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살아 가는 이야기499

배내골 지난주 토요일 3년간 코로나로 인해 못 모였던 고향 친구들의 모임이 배내골에서 있었다. 연락이 되는 한 살 차이 소띠와 범띠의 남자 고향 친구들 아홉명이 모임을 만들었다. 내가 군대있던 시기니 대략 80년대 중반쯤 일 것이다. 시골이다 보니 학교를 늦게 간 친구도 있고, 주민등록이 늦게 되어있는 친구도 있고 해서 관계가 이상한 친구도 있다. 한 친구는 내 친구이면서 동생 친구이기도 하다. 내 동생은 일곱 살에 입학을 하고 이 친구는 아홉 살에 입학을 했다. 나이 차이는 두 살이 나지만 초등학교 동기다 보니 서로 친구가 되었고 모임의 친구들 대부분이 나보다 한 학년 아래다 보니 또 이 친구와는 학교는 일년 선후배지만 나이가 같아서 친구다. 해서 이친구 결혼식 때는 나와 내 동생이 같이 우인 대표로 참석하기.. 2022. 9. 21.
부부간의 믿음 6촌 동생의 소개로 만난지 28일 만에 한 결혼식은 우리 부부의 4번째 만남이었다. 예전말로 손 한번 못 잡아보고 결혼을 했다. 조선시대나 구한말이 아니라 대한민국에서 올림픽이 열렸던 쌍팔년도의 일이다. 신혼 생활의 궁핍함이야 뻔했다. 직업군인으로 번 얼마 되지도 않은 돈은 동생의 치료비로 이미 다 들어갔고 대기업이라는 하지만 그 당시 대기업이라고 요즘처럼 특별히 월급이 많지는 않아서 취직한 지 일 년도 안 된 회사원인 나의 재산은 백만 원이 안 됐다. 급하게 서둔 결혼의 책임감 때문인지 부모님은 어떻게 돈을 마련해서 400만 원짜리 단칸방을 얻어주셨다. 그 한칸짜리 단칸방에서 3년을 살았다. 결혼 후 우리 부부는 암묵적으로 동의한 것이 있었다. 무슨 각서를 쓰고, 손가락을 걸고 한 약속은 아니었고, 그.. 2022. 9. 19.
늙어가는 것들 주인을 따라서 살림살이들이 하나씩 고장이 나기 시작한다. 내가 늙어가듯 살림살이들도 조금씩 늙고 있었나 보다. 추석 며칠 전날, 아침까지 잘 되던 냉장고가 국밥 한 그릇 먹고 오니 갑자기 안된다. 추석이라고 음식은 잔뜩 들어있어서, 삼성전자 서비스에 AS신청을 하니 다음 주 목요일이나 돼야 된단다. 니미럴 다음 주 목요일이면 추석을 지나서고 열흘이나 냉장고 없이 살아야 한다. 냉장고 나이도 있고 하니 그냥 새것으로 바꾸자 했다. 아마 10년은 넘었지 싶다. 요즘 가전제품은 수명이 그렇게 길지 못하다. 휴대폰도 2년 정도면 바꿔야 하고, 길게 써도 5년을 못쓴다. 이번엔 삼성이 아닌 LG로 바꿨다. 내 생각에 컴퓨터와 휴대폰은 삼성이 좋지만 가전은 LG다. 집에 TV도 삼성과 LG를 같이 사용하는데 구형이.. 2022. 9. 15.
산삼 축제 추석날 아내와 함양읍에 산삼축제 구경을 나갔다. 축제의 주요 무대가 상림숲 근처라 오도재 아래 내 고향마을에서는 대략 10km정도의 멀지 않은 거리다. 예전에는 천령문화제라 불렀다. 그러던 것이 중간에 물레방아 축제로 불렀다가 산삼축제로 바뀌었다. 함양에 산양삼 재배를 많이 하니 지역 특색을 살린다고 이름을 바꾼 모양이다. 이름은 산삼축제지만 특별히 산삼축제라고 보일만한 것은 별로 없다. 산양삼 판매장이 한 곳 있고, 또 산양삼 찾기 이벤트를 한다는 것 빼고는 일반적인 지방의 축제와 다른 것이 없다. 초청가수들을 부르고, 품바공연이 있고 대부분의 공간은 장사꾼들의 장소다. 그중에서도 먹는 장사꾼들이 으뜸으로 많다. 느낀 몇가지 문제점을 적어본다. 첫째로 너무 장사꾼 위주다. 산삼축제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 2022. 9. 14.
