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가는 이야기499 봄이 벌써 온 건가? 표충사에 간김에 혹시 친구가 있으려나 하고 전화를 해 보니 마침 친구가 와 있었다. 작년에 현대중공업에서 정년퇴직을 한 친군데 이곳에 집을 지어놓고 울산과 이곳 밀양을 왔다 갔다 하면서 부부간에 즐겁게 살고있다. 마당에 할미꽃이 지천으로 피었다. 할미꽃이 번식을 잘해서, 특별히 심지도 않았는데 여기저기 많이 퍼졌단다. 할미꽃을 옆에서 자세히 본지가 아득하다. 예전에는 햇볕 잘드는 시골 길옆이나 양지마른 산소 근처에는 할미꽃이 깔려있었다. 꽃이 예쁘고 김여사도 좋아해서 시골 길가에 있는 것을 캐어서 심어봤는데 아파트 안에서 키우는 게 어렵다. 옆에 복수초도 예쁘게 피어있었다. 복수초도 사진으로만 봤지 직접 보지는 못한 것 같다. 어쩌면 복수초인 줄 모르고 봤을 수도 있다. 친구가 직접 지은 집인데 멋지게 .. 2022. 3. 10. 그냥.... 휴일에 TV 프로그램을 보면서 갑자기 든 생각. '난 인생을 계획대로 사는가? ' '계획대로 목표대로 살아왔는가?'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아니 목표나 계획은 세웠었나? 그러고 보니 살아오면서 계획이나 뚜렷한 목표 없이 살아온 것 같다. '어떻게 살았다'보다는 '어떻게 살아졌다'라고 하는 게 더 맞을 것 같다. 우리 또래 많은 사람이 그랬겠지만 구체적으로 '뭐가 되어야겠다.' 라는 목표도 없었고, 어떻게 살아야겠다는 계획도 없이 그냥 하루하루 살아온 것 같다. 시절이 그랬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배움이나 철학의 한계일 수도 있다. 그때그때 선택이야 했겠지만 그건 계획이라기보다 여러 가지 선택지 중에 한 가지를 선택한 것일 뿐이다. 아니면 무난한 삶이 목표였을 수도 있겠다. 공고를 진학한 이유도 기술자로 .. 2022. 3. 7. 편견과 무관심 몇 달 전부터 화장실에 위에 사진에 보는 물비누가 보였다. 딸네 집에서 보던 것인데 편하다고 아내가 사놓은 것 같다. 이틀 전 비누가 잘 안 나와서 아내에게 몇 개 더 사라고 했더니 비누로 씻으면 되지 왜 그러냐고 한다. 저게 거품도 잘나고 향도 좋고 부드러워서 좋다고 했더니 저건 손 씻는 비누라서 얼굴에 씻으면 안 된단다. 손 소독제를 겸하기 때문에 얼굴을 씻으면 피부가 상할 수도 있단다. 그래서 자세히 봤더니 진짜 손을 씻는 용도였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얼굴에 상처가 생긴사람도 있었다. 난 세수는 물론 때로는 머리도 감았는데 거품이 잘 나오니 당연히 그냥 물비누라고 생각했다. 커피 믹스를 많이 마시지만 한쪽 끝에 절취선이 있다는 것을 안지도 몇 년 안 됐다. 그동안 이빨이나 가위 칼을 이용해서 뜯었었.. 2022. 3. 2. 휴일 코로나로 인해 휴일에도 집콕일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토요일과 일요일 이틀을 연속으로 TV 앞에서 발베개 껴안고 뒹굴다 보면 일요일 저녁에는 더 잠도 안 오고 나른해진다. 집앞에 태복산이란 야산이 있다. 정상까지 갔다 오면 1시간 정도 걸린다. 중간에 편백림이 있어서 여름에는 몇 시간씩 누워있다 오기도 한다. 김여사 발병 초기에는 시간만 나면 올라갔고 김여사는 매일 올라가던 곳이다. 오랜만에 태복산에나 가보자고 부부가 손잡고 나섰다. 오솔길이 정겹지만 코로나 때문인지 오가는 사람이 별로 없다. 코로나 전에는 많은 사람들이 다니던 길이다. 오랜 가뭄으로 바닥에 먼지가 많이 쌓여있다. 