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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제 요즘은 하루 코스가 정해져있다. 오전에 한의원 치료 받고 마을 주변 걷기 한 시간 정도. 같은 길을 매일 걷다보니 안 보이던 것들도 새롭게 보인다. ​ 길가에 찾는이 없는 무덤이 보였다. 그 무덤 뒤 이름 모르는 꽃이 너무 맑다.​ ​ ​ ​ ​ 아스팔트 길 옆 바쁘게 지나가는 자동차들 비켜 누운 무덤 하나 찾는 이 사라진지 오랜 듯 봉분이 반은 내려 앉았다. ​ 봉분 뒷쪽 이름 모르는 가을 꽃이 망자의 외로움을 지켜준다. 사연 없는 인생 없을 터 이 분의 인생은 몇 권의 책일까? ​ 산자와 죽은자의 그리움이 다르듯 산자와 죽은자의 시간도 다르다. 23.10.13 2023. 10. 15.
산골 사는 재미 작년에 귀향한 친구 형님이 있다. 내 허리가 아픈 이유이기도 한 형님이다. ​ 형님 역시 허리가 시원찮아서 고생중이다. 그래서 허리에 좋다는 황토방을 욕심내고 있었다. ​ 지난번 촌삼모(촌놈 삼총사) 모임을 할 때 친구 부부와 형님집을 갔을 때 형님이 그 이야기를 꺼냈고, 친구가 돈 줄테니 지으라고 했다. 사실 형님의 집도 친구가 지원해 준 돈으로 지었다. ​ 한달 전부터 공사를 시작했는데 이제 어느 정도 모양을 갖췄다. 외부는 웬만큼 됐고 안에는 바닥 구둘과 황토를 깔아서 다졌고 바닥을 말리기 위한 불 때기가 4일째 계속 중이다. 저 끝에 파란색 지붕이 황토방이다. ​ 어제 늦은 오후 아궁이 불 구경 갔다가 갑자기 든 생각. 불이 아까웠다. ​ "형님 삼겹살 꿉시다" 즉시 삼겹살 사러 읍내에 나간다. .. 2023. 10. 15.
구의 증명-최진영 둘째가 또 책을 보내왔다. 이번에는 자그만치 다섯 권이다. 작년 일 년은 둘째 덕분에 매주 1권씩의 책은 읽었다. 올해는 좀 뜸하다가 요즘 다시 책을 읽기 시작했다.​ ​ 구의증명-최진영 비가 오면 열리는 상점-유영광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무라카미 하루키 촉진하는 밤-김소연 시집 모든 용서는 아름다운가 -시몬 비젠탈 ​ 모두 처음 접하는 작가다. 그중에서 제일 얇아보이는 '구의 증명'을 먼저 들었다. 오늘 오후에 배달이 왔는데 한숨에 다 읽었다. 많이 어두운 소설인데도 재미있다. 중간을 읽을 때까지 담과 구, 그리고 화자 세사람의 이야기인줄 알았다. 그래서 한참 헛갈렸다. 게이? 레즈비언? 양성애자? 중간쯤 읽었을 때 전혀 엉뚱한 생각임을 알았고 담과 구, 두사람의 이야기인 것을 알았다. ​ 슬프고 어.. 2023. 10. 15.
무제 아침마다 보이는 해 돋는 자리가 세월에 밀려 실금설금 남쪽으로 가더니 저녁 바람이 가을이란다. ​ 느낄 수 조차 없던 시간의 흐름은 찰라의 순간이라 삶도 이제 뉘엿뉘엿 서산에 해처럼 걸렸다. ​ 그렇게 덧 없음이 인생이거늘 뭘 더 얻겠다고 아웅다웅인가. ​ 뒷산에 으름은 벌써 속살을 내 보인다. ​ 2023. 10. 11.
밤으로 본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어제 운동길에 길바닥에 뒹구는 밤을 보면서 든 생각이다. 그냥 단순한 생각이니 그냥 웃어넘기길.. ​ 사회주의​ ​ 골고루 잘 살자. 그런줄 알았다. ​ 현실은 골고루 못산다. 그게 끝인 줄 알았다. ​ 한놈은 엄청 잘 산다. 아니 한 놈만 엄청 잘 산다. ​ 그런데도 그들은 천국에서 사는 줄 안다. 다른 세상이 안 보이기 때문이다. ​ ​ 자본주의​ ​ 능력껏 잘 살자 억수로 부자로 사는 놈 중간쯤 부자로 사는 놈 가난한 놈 골고루 있다.​​ ​ 그러다보니 어느 구석에는 병들어 죽어가는이도 있다.​​ ​ 굶어 죽는 사람도 있고​​ ​ ​ 남의 피 빠는 놈은 여기도 있다.​​ ​ 스스로 지옥이란다. 헬조선이란다. ​ 희한하다 굶어죽는 북조선은 천국이라 하는데 먹을 것이 넘쳐나는 이곳은 지옥이란다. ​ ​.. 2023. 10. 11.
