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해군 하사 이야기

해군 하사 이야기 -드디어 배를 탄다

by 머구리1 2014. 6. 13.

 

본격적인 해군 생활의 시작이다.

 

지옥같은 2 해역사 대기대 생활을 끝내고,

드디어 자신들이 근무 할 배를 타러 간다.

동기 한명은 욕지도 소속인 고속정으로 발령이 나고

또 한명은 포항 소속 고속정으로 발령이 났으며,

난 울산에 있는 제비-15*이라는 고속정으로 발령이 났다.

직별이 내연사다 보니 전원 함정근무다.

 

지금은 없어진 PK라는 가장 작은 전투함을 예전에 제비라고 불렀는데

HULL NO에서 보듯이 1 단위 배로 아주 작은 전투함정이다.

2단위는 이것보다 조금 큰 기러기라고 부러던  PKM  있다.

 

고속정은 함이라고 안 부르고 정이라고 부르면서

대빵도 함장이 아니라 정장이고 부른다.

 

 

 PK(제비)다 173인것을 보며 2해역사 소속이다.

173이면 욕지도 배지 싶다.

함교에 앉은 정장을 보면 알겠지만 굉장히 작은 배다.

 

 

 

 

세 놈이 서로에게 격려의 악수 한 번을 끝으로 뿔뿔이 헤어진다.

이제 진짜 혼자다..

지금껏 혼자였던 적은 없었다.

훈련소에서는 약360명의 동기가 있었고..

종합학교에서는 40명의 직별 동기가 있었고

해역사에서는 3명의 영창 동기가 있었지만

이제 나 혼자 적응 해야 한다..

 

아마 군생활 통틀어서 제일 긴장을 많이 했던 시간이었지 싶다.

어떤 사람들이 있을지?

분위기는 어떨지?

힘들지는 않을지?

내가 잘 할수는 있을지?

 

결론은 닥치면 별거 아니라는 것이다.

함정 생활 한달만 하면 더 이상 빠져나갈 기합이 없을 정도로 다 빠진다는 거....

수병들도 두달만에 군기라는것을 장생포 앞 바다에 다 버리더라는 거...

 

 

지금은 함정이 많아져서 편제가 다 바뀌었겠지만

예전엔 2해역사 소속이 부산에 해역사 사령부와 욕지도 기지, 포항기지, 울산기지,

그리고 감포와 구룡포는 기지가 없이 임시로 사용하는  2해역사 소속이었다.

함정도 큰 배들은 다 진해 통제부 소속이고, 각 해역사에는

고속정만 있었다.

소속은 울산이지만 실제로는 나머지 기지에도 다 한번씩은 기항을 한다.

 

부산에서 울산가는 버스를 타고,

또 울산서는 장생포가는 버스를 물어물어서 타고

장생포 기지 앞에 내렸다.

정문 위병소에는 위병이 서 있는데 헌병 복장은 아니다.

 

그래도 혼이 한번 난 나는 무섭다.

 

나중에 알고 봤더니 이곳에 위병소 근무자는 방위병이더라.

 

그 위병 서는 방위는 얼마나 황당했을까?

단풍 하사도 아닌 정식 하사 계급장을 단 놈이

방위병인 자신에게 존대말을 하고 있으니...

폭력은 그렇게 사람을 바보로 만든다.

 

정문에 대기 하고 있었더니

잠시후에 고속정복을 입은 하사 한명이 온다.

아직까지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어리버리 하사다.

 

피~일 씅!

선임 인지 후임인지도 모르고 인사부터 한다.

욕하지 마라 초짜때는 다 이렇게 된다.

목포해양전문대학교를 나온 외 기수로서 나보다 선임이었다.

이분이 나를 신고를 시킬 분이다.

 

따블백만 창고에 두고 따라 오라고 한다.

보신탕집에 끌려가는 오뉴월 불독같이 끌여간다.

온몸이 긴장으로 부러질듯하다.

드디어 내가 탈 배로 가는 것이다.

