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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가는 이야기499

먼 길 떠난 사람에게 많은 비가 쏟아지던 어제 제주에서 꽃 한 송이가 떨어졌다. 이제 겨우 마흔둘 꽃다운 나이는 아닐지라도 참 재미있게 살 나이 뭐가 그렇게 급했는지 올해 칠순잔치 열어줘야 할 아빠와 예순셋의 엄마를 남겨두고 먼길을 떠났다. 왜 하늘은 착하고 순진한 이들을 먼저 부르는가 남에게 해꼬지 한번 않고 살아온 여리디 여린 사람인데 남에게 목소리 한번 크게 내지 않은 천사 같은 사람인데. 아직도 "오빠 대게가 참 맛있어요"라던 동생의 목소리가 생생한데 돌아오지 못할 줄 알면서 떠났다. 철없는 아들 셋은 아직 실감도 못할 텐데.. 육지에서 먼 제주살이라 투병 중에도 가족들도 자주 못 보고 먹고 싶은 것도 맘대로 못 먹고 그렇게 힘들게 살다가 갔다. 요즘은 암으로 치지도 않는다는 유방암 몸조리가 잘못됐을까?? 치료가 잘못.. 2022. 4. 27.
결혼 일요일인 어제 처조카의 결혼식이 있었다. 코로나 발생 이후로 가능하면 직접 참석을 안 했는데 이번에는 그럴 수 없어서 직접 참석을 했다. 2년 동안 직접 참석한 결혼식은 둘째 처남 아들 결혼식 때 포함해서 딸랑 두 번이다. 이번에는 큰처남의 큰딸이다. 나이가 들어서도 결혼을 안 하고 계속해서 공부만 해서 부모 애를 태우더니 늦은 나이인 40에 짝을 맞췄다. 동생은 결혼해서 벌써 애가 제법 크다. 결혼식은 자꾸 간단해져 간다. 주례 없는 결혼식은 조금 더 길게 하던데 어제는 더 짧았던 것 같다. 화촉점화->신랑, 신부 입장->혼인서약->성혼선언문->신부 아버지의 덕담->축가->행진->사진 촬영 폐백도 없다 보니 아주 간단하게 끝났다. 폐백이 없으니 사진 촬영 후 바로 식사다. 세상에서 가성비로 따지면 제일.. 2022. 4. 25.
피난 살이 아들내미가 지지난 주 금요일에 집사람이 지난주 화요일에 코로나 확정 판정을 받았다. 약속한 것처럼 함양에서 따로 사는 큰딸도 일요일에 확진 판정을 받았다. 정말 조심했는데, 조심한다고 되는 것도 아닌 모양이다. 기저질환을 가진 김여사 때문에 그동안 장례식장이나 결혼식장은 일체 피했다. 그런데도 찾아온 손님을 박대할 수는 없었는지 세 식구가 사이좋게 걸렸다. 그중에도 같이 사는 난 쌩쌩하다. 나도 목이 따끔거리고 칼칼해서 세 번 정도 진단키트로 검사를 해 봤지만 그때마다 음성이었다. 지금도 목은 계속 따끔거린다. 대신 열은 없다. 환자: 비환자 비율에서 2:1로 밀리다 보니 내가 피난을 떠났다. 집에 있어봤자 방에서 나오지도 못하고 TV만 계속 볼 것 같아서 시골집을 찾았다. 마을 입구에 동생 밭에는 복숭.. 2022. 4. 18.
다 다르다 다 다르다 초등학교 일 학년 산수 시간에 선생님은 키가 작아 앞자리에 앉은 나를 꼭 찝어 물으셨다 일 더하기 일은 몇이냐? 일 더하기 일은 하나지라! 나도 모르게 대답이 튀어나왔다 뭣이여? 일 더하기 일이 둘이지 하나여? 선생의 고성에 나는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예, 제가요, 아까 학교 옴시롱 본깨요 토란 이파리에 물방울이 또르르르 굴러서요 하나의 물방울이 되던디라, 나가 봤당깨요 선생님요, 일 더하기 일은요 셋이지라 우리 누나가 시집가서 집에 왔는디라 딸을 나서 누님네가 셋이 되었는디요 아이들이 깔깔깔 웃기 시작했다 나는 처음으로 손바닥에 불이 나게 맞았다 수업시간이 끝나자마자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와 내 손바닥을 어루만졌다 어쩌까이, 많이 아프제이, 선생님이 진짜 웃긴다이 일 더하기 일이 왜 둘뿐이라.. 2022. 4. 14.