그 녀석 참 화단에 날아든 코스모스 씨앗이 있었는지 어느날 부터 코스모스가 자라기 시작했다. 가을 장마를 지나도 꽃은 피지도 않으면서 키만 자꾸 커길래 옆에 사과씨나 잘 커라고 뽑아서 마당 끝에 버렸다. 어제 낮에 보니 꽃을 피웠다.​​ ​ ​ 그녀석 참 ​ 꽃 못 피운다고 좁은 땅 자리 크다고 심은 적 없다고 네 주인아닌 땅 주인은 뿌리채 뽑아서 마당 끝 풀섭에 던지더라. ​ 코스모슨데. 좀 더 기다리면 꽃도 피우고 씨도 매달건데 인간은 그새를 못 참는다. ​ 그 천대에도 하얀 뿌리 하늘보고 가을 풀밭에 누워 파란 하늘 향해 웃는 얼굴을 피웠다. ​ 어디 세상에 억울한 이가 너 뿐이랴 어디 세상에 천대받는 이가 너 하나 뿐이랴 세상이 그런 것을 억울함일랑 예쁜 꽃잎에 날리고 네 씨를 내려라. 언제나 그랬듯이. 23.. 2023. 10. 11.
산골 고향 마을 내 고향의 주소는 경상남도 함양군 휴천면 월평리다. 지리산 아래 산골짜기로 4 개의 마을로 이루어져 있다. ​ 내가 살고있는 '월평'이 본 마을이고 오도재 아래 '행정'이라는 마을과 지안재 있는 곳에 있는 '놋점' 월평 저수지가 있는 '사구' 라는 곳까지 해서 총 4 개 마을이다. ​ 마을 이름도 박통 시절 행정 편의화화 정책에 의해 한자로 바꾼 것이 현재의 이름이고 예전에 부르던 순 우리말 이름은 월비, 살구지, 노쫑골, 사구실이다. ​ 이 월평 마을도 전에는 제법 컸다. 국민학교 시절 60가구가 넘게 살았다. 한집에 최소 다섯 명은 넘었을테니 인구가 300~400 명은 넘었다. ​ 지금은 숨쉬는 사람 다 세어도 스무명 될까말까다. 시골지역 인구 감소가 제대로 실감나는 동네다. 우리 마을에는 감나무가 .. 2023. 10. 11.
가을 단상 오늘 아침 산골의 기온은 8도 까지 내려갔다. 내일은 더 내려간단다. ​ 열매를 빼앗긴 대추나무는 시름에 잠겼다. ​ 누군가 뱉은 수박씨는 가리늦게사 꽃을 피웠다. ​ 꽃은 지고 열매만 남은 봉숭아. ​ 이 수국은 결국 꽃을 피우지 못했다. ​ 지붕과 체리나무 사이에 그물을 친 거미는 한가로이 낚시 중이다. ​ 호두 열매는 땅바닥을 구르는데 줏어 가는 이가 없다. ​ 상갑이네 돌배도 열매가 무겁다. ​ 들국화 한 포기가 꽃을 피우려 한다. ​ 제철 만난 구절초는 길가를 가득 메웠다. ​ 개쑷골 다리 아래 핸드볼 공만하던 말벌집은 농구공보다 더 커졌다. ​ 지안재 삼거리 모과는 잎이 지고 열매만 대롱대롱. ​ 아주까리 바람에 날려 들깨 위에 눕다. ​ 빈집은 가을에 더 을씨년스럽다. ​ 봄에 피어야 할 이.. 2023. 10. 11.
박용래 시전집 박용래 시인은 1925년 생이다. 1980년에 돌아가셨으니 60을 못 살고 떠나셨다. ​ 살아있다면 우리나라 나이로 99 세니 내 아버지 보다도 나이가 많다. 그래서인지 시가 어렵다. 살아가는 환경이 다르다 보니 이해가 잘 안가고 시어가 어려운 것들도 있다. ​ 감상평이랄 것 까지도 없어서 그냥 책에 있는 시을 올려본다. ​ ​ 코스모스 ​ 곡마단이 걷어간 허전한 자리는 코스모스의 지역 ​ 코스모스 먼 아라스카의 햇빛처럼 그렇게 슬픈 언저리를 에워 가는 ​ 참으로 내 부르고 싶었던 노래. ​ 코스모스 또 영 돌아오잖는 소녀의 지문 ​ ​ ​ 풀각씨 ​ 겨우내 길섶에서 사뭇 치웠구나 옷깃을 여며 여며 살았구나 우리들 풀각씨야 ​ 지금은 양지마다 흙을 뚫고 새싹들의 가지마다 태양을 향하여 새잎들의 한아름 염.. 2023. 10.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