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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가는 이야기499

사과밭 창고 설치 은은하게 들려오는 어니언스와 은희의 음악이 참 좋다. '저 별과 달을' '작은 새' '꽃반지 끼고' '학창 시절' ' 가을밤' 아침 식사 후 믹스 커피 한잔을 마시면서 이만한 호사도 드물겠지 생각해 본다. 고향집에 살림 좀 옮기고 집도 정리하면서 사흘만 자고 가자던 계획이 늘어져서 벌써 열흘이 넘었다. 시험 삼아 택배도 두어 번 시켜봤는데 잘 온다. 물론 도시보다 하루이틀 느리긴 하지만 배달이 된다는 게 어딘가? 너무 빨리 익숙해져도 안 되는데... 어제는 하루종일 사과밭에서 동생일을 도왔다. 시원찮은 보조라 별 도움은 안 됐겠지만 동생을 위해서 뭘 할 수 있다는 게 좋다. 덕분에 오늘도 허리가 시큰거린다. 컨테이너 박스라고 부르는 사과 수확용 노란 플라스틱을 보관하기 위한 창고를 만들었다. 그동안은 지.. 2023. 2. 13.
폭설 일기예보에는 말이 없었다. 그냥 예보상에 비가 오거나 약간의 눈이 온다는 정도였다. 그러나 산골의 날씨는 기상대 바램처럼 안 된다. 우리 마을은 애당초 눈이 많이 오는 곳이다. 함양읍에 눈이 안 와도 우리동네는 온다. 지리산 줄기인 까닥이다. ​ 어제 저녁 10시쯤부터 시작됐지 싶다. 11시쯤 돼서는 점점 더 많아진다. 이미 바닥에 많이 쌓였는데도 그칠 생각이 없어 보인다. ​ 결국 새벽 5시까지 눈이 쏟아졌다. 대략 20cm 정도다. 반대편 집에는 약 30cm 정도였다고 한다. 올 겨울 들어서 제일 많이 왔단다. 저녁 11시쯤 동생에게서 전화가 왔다. 차양에 눈이 쌓이면 차양이 무너질 수 있으니 눈을 제거하란다. 몇 년 전 우습게 알았던 쌓인 눈 때문에 다 키운 사과나무 100여 그루를 부르뜨렸다. 가.. 2023. 2. 10.
동네 주변 마실 오늘은 동네 주변 마실을 다녀왔다. 그래봐야 걸어서 한시간 남짓 거리다. ​ 삼봉산 민박 조금 못가서 보면 오른쪽으로 아래 간판이 보인다. 예전 이름으로 노쫑골로 부르다가 박통시절 행정편의화에 의해 한자표기가 가능한 놋점으로 바뀌었다. 지금은 타지에서 온 분이 저 뒤쪽 땅을 많이 사서 오토캠핑장으로 사용하고 있었고, 지금도 확장공사가 계속되고 있다. ​ 계곡이 있는 것도 아니고 유명 관광지가 있는 것도 아니어서 손님이 없을 것 같은데 손님이 꽤 있단다. 아래쪽 소나무는 베지 않고 둔 것이 일부러 조경용 소나무를 심은것 처럼 멋지다. 뒤쪽에도 엄청많이 산을 밀어놨던데 다른 사업계획이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 ​ 캠핑장 조금 위쪽에 있는 전원주택 단지다. 논과 산이었던 곳인데 여기도 누군가가 투자를 한 .. 2023. 2. 9.
벌써 냉이가 동생 사방댐 공사할 곳에 다녀오다가 길가 밭에 있는 냉이 몇뿌리가 눈에띈다. 광대나물도 조금씩 올라오고 있어서 일주일쯤 후에는 나물로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냉이나물이어서 캐다가 무쳐봤다. ​ 맛이 기가 막힌다. 점심에 다른 반찬 꺼낼 필요도 없이 이것 하나로 다 먹었다. 조금 더 캐올걸 그랬나? ​ 김여사가 청승이라고 잔소리 하지 않을려나... 2023. 2. 9.
