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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가는 이야기

추석

by 머구리1 2022. 9. 11.

 

추석이라고 무슨 설렘이 있을 나이는 아니지만 그래도 약간의 기다림은 있다.

같은 달인데도 고향에서 보는 달은 더 밝아 보이고 더 반갑고 그렇다.

하늘을 보면서 산지가 언젠지 기억도 없지만 오늘 밤의 하늘은 아름답다.

구름에 가려 보였다 안 보였다 하는 보름달이 마치 어린 시절 숨바꼭질하던 친구들의 얼굴 같다.

 

가을이라고 들녘의 벼들도 제법 실하게 영글었다.

고개를 숙인 벼이삭들이 곧 추수를 해야 할 것 같은 모습이다.

사과밭에 홍로도 이제 가족들 먹기 위해서 남겨놓은 몇개 외에는 모두 판매를 하였다.

돈이 좀 됐으면 좋겠지만 결과는 어떤지 모른다.

부사도 이제 색깔이 들어간다.

두달 조금 안 남은 기간, 조금 더 클 것이고 조금 더 맛이 들 것이다.

그렇게 또 한해의 결실이 익어간다.

 

마당에 대추는 제법 영글어 간다.

이번에는 차례상에 올려도 될 것 같다.

아침 일찍 산소를 찾아서 차례를 올렸다.

몇 년 전부터 부모님 산소에서 차례를 올린다.

김여사의 건강이 제일 큰 이유지만 동생 식구 외에는 올 사람도 없고

또 동생도 창원에 왔다가 다시 함양을 와야하는 일이 번거롭다.

나도 어차피 산소를 들려야 하니 그냥 산소에서 지내자 했다.

산소용 제기 세트도 별도로 팔고 있다.

밥그릇 국그릇 세트와 술잔 세트 수저. 그리고 8개 정도의 제기가 세트로 되어있어서

산소에서 사용하기 편리하다.

 

요즘은 차례를 지내지 않는 집도 많다고 한다.

TV나 주변에 들어봐도 꽤 많은 사람들이 기제사는 지내지만 차례는 지내지 않는다고 한다.

상관없는 일이다.

지내든 안 지내든 본인들의 마음이 편한대로 하면 된다.

어차피 산 사람 마음 편하자고 지내는 차례고 제사다.

난 내 자식들에게 제사를 물려주고 싶은 생각이 없다.

우리 부부 제사도 못 지내게 할 것이고, 내 부모님 제사도 내 대에서만 지내고 말 것이다.

 

혹여 제사로 인해서 다툼이 생긴다면 안 지내는 것만 못하는 게 내 생각이다.

 

 

추석 뒷날

동생 친구가 따온 송이 버섯으로 잔치를 했다.

근처 산에서 따 왔다는데 제법 많다.

전에 동생과 한번 송이를 따러 가 봤는데 내 눈엔 통 보이지가 않았다.

동생이 송이를 찾아놓고 반경 3m 안에 있다고 찾아보라는데

매제 둘과 열심히 찾아봤지만 결국 못 찾았다.

아무나 쉽게 찾을 수 있는 버섯은 아니다.

올해 들어서 처음 따온 송이고 처음 먹어보는 송이다.

이 친구 덕분에 매년 송이 맛을 본다.

집에 가져갈 만도 한데 매번 동생 사과밭에서 나눠먹는다.

동생이 소고기까지 사 와서 소주 한 병을 잘 먹었다.

버섯을 잘 아는 사람들은 능이버섯을 더 쳐준다고 하는데 난 능이보다 송이가 더 낫다.

식감은 능이가 좋은데 향과 맛은 송이가 훨씬 낫다.

 

내려오는 길에 읍내에 사는 당고모의 사위가 또 능이버섯을 많이 보내왔다.

당일날 땄다는데 인편으로 보내와서 또 잘 먹었다.

확실히 능이는 식감이 좋다.

아주 부드러운 고기를 먹는 느낌이다.

약간 쓴 맛이 있긴 하지만 그것도 즐기는 사람은 또 좋아한다.

 

동생 덕분에 입이 호강한 추석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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