 

배로 갔더니

고양이가 잡은 쥐를 바라보듯이 모든 사람들이 실실 웃으며 나만 쳐다보고 있다.

수병들은 힐끗힐끗 보면서 이번에는 어떤 또라이가 오는지 확인하는것 같다.

참고로 해군에는 육군과 달리 신임 하사와 병장간의 대립이 심하지 않다.

교육 기간이 길어서 짬밥이 많은 이유도 있지만, 업무 자체가 다르고, 대부분이 부사관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병들의 힘이 약한 이유도 있다.

그래도 선임 수병이나 고참 수병들과는 하사 선임들이 보지 않을때는

서로 반말로 지내기도 한다.

 

그런데 데려 가는 곳이 배 맨 뒷쪽 후타실이라는 곳이다.

신고식 교육을 시키는 것이다.

니미럴 또 군기를 잡나 보다.

 

어리버리한 시작과 동시에 몇대 맞고 시작한다.

이 시키들은 무조건 패 놓고 본다.

영창에서 맞은 가슴의 통증 때문에 죽을 맛이다.

 

피~일 씅!

신고 합니다.

하사 띨띨이는 1983년9월8일부로 2함대 사령부에서

제비 58로 전입을 명 받았습니다.

이에 신고 합니다.

피~일 씅!

 

이게 신고다.

간단하지....

절대 아니다..

목소리가 작다고,, 독기가 없다고,,발음이 않좋다고..헤맨다고..

이런저런 구실로 군기가 좀 잡혀야 신고 교육이 끝난다.

실제로 신고식 중 헤매면 교육 시킨 사람이 깨지기 때문에 잘 시켜야 한다.

 

이제 바짝 긴장한채 진짜 신고식을 하러간다.

그런데 실제 신고식은 허무하게도 너무 쉽게 지나간다.

끗발순으로 장교들부터 각 직별장, 그리고 교반장(생활반장) 까지는 1:1 신고를 하고

나머지 선임들은 한꺼번에 신고를 한다.

 

지금 별 두개 달고 계시는 그당시 부장님은 뭘 해봤냐고 하길래

드럼 조금 쳤다고 했더니, 바로 기관실 환풍기를 가르키면서 한번 쳐보랜다.

니미럴~~

환풍기 뚜겅에다가 덩더쿵 덩더쿵...발바닥 까지 까딱까딱...

 

신고식때는 장교들은 위로도 해주고, 또 주의할점 등도 FM대로 이야기 해주지만,

중사들은 살살 데리고 논다.

장난도 치고, 겁도 주고..

또 어떤 직별장은 소주를 주기도 한다.

하옇던 당나라 무슨 군대같다.

어리버리하게 소주 마셔 가면서 신고식을 치룬다..

웃기재????

 

실제로 나도 교반장 시절 전입온 신병에게 술을 줬다가 혼난적이 있다.

 

나중에 이야기 하겠지만 바람이 아주 많이 불면 고속정은 니나노~다

태풍이 불면 할렐루야 고.

즉 배가 작다 보니 큰 파도가 치면 못나가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의 존재 목적인 간첩선도 못 넘어온다.

 

하필 이 신병이 온날은 태풍이 부는 날이었고

정장및 주임 중사의 허락하에 우린 술을 마실수 있었다.

그때 이 신병이 전입을 왔는데,

술 잘 먹냐고 했더니 잘 먹는다고 해서

소주를 냉면 그릇에 한그릇을 부어서 줬더니(이게 댓병 반병 들어간다) 

이 시키가 숨도 안 쉬고 원샷을 해 버린다.

나도 제법 한술 했지만 이런 놈을 봤나?

 

신고식을 데리고 다녔는데 중사들이 애 술먹였다고 혼냈다.

그런데 중사들도 나중에 술취한 신병을 보고 데리고 장난도 치고 하면서 웃기만 하더라..

 

고향이 거창인 친구로, 본명이 권기호인데 우리는 꼬끼오라고 불렀고,

거의 알콜 중독 수준이었던 이 젊은 놈에게

정장님은 특별한 특혜를 주었다.

