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끄적끄적

사계

by 머구리1 2015. 6. 10.

사계

 

빨간 꽃 노란 꽃 꽃밭 가득 피어도

하얀 나비 꽃 나비 담장위에 날아도

따스한 봄바람이 불고 또 불어도

미싱은 잘도 도네 돌아가네

 

흰구름 솜구름 탐스러운 애기구름

짧은 샤쓰 짧은 치마 뜨거운 여름

소금땀 비지땀 흐르고 또 흘러도

미싱은 잘도 도네 돌아가네

 

찬바람 소슬바람 산너머 부는

바람 간밤에 편지 한 장 적어 실어 보내고

낙엽은 떨어지고 쌓이고 또 쌓여도

미싱은 잘도 도네 돌아가네

 

흰눈이 온세상에 소복소복 쌓이면

하얀 공장 하얀 불빛 새하얀 얼굴들

우리네 청춘이 저물고 저물도록

미싱은 잘도 도네 돌아가네

 

빨간 꽃 노란 꽃 꽃밭 가득 피어도

하얀 나비 꽃 나비 담장위에 날아도

따스한 봄바람이 불고 또 불어도

미싱은 잘도 도네 돌아가네

 

 

거북이라는 그룹이 부른 사계라는 노래인데

아침에 운전중에 이노래가 나왔다.

이노래를 들어면 항상 마음 한구석이 쓰리고 눈물이 날려고 한다.

이 가사 외에 랩으로 된부분도 있지만 난 이 부분들이 좋다.

이노래를 처음 들었을때가 창원 공설운동장 보조 경기장 옆에

애들 롤러 스케이트 태워주러

가서 처음 들었는데, 눈물이 날려고 해서 혼났다.

노래가사가 너무 맘 아프고,

이노래가 롤러 스케이트장에서 나온다는것이 더 슬펐던것 같다.

 

나는 워낙 산속 골짜기에서 태어나다 보니

한마을에서 살던 내 초등학교 여자 동기들 13명중에

중학교를 진학한 친구는 단 두명 뿐이었고,

나머지는 이 노래처럼 방직공장에서 미싱을 돌리거나,

남의 집에 식모살이를 위해서

14살의 어린 나이에 다 고향을 떠났었다,

그렇게 그들은 14살에 차가운 세상 한가운데서

고단한 그들의 인생을 시작하였다.

백년전에 이야기가 아니라, 1974년도에 일이다.

 

내 세명의 여동생들도 전부,

지금은 이름이 바뀌었지만 마산에 있는 한일여자실업고등학교라는 곳을 갔다.

3교대를 하면서 일과 공부를 병행 했다고는 하지만,

그 고단한 몸으로 무슨 공부를 얼마나 하였을까?

 

논 여섯마지기가 평생의 재산이었던 아버지는

3명의 딸을 중학교는 보내셨지만 어쩔수없이

이곳에 보낼수밖에 없었다.

가난한 아버님과 어머님은 어떻게 하던지 고등학교는 시키고 싶어 하셨다.

큰딸을 이곳에 데려다주고 오신 아버님은 그날밤 울음으로 밤을 지새우셨다.

내 아버지와 어머니는 자신의 가난을 원망하며,

그렇게 두번을 더 울음으로 밤을 지새우셔야 했다.

지금이야 다들 그런대로 잘들 살고 있지만 그때 얼마나 힘들었을까?

 

이 노래를 들을때마다 힘들게 살아온 내 친구들과

또 내 여동생들

그리고 부모님 생각에 맘이 짠하다...

 

 

'끄적끄적'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5 생일  (0) 2015.08.18
아내에게  (0) 2015.08.17
세월아  (0) 2015.04.16
봄 소리  (0) 2015.04.10
신문 배달 하는 할아버지  (0) 2015.0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