삼봉산 민박 함양방향 오도재 아래 오르막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지점에 삼봉산 민박집이 있다. 내가 있는 마을에서는 걸어서 20분 정도의 거리다. 서울에서 그림을 그리는 조카가 작년 가을부터 이곳에 머물고 있다. 사는 것은 아니고 작업실 겸 휴식처 겸 해서 있는 모양이다. 엊그제 이곳을 가 봤더니 예전과는 조금 달라져 있었다. 이 집을 지은 지가 20 년이 넘었고 집을 지은 분은 이미 돌아가셨다. 내 부모님이 살아계실적부터 집을 지어서 일철에는 아버지와 내려가서 쉬다 오기도 하고 막걸리를 한잔씩 하기도 했다. 입구에 있는 간판이다. 민박집으로 간판이 되어있지만 민박은 하지 않는다. 지금은 사촌누나의 딸이 임시로 임대를 해서 별장처럼 사용하고 있단다. 간판을 지나면 내려가는 입구다. 경사가 너무 심해서 일반 승용차는 올.. 2023. 2. 8.
여유 시골에 온 지 5일째다. 노는 것은 같은데 창원에서 보다 많이 여유롭다. 지겹지도 않고 나갈 곳도 많다. 심심하면 드럼도 두드렸다가 기타도 튕기다가 그것도 귀찮으면 누워서 네플릭스나 유튜브를 봐도 뭐라 할 사람이 없다. 전기 압력밥솥이 정말 성능이 좋다. 자취경력이 상당하니 밥 걱정은 안 했지만 전기밥솥의 밥짓는 솜씨는 기가 막힌다. 쌀을 불리지 않고 바로 하는데도 적당한 찰기에 질지도 되지도 않게 잘 된다. 혼자서 먹는 밥이 썰렁하기는 하지만 누리는 자유에 비하면 이 또한 감당할 만하다. 혼자 먹으니 이것저것 낼 필요도 없이 국 하나에 먹을 반찬 두어가지만 꺼내면 되니 설거지도 몇 개 안 된다. 단지 이놈의 인덕션이 아직 익숙지 않아서 가끔 돋보기안경을 쓰고 글자를 읽어야 한다. 보일러 기름도 꽤나 들.. 2023. 2. 7.
정월 대보름 마을 앞산을 넘어오는 대보름 달이 환하다. 이제껏 코로나로 인해 못하게 했던 달집 태우기 행사를 각 지역마다 했단다. 나도 구경을 갈까 했는데 그 시간에 때맞춰 찾아온 손님 때문에 못 갔다. 서울에서 그림을 그리는 당조카가 이곳에 작업실을 차려서 그림을 그리고 있는데 오늘 오전에 운동삼아 나갔던 나들이길에 만났는데 오늘 집으로 찾아왔다. 내일은 내가 찾아가 봐야겠다. 어렸을 적 달집 태우기가 생각난다. 그 시절에는 마을에 젊은 장정들이 많아서 달집도 크게 짓고 마을의 큰 행사가 되었다. 보름이 지나도 연을 날리면 게으름뱅이라고 해서 보름날은 연을 날려서 실을 끊어서 날려 보냈다. 달집 태운 불에 콩을 볶아 먹으면 부스럼이 안 생긴다 해서 콩을 볶아 먹는데 쇠로 만든 도구가 귀하다 보니 숯불을 넣어서 사용.. 2023. 2. 5.
인연 블로그를 하면서 특별히 인연을 만들어가지는 않았다. 블로그를 하는 목적이 사람마다 다 다르겠지만 난 기록의 목적이 제일 컸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고향에 한 분을 알게 되었다. 그냥 내 고향마을에서 산 하나만 넘으면 되는 곳이라 관심이 더 갔던 것 같다. 블로그 글을 읽어면서 조금씩 더 가까워져 갔다. 알고보기 내 초등학교 10년 선배님이었고 시골집 바로 앞집에 살던 당고모님과 친구사이였다. 일흔이 훨씬 넘은 지금까지도 국민학교 동기 모임을 하고 있단다. 블로그를 보면서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당시 산골의 사람들 특히 딸들의 경우 대부분이 그랬겠지만 국민학교 졸업이 최종학력이신 분이다. 그런데도 글을 보면 연륜이 묻어난다. 더러는 맞춤법도 틀리긴 하지만 그게 오히려 더 와닿는다. 반들반들 흠집.. 2023. 2.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