오랜만에 보는 친구들 토요일 오랜만에 친구들 모임을 가졌다. 코로나가 생기고 처음이니 2년은 훌쩍 넘었고, 그전 모임일까지 감안하면 대략 3년 만인 것 같다. 금년에 밀양에 멋진 집을 지은 친구 집에서 집들이 겸해서 얼굴 한 번 보자 했고 다행히 친구들이 모두 참석해 주었다. 울밀선(울산-밀양 자동차 전용국도) 건너에 있는 천왕산과 재약산이 마주 보이는 전망 좋은 집이다. 평생 총무겸 회장인 이 친구가 너무 알뜰해서 코로나 전에도 1년에 한 번씩 밖에 안 모이다보니 회비도 한 이천만원정 도는 모아 놓은 것 같다. 몇명 안 되는 인원에 비해 모아놓은 회비가 많고, 또 어떤 모임이던지 회비가 너무 많으면 사단이 나는 경우를 많이 봐 왔던터라 금년부터는 회비를 내지 말자 해서 지금은 회비를 내지 않는다. 이 모임을 만든 것은 내가.. 2022. 4. 11.
아침 단상 화려하던 벚꽃도 바람에 날려가고 빈자리엔 초록의 잎이 돋아나온다. 아래쪽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곳에는 곧 숭어 떼가 오겠다. 뒤쪽 색이 바뀌기 시작한 산에도 철쭉이 피었다가 질 때쯤에는 까투리와 장끼가 여나무 마리의 꺼벙이를 데리고 낮은 포복으로 빠르게 숨겠지. 아침이라 한가한 크레인도 오늘 낮에는 바쁠 것이다. 그렇게 또 한 시절이 간다. 2022. 4. 8.
고향의 봄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이 맞긴 하는데 아직까지 복숭아꽃 살구꽃은 피지 않았다. 다른 해보다 며칠은 봄이 빠른 것 같은데 아직 때가 아닌 꽃들도 있다. 지난번에 마무리 짓지 못한 마당 펜스를 마무리하려고 고향집을 찾았다. 이번에는 김여사 없이 혼자만의 홀가분한 외출이다. 진달래는 이미 만개했다. 산마다 진달래 꽃빛이 멀리서도 산을 밝게 한다. 진달래빛은 화려하다. 집 뒤에 산수유도 가득 피었다. 집 뒤에 산수유나무가 있다는 것도 몰랐는데 언제부터 여기에 있었는지... 옥상에서 보면 바로 보일 위치인데 사람의 무신경이 이렇게 눈을 가린다. 매화꽃이 여기는 이제사 핀다. 창원보다 대략 1주일 정도는 늦는 것 같다. 사과는 이제사 잎이 눈을 뜨고 있다. 한 달쯤 후에는 사과꽃을 또 솎으러 가야 할 판이다.. 2022. 4. 3.
벚꽃 오늘 아침 출근길에 보니 동쪽 하늘에 잘려진 손톱 같은 새벽달이 외롭게 떠 있는 걸 보니 음력 한 달이 다 지나가는 것 같다. 회사에 있는 벚나무도 만개를 했다. 저 사진은 최근 5년간 매년 찍은 듯하다. 올해는 날씨가 따뜻해서인지 벚꽃의 개화가 조금 빠르다. 창원 대로변에도 만개를 했고, 조금 일찍 핀 녀석들은 벌써 지고 있다. 예전 같으면 이번 주말에 군항제를 할 시기다. 올해도 코로나 때문에 군항제는 열지 않는다. 장사꾼들 입장에서야 불만이겠지만 진해나 창원 시민들은 좋아한다. 차 안 막히고, 사람이 덜하니 꽃구경 하기는 더 좋다. 지금은 진해 아니어도 벚꽃 구경할 곳은 많다. 경주, 합천,하동, 여의도, 등등.. 이름이 알려진 곳만 그렇고 각 군지역까지 하면 훨씬 더 많다. 사실 난 이게 좋게 보.. 2022. 3.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