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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기는 게 좋을 때도 있다. 드럼을 처음 배울 때 듣는 말이 있다. 합주를 할 때 실수로 쳐야 될 박자에 못 칠 경우는 표시가 안 나지만 안 쳐야 할 박자에 치면 표시가 난다는 것이다. 다른 악기와 합주를 할 때 한 박자 정도는 소리가 안 나도 표시가 안 난다. 그렇지만 치지 말아야 할 경우에 엇 박자로 소리를 내면 바로 표시가 난다. 인간사도 비슷하다. 말을 하지 않아서 후회를 하는 경우는 많이 없어도 말을 해서 후회를 하는 경우는 많다. 특히 술을 먹고 나서 쓸데없는 소리를 하고는 술 깨고 후회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어떤 약속이든 술 먹고 하지 말라고 한다. 늙을수록 입은 닫고 지갑을 열어야 하는 법이다. 그래야 사람도 따른다. 반대로 지갑은 안 열면서 입만 부지런히 여는 사람에게는 하나씩 떠나간다. 요즘 작은 시골 마을.. 2023. 5. 24.
고향친구 모임 며칠 전 토요일에 고향친구 모임이 있었다. 내게는 두개의 고향친구 모임이 있다. 매년 어린이날 근처와 가을에 모이는 같은 학년이었던 세친구 모임인 '촌삼모'와 이번에 모임을 한 또다른 고향친구 모임이다. 한 살 터울의 고향친구 아홉 명이서 하다가 작년에 한 사람이 탈퇴를 해서 여덟 부부가 모여서 모임을 하고있다. 코로나로 인해 못하다가 이 년 만에 모인 작년에는 내가 사정이 있어 못 갔고 올해는 다행히 모두가 모일 수 있었다. ​ 친구 중에는 아직 독신으로 사는 친구도 있다. 진주에 살고 있는 친군데 몸도 부실해서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 ​ 한 친구는 내 동생과도 친구다. 내 동생은 학교를 7살에 들어가고 이 친구는 아홉 살에 들어가다 보니 나이차이는 두 살인데 학교는 같이 다녔다. 더 웃기는 건 두.. 2023. 5. 24.
사과 적과 요 며칠 사과밭에서 적과 작업을 했다. 사과나무에 열매가 달리는 대로 방치하면 과일이 작아져서 상품성이 없어진다. 그래서 위에 사진과 같이 여러 개가 있는 사과 중에서 제일 튼튼한 한 개만 남기고 모두 따 내야한다. 아마 열린 열매의 90% 정도는 솎아내지 싶다. 그렇게 해도 한 나무에 백개 근처는 열린다. 저 적과 작업이 어렵다. 초짜들이 하면 아까워서 자꾸 많이 남긴다. 한 가지에 한 개만 남기고 모두 따내야 하는데 아깝다 보니 두세개를 남긴다. 가지가 가늘기 때문에 두개 이상을 남기면 나중에 가지가 끊어지기도 한다. 결국 초짜들이 남긴 것들은 다시 재작업을 해야 한다. 사람은 꼭 일등을 못해도 살아남지만 과일은 일등을 못하면 생을 마감한다. 리프트 카 위에서 본 사과밭 풍경이다. 저 위쪽 밭은 가족.. 2023. 5. 22.
유명인 그림을 그리는 당질(5촌 조카)이 있다. 서울에 살면서 작업실도 서울에 있어서 자신의 고향이긴 하지만 이곳에 올 일이 그동안 별로 없었다. 그 조카가 이곳에 작업실을 마련했다. 오도재 올라가는 길에 있는 삼봉산가든 2층을 얻어서 그동안 혼자서 열심히 보수를 하더니 어제 지인들을 초대했다. 난 초대는 받았지만 갈 생각이 없어서 금요일에 맥주만 두 박스 가져다줬다. 예술하는 사람들과 같이 한다는게 어색했고 대화의 주제나 겨기도 서로 맞지 않는 불편한 자리가 될 것 같아서였다. 그런데 조카가 어제 오후에 손님을 데리고 직접 찾아왔다. 초대한 사람들이 다 예술가들은 아니고 그냥 고등학교 은사님도 계시고 친구도 있고 하니까 꼭 참석해 주면 좋겠단다. 더불어 진주에 있는 육촌 동생들도 참석하기로 했단다. 그때 같이.. 2023. 5. 21.
