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도재 올라 가는 길 지리산 문학관이
있는 곳은 원래 '월평분교'가 있던 곳이다.
산골에 사람이 많다보니 이 동네
애들도 많아서 가까운 이곳에 분교를 세웠다.
불행히도 난 못 다녔다.
내 한 해 후배들이 이 분교 1회다.
이 분교 옆에는 독가촌이 있었다.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서 정부에서
집을 지어준 것이다.
시멘트 블록으로 지은 열 평 정도의
작은 집이다.
그런 작은 집에서도 8명씩 살았다.
살기가 정말 팍팍한 사람들이라 그들의
삶 또한 거칠었다.
지금은 대부분 철거 되고 다시 지은 집만 두 채가 남았다.
빤쓰
자고로
여자는 빤쓰를 잘 벗어야 한다던
새터댁의 우스갯 소리는
시집와 평생을 산골짝
작은 밭이랑을 넘어서지 못한
그녀의 한탄이었다.
빤스를 잘 못 벗긴 죄로
새터양반은 평생을
산골짝 고구마밭 이랑속에서
한풀이를 당했다.
동네 사람들의 웃음 소리에
유독 쓰 에 힘을 준
새터댁의 낡은 빤쓰는
다시 돌려 입을 수도 없었다.
한 잔 술기운을 빌린
새터양반은
사내 자존심에
말대꾸라도 해 보지만
가을 바람에 힘없이 날아 가버리고
작은 웅얼거림만 남았다.
내가 벳겻냐
지가 벗었지
그래서 그랬나?
자고로
여자는 빤쓰를
잘 벗어야 한다고.
벗겼는지
벗었는지는 몰라도
수시로 뒷골 밭고랑은
시끄러웠고
새터댁이 던진 호미에
재수없는 개구리만 기겁을 했다.
23.1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