경비를 뛰러 나갈때 소주 한병을 먹어도 된다고....

이녀석은 술을 먹어야 배멀미를 안 한단다.

이 특혜는 그 이전에도 없었고 그 이후에도 없었다.

참 재미있는 친구여서 잘 지냈는데..

요즘 뭘하고 사는지...

 

보고싶다, 꼬끼오 수병

 

신고식이 끝나면 고속정복과 고속정 단화를 주는데

어느놈이 떼어 먹었는지 고속정 복은 남이 입던 헌 옷을 준다.

신발은 사이즈가 맞아야하니 새 것을 주는데

옷은 아무것이나 끼어 입으면 된다고

앞에 사람이 입던 헌 옷을 주더라..

그러다 보니 덩치가 작은 놈은 옷에 파 묻힌다..

 

이렇듯 고속정은 근무 여건은 나쁘지만 분위기는 좋다.

혹시 고속정 타는 해구니들 있는집은 위로가 되었기를.....

 

 

 

 

 

신고식 관련 에피소드 하나..

 

전입오고 한참 뒤다..

어느날 정문 위병을 서는 방위병이 새로 한명 전입을 왔다.

 

 

현역과 방위

왜 방위는 옷까지 이렇게 후줄그레한것을 입혔을까?

 

 

 

방위병 무시하지 말자.

우리나라 군대 중에서 군기가 제일 센곳이 방위병 들이다.

방위병들은 서로가 대부분 선후배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군기를 잡지 않으면, 개판이 된다.

그래서 방위병 군기는 선후배도 없을 정도로 세다..

 

귀신잡은 해병대가 있고

그 해병대를 잡는 것이 방위다.

 

보통 방우 라고 불렀는데 나중엔 단기 사병으로 바뀌었다.

이들중엔 신체 부적격자도 있지만 빽으로 방위가 된 사람도 많다.

 

또 지역에 따라서는 자신이 현역을 지원하지 않으면 방위가 되는 지역도 있었다.

예전에 진해 나 기타 해안 지역은 지원을 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방위가 된다고 했다.

 

요즘으로 치면 공익 정도 될려나?

 

선임 방위병이 신삥을 잡고 교육을 시키는데 옆에서 듣다가 웃겨 죽는줄 알았다.

방위병의 임무라는게 있더라.

 

 

                 방위의 임무

1. 나는 전시에 적 후방 깊숙이 침투하여 적의 동사무소를 점령한다.

 

2. 나는 전시에 산에 올라가 도시락을 흔들어 적의 레이더를 교란시킨다.

 

3. 나는 전시에 대량으로 적에게 투항하여 적의 군량미를 축낸다.

 

4. 나는 전시에 적 후방 깊숙이 침투하여 적의 비상소집    허위통지서를 배포시켜 적 민방위 체계를 교란 시킨다.

 

5. 나는 전시에도 오후 6시에는 칼같이 퇴근한다.

 

6.나는 적과 싸워 최대한 비긴다.

 

맨 마지막 나는 적과 싸워 최대한 비긴다에서 빵 터졌다.이기면 이기고 지면 지는 것이지 비긴다니..아~ 인간의 상상력이란....

 

 

군대에서

장교는 관품이다..

그래서 함부로 손을 대면 안 된다.

 

부사관은 비품이다.

반드시 모자라는 만큼 채워 놓아야 한다.

 

사병은 소모품이다.

있는 만큼 알아서 사용해야 한다.

 

그 사병 아래 방위가 있었다.

 

사병이 제대를 하면 전역이라고 하고

방위가 제대를 하면 소집 해제라 한다.

 

사병이 죽으면 전사라고 하고

방위가 죽으면 분실이라고 한다.

 

이걸 또 뭐라고 외우게 하는 놈이나 또 죽어라고 외우는 놈이나...역시 군대는 별천지여...

 

 

 

여보~~ 사실은 그게 아니고~~ 어떻게 된거냐 하면.......

 

 

 

 

 

돈 내고도 보는 쌈 구경

 

 

 

 

 

와~ 이런 디질뻔 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