 의향서를 제출했다.

인간답게 죽고싶은 내 마음을 미리 등록했고

자식들에게도 이야기했다.

인위적으로 나를 살리지 말라고 했다.

죽을 때가 되면 자연스럽게, 추하지 않게 죽고 싶기 때문이다.

최소한 내 죽음의 방법은 내가 결정하고 싶었다.

 

 

책을 읽으면서 숙연해지기도 하고 

이렇게 살고 싶다는 소원을 하기도 하고

스님의 삶이 부럽기도 하면서

나의 반골 기질 때문인지 또 반대의 생각도 조금은 들었다.

물론 법정스님을 좋아하고 존경하면서도 말이다.

 

 

세상 모든이가 이렇게 욕심 없이 산다면

이 세상은 어떻게 됐을까?

과연 스님이 생각하는 좋은 세상이 됐을까?

모든 이들이 욕심없이 독야청청으로 살았다면

원시적인 삶을 벗어나지 못하고

전 인류가 빈곤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며 살고 있지는 않았을까?

아마 모르긴 해도 지금처럼 풍요롭게는 살지 못했으리라.

어쩌면 세상은

욕심을 가지고 사는 사람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고 사는 사람

끊임없이 더 많은 부를 추구하는 사람들에 의해서 발전되어 왔다.

 

그들 때문에 수도자들이 맘 편하게 수도자 생활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닐까?

만일 우리나라 사람들만이 스님이 생각하는 삶을 살고

다른 나라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면 벌써 남의 나라에 먹혀서

최소한의 인간적인 삶도 못 사는 인생들이 되지 않았을까?

종교인들이 일하지 않으면서도(경제적인 활동)

맘 편하게 그들의 신을 모시고

그들이 원하는 삶을 편안하게 살 수 있는 것은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는 욕심많은 사람들이

그들에게 밥을 주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고

끊임없이 더 많은 것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꼭 나쁜 사람들은 아니라는 것이다.

 

아울러 요즘들어 스님의 부재가 많이 아쉽다.

스님이기를 포기하고

광장에서 내 주머니 채워주라고

악다구니를 부리고 있는

조계종 중놈들을 보면서

무소유를 이야기 하시던

스님의 일갈이 보고싶다.

성철스님이나 법정스님이 

요즘의 조계종 중놈들을 보며

무슨 생각을 할까?

 

 

아직 읽을 책이 제법 남았는데

둘째가 또 세권의 책을 보내왔다.

다음 책은 예전에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 있는 조지오웰의  '동물농장'이다.

20대의 동물농장과 60대에 보는 동물농장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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