비 오는 날은 막걸리 산골에 비가 내리니 세상이 쉬고 옹기종기 모여 앉아 정구지전 몇 장에 시간을 태운다. 느긋하게 살고 싶은 세상 소주는 급하니 막걸리가 제격이다. 이 시간 지리산 아래 산동네는 춥다. 5월의 끝자락이지만 비가 오면서 바람에 센 날이라 옷장 속에 패딩을 찾아 걸친다. 그래서 따뜻한 난로 옆에 막걸리가 더 그립다. 오늘 저녁에 하늘에 달이 없음은 비가 와서도 아니고 그믐이라서도 아니다. 그녀가 내 막걸리 잔에 숨어들었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 정구지찌짐에 막걸리 마시러 간다. 2023. 5. 18.
고사리 어제저녁 늦은 시간 동생에게서 전화가 왔다. 고사리 좀 꺾어 가란다. 친구네 고사리밭이 있는데 일손이 없어서 고사리 끊을 사람이 없단다. 나도 잘 아는 친구인데 학교 있는 마을 근처에서 소를 키우는 친구다. 아침 일찍 동생이 밭의 위치를 가르쳐 준 뒤 일하러 가고 아침을 먹고 혼자서 완전무장을 하고 고사리 밭으로 향한다. 동생 친구의 고사리밭이다. 여기는 밭이라기 보다는 산이다. 이 옆에 밭이 하나 더 있다. 고사리가 조금 늦었다. 벌써 몇번을 꺾은 뒤여서 늦게 나온 녀석들이라 세다. 위쪽으로만 꺽어야한다. 한 시간 정도 꺾었나? 제법 많다. 콤바인 자루로 반포대는 된다. 저곳에서 보통 두 포대 정도 꺾었다는데 위쪽만 꺾어서 인지 그렇게 많지는 않다. 그래도 저 정도면 한 근 정도는 되지 않을까 한다. .. 2023. 5. 17.
커피 며칠 전 둘째가 사 보낸 커피다. 난 사실 커피를 잘 모른다. 그러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일행과 카페를 갈 때는 항상 아메리카노다. 내가 아메리카노를 특별히 좋아해서가 아니라 아는 게 아메리타노 밖에 없기 때문이다. 몇 년 전 친구들 무주 부부동반 모임에서 처음 라떼를 먹어보고는 그 뒤로 가끔 라떼도 주문한다. 그러다 우연히 찾은 것이 헤이즐넛이다. 어디선가 얻어 먹었는데 그 향이 참 좋았다. 무슨 커피인지도 모르고 있다가 생각나서 물어봤더니 헤이즐넛이란다. 시골에 올 때 김여사는 내려먹는 커피세트와 가루 커피 한 봉지를 사줬다. 믹서 커피 마시지 말고, 이것 먹으란다. 진한 아메리카노도 한 병 사서 보냈다. 병에 든 것인데 물에다가 조금씩 타서 먹으면 된다. 그런데 영 내 입맛이 아니다. 촌스런 내 입.. 2023. 5. 16.
마지막 연말정산 직장인들은 매년 1월에 전년도 소득에 대한 연말정산을 한다. 이유는 모르겠는데 퇴직자들의 경우는 1월이 아닌 5월에 종합소득세 신고를 하여야 한다. 작년도 종합소득세 신고를 하기 위하여 지난주 창원에 내려갔다. 오랜만에 내려가면 바쁘다. 가자마자 두 군데 병원을 들렸다. 요즘 계속해서 엉치뼈 근처가 아파서 통증의학과에 먼저 들렸다. 소답동에 정 의원이라는 곳인데 이곳이 근육통은 잘 낮게 한다. 무슨 주사인지는 모르지만 웬만큼 아파도 주사 한 번 맞고 나면 대부분의 통증이 사라진다. 한 번의 주사지만 여러 주위에 놓는다. 이번에도 여섯 곳인지 여덟 곳인지에 주사를 맞았다. 이 병원은 "내일 다시 오세요" 이런 것도 없다. 계속 아프면 오고, 안 아프면 오지 말란다. 안 아파서 안 갔는데 3일 정도 지나니 .. 2023. 5.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