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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끄적

빤스

by 머구리1 2023. 10. 15.

오도재 올라 가는 길 지리산 문학관이

있는 곳은 원래 '월평분교'가 있던 곳이다.

산골에 사람이 많다보니 이 동네

애들도 많아서 가까운 이곳에 분교를 세웠다.

불행히도 난 못 다녔다.

내 한 해 후배들이 이 분교 1회다.

이 분교 옆에는 독가촌이 있었다.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서 정부에서

집을 지어준 것이다.

시멘트 블록으로 지은 열 평 정도의

작은 집이다.

그런 작은 집에서도 8명씩 살았다.

살기가 정말 팍팍한 사람들이라 그들의

삶 또한 거칠었다.

지금은 대부분 철거 되고 다시 지은 집만 두 채가 남았다.

빤쓰

자고로

여자는 빤쓰를 잘 벗어야 한다던

새터댁의 우스갯 소리는

시집와 평생을 산골짝

작은 밭이랑을 넘어서지 못한

그녀의 한탄이었다.

빤스를 잘 못 벗긴 죄로

새터양반은 평생을

산골짝 고구마밭 이랑속에서

한풀이를 당했다.

동네 사람들의 웃음 소리에

유독 쓰 에 힘을 준

새터댁의 낡은 빤쓰는

다시 돌려 입을 수도 없었다.

한 잔 술기운을 빌린

새터양반은

사내 자존심에

말대꾸라도 해 보지만

가을 바람에 힘없이 날아 가버리고

작은 웅얼거림만 남았다.

내가 벳겻냐

지가 벗었지

그래서 그랬나?

자고로

여자는 빤쓰를

잘 벗어야 한다고.

벗겼는지

벗었는지는 몰라도

수시로 뒷골 밭고랑은

시끄러웠고

새터댁이 던진 호미에

재수없는 개구리만 기겁을 했다.

 

 

23.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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