벤치에 누워서 앞에 편백림들을 본다. 이런 큰 나무들이 아주 많다. 누워서 하늘도 한번 쳐다보지만 숲에 가려 잘 안 보인.. 2022. 2. 26. 일상2 하현과 그믐의 중간쯤에 걸친 출근길 새벽 달이 남은 내 직장생활 만큼이나 얇다. 아쉬움 없는 인생이 어디 있으랴만 한번씩 밀려오는 후회가 아쉽다. 조금 더 참을 걸. 한번 더 생각해 볼 걸. 조금만 덜 열심히 할 걸. 다른 곳도 좀 돌아볼 걸. 오늘은 금년 두번째 월급날 갈수록 시간이 빨라지는 건 남은 시간이 아쉬워서일까? 미련 같은 건 없다고 생각했는데 더하고 싶은 생각도 없는데 한번 더 하늘을 본다 저녁에는 김여사가 광어회라도 한접시 준비 해 놓겠지? 계속해서 시간은 갈 것이고 하루는 짧아질 것이다. 그게 인간이겠지? 그게 삶이겠지? 2022. 2. 25. 코로나로 바뀌는 것들 코로나가 창궐한 지 2년이 되었다. 중국산 역병은 세상을 바꾸고 우리의 생활을 많이 바꾸었다. 코로나로 인해 바뀐 내 생활들이다. 첫 번째로 회식이 없어졌다.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회식이 많다. 동호회 동문회 동기회 향우회 회사 업무 조직 간 모임 등 회사 내에 수많은 모임이 있고 그 모임들이 주기적으로 모임을 하다 보니 어떤 때는 일주일에 5일 내내 회식이 있기도 하다. 나이가 들면서 술을 적게 마시려고는 하나 어느 모임에서는 과음으로 인해 다음날 애를 먹기도 한다. 코로나가 생기면서 이런 회식들이 다 없어졌다. 술을 안 먹으니 좋긴 하지만 그래도 허전하고 저녁 발길에 재미가 떨어졌다. 두 번째로 모임이 없어졌다. 회사밖에도 모임이 많았다. 여러 가지 모임에서 산행을 하기도 하고 어딘가 여행을 가기도 .. 2022. 2. 22. 일상 보름을 이틀 지난 아침달이 아직도 밝다. 새벽이라면 늦고 아침이라기엔 조금 빠른 시간. 내 출근 시간은 보통 6시쯤이다. 업무는 8시부터 시작이지만 아침에 차 막히는 게 싫고 여유롭게 시작하는 것이 좋아서 일찍 출근한다. 어쩌면 미리 챙겨야할 게 많던 20여 년의 보직자 시절부터 몸에 익은 습관인지도 모르겠다. 나이가 들면서 아침 잠이 없어진 탓일 수도 있다. 어쩌다 1시간쯤 늦게 출근하면 하루 종일 허둥대게 된다. 8시 다 돼서 출근하는 사람들이 사실 이해가 잘 안 됐다. 저렇게 급하게 일을 시작하면 하루종일 마음이 바쁘게 될 텐데.. 올해 들어서는 매번 1등이다. 같은 탈의실을 사용하는 사람중에 작년까지는 그래도 나보다 먼저 출근하는 사람이 서너 명 있었지만 그 사람들이 다 퇴직을 하고 나니 이제 내.. 2022. 2. 17. 지안재를 바라보며 1년 넘게 한 번도 보이지 않던 부모님이 삼일 연속으로 꿈속에 나오고 뒤숭숭한 마음을 달래고자 부모님 산소를 찾았다. 창원에서 1시간 반 정도면 갈 수 있는 거리라 마음이 뒤숭숭하거나 힘든일이 있으면 자주 찾는다. 부모님 뒤에 앉아서 지안재를 본다. 부모님들은 저 지안재를 바라보며 검은색 승용차가 한 대씩 올라올 때마다 내 아들인가 하면서 기다리진 않았을까? 어렸을 적 저 지안재에 앉아서 큰길쪽을 바라보며 장에 가신 어머니를 기다리는 장마중을 했던 곳인데 이제 저곳을 보며 부모님이 나를 기다리신다. 1월 28일에 다녀왔으니 3주밖에 안 된 시간이지만 꽤나 긴 시간인 것처럼 느껴진다. 세월의 흐름속에 지안재도 많이 변했다. 하나였던 산 가운데를 뚝 잘라서 깎아내린 다음 길을 냈고 꽤 높은 산등성이였던 곳은.. 2022. 2. 14. 이전 1 ··· 26 27 28 29 30 31 32 ··· 6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