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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가는 이야기

일상의 행복

by 머구리1 2022. 1. 13.

회사 식당에 조리하는 아주머니가 코로나 확진자가 되는 바람에

8일간 조리를 못하다 보니 방법으로 찾아낸 것이 도시락이었다.

일반 도시락은 따뜻하지 않으니 먹기가 어렵고

또 많은 한국사람들은 국 없이 밥을 못 먹으니

위 사진에 있는 도시락을 주문해서 먹는다.

매 끼니 몇천 개씩은 해야 하니 도시락 업체도 정신이 없을 것 같다.

 

방법은 간단하다.

도시락 아래쪽이 이중으로 되어있고 아래쪽에는 발열체가 들어있다.

위에 음식물을 들어내고 발열체에 물을 붓고

다시 도시락을 발열체 위에 넣으면 물이 끓으면서 위에 음식물이 데워진다.

요즘 군대 비상식량이 이와 비슷한 원리지 싶다.

문제는 물을 넣고 5분 이상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5분 정도 기다리면 밥과 국이 약간 미지근 해지고

그렇게 먹다 보면 나중에 국물이 얼마 안 남았을 때는 

입이 데일수 있을 정도로 뜨거워진다.

처음부터 따뜻한 밥을 먹으려면 10분 정도는 기다려야 한다.

그래도 위쪽은 데워지지 않지만 국물은 제법 데워진다.

 

빨리빨리가 몸에 밴 한국사람의 특성상

이 5분 이상 기다린다는 것이 참 어렵다.

음식을 앞에 놓고 기다리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것이다.

자리마다 칸막이가 설치되어 있고

옆사람과 이야기도 못하기 때문에

휴대폰을 켜놓고 기다리는 사람도 있고

그냥 눈감고 묵언수행을 하는 사람도 있고

급한 사람은 그냥 차가운 밥을 먹기도 한다.

난 한 끼만 먹으면 되지만 

삼시 세 끼를 다 회사에서 먹는 사람도 과반 이상이니

이 또한 고역이지 싶다.

누군가 불만을 이야기했는지

오늘부터는 또 빵과 음료수를 함께 준단다.

기다리는 동안에 빵이라도 먹어라고.

 

그 기다림이 싫은 많은 사람들은 컵라면으로 때우고

점심시간 식당 이용자는 많이 줄었다.

 

그동안 회사밥을 먹으면서도 당연하게 생각했는데

새삼 식당 근무자들에게 감사함을 느낀다.

회사 식당은 회사가 직접 운영하지는 않고

회사 내에 있는 새마을금고에서 운영한다.

그렇지만 음식의 질은 아주 좋다.

여기저기 출장 다니면서 조선소 밥들도 다 먹어봤지만

우리 회사 식당 밥만큼 맛있는 회사 식당은 없었다.

재료나 조리의 질이 아주 높다.

메뉴도 다양하다.

아침에 한식 배식하는 곳에서는 밥, 2가지 이상의 죽, 누룽지 까지 있고

양식은 각종 샐러드에 스파게티 빵이 있다.

점심엔 한쪽에선 매일 한식을 배식하고

다른쪽에서는 양식, 중식, 일식을 교대로 배식한다.

 

어디에나 불평 불만자는 있어서

회사 식당에 밥투정 반찬투정 하는 사람도 더러는 있다.

내가 출장 다닌곳들이 전부 대기업 사내 식당이지만

그곳들 보다 훨씬 맛있다.

웃기게도 회사 식당 맛없다고 욕하는 사람 대부분은 사실

집에서 밥 한 끼도 못 얻어 먹어서 삼시세끼 회사에서 먹는 사람들이다.

한 끼에 천 원만 본인이 부담하면 나머지는 회사에서

전액을 부담하니

많은 사람들이 삼시 세 끼를 다 회사에서 먹는다.

 

당연한 것 처럼 받아들였던 일상의 행복이었지만

감사함 모르고 먹었던 점심식사의 행복을

새삼 느끼는 요즘이다.

다음 주 화요일부터는 정상적으로 운영을 한다니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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