추석 추석이라고 무슨 설렘이 있을 나이는 아니지만 그래도 약간의 기다림은 있다. 같은 달인데도 고향에서 보는 달은 더 밝아 보이고 더 반갑고 그렇다. 하늘을 보면서 산지가 언젠지 기억도 없지만 오늘 밤의 하늘은 아름답다. 구름에 가려 보였다 안 보였다 하는 보름달이 마치 어린 시절 숨바꼭질하던 친구들의 얼굴 같다. 가을이라고 들녘의 벼들도 제법 실하게 영글었다. 고개를 숙인 벼이삭들이 곧 추수를 해야 할 것 같은 모습이다. 사과밭에 홍로도 이제 가족들 먹기 위해서 남겨놓은 몇개 외에는 모두 판매를 하였다. 돈이 좀 됐으면 좋겠지만 결과는 어떤지 모른다. 부사도 이제 색깔이 들어간다. 두달 조금 안 남은 기간, 조금 더 클 것이고 조금 더 맛이 들 것이다. 그렇게 또 한해의 결실이 익어간다. 마당에 대추는 제법.. 2022. 9. 11.
추석 달 오랜만에 달을 본다. 하루에 한번은 하늘을 보자 하였지만, 바쁜일도 없으면서 그럴 여유는 없었다. 추석쇠러 온 고향집 앞마당에 서서야 하늘을 본다. 구름을 뚫고 나오는 오랜만에 보는 환하게 밝은 둥근달. 이렇게 여유롭게 달을 본 게 언제쯤인지 기억이 감감하다. 빌어볼 소원도 짜달시리 없을 나이지만 어줍잖게 이 나라의 앞날도 걱정해보고 가족들의 건강도 원해본다. 추석은 그리고 가을은 세상을 여유롭게 한다. 2022. 9. 10.
이정록 시인 어제 저녁 고향 친구들의 단톡방에 한 친구가 올린 글이 있었다. 이정록 시인의 '참 빨랐지 그양반'이라는 시다. 시가 요즘 세태하고 맞지는 않지만 웃기기도 하고 서글프기도 하고, 슬픔뒤에 해학도 있는 듯하다. 처음 들어보는 이름의 시인인데 시가 참 좋아서 아침에 인터넷 서핑을 해 봤다. 1964년 생으로 여류 시인이란다. 인터넷에서 몇편의 시를 읽어 봤는데 시간 재미있다. 직접적이다. 이해를 하기 위해서 많은 생각을 할 필요가 없다. 조만간에 시인의 시집을 사지 싶다. ​ ​ '참 빨랐지 그양반' ​ 참 빨랐지! 그 양반! 신랑이라고 거드는 게 아녀 그 양반 빠른 거야 근동 사람이 다 알았지 면내에서 오토바이도 그중 먼저 샀고 달리기를 잘해서 군수한테 송아지도 탔으니까. 죽는 거까지 남보다 앞선 게 섭섭.. 2022. 9. 8.
내 동생은 부처다. 며칠 전 동생 앞으로 되어있던 시골집을 아내 앞으로 이전하였다. 귀향을 위한 사전 준비 중 하나다. 20년 전 고향집을 지을 때 난 돈만 조금 보탰고 거의 대부분 동생이 지었다. 그래서인지 부모님은 생전에 이 집은 둘째 아들을 주고 싶어 하셨다.. 난 재작년까지만 해도 이 집에 들어올 생각이 없었다. 오도재 올라가는 길에 부모님께 물려받은 땅이 있어서 그곳에 집을 지을 생각이었고, 대략 육백 평 정도의 땅으로 집 한 채 짓고 텃밭 정도 가꾸면서 살기엔 최적의 장소기도 했다. 지안재 지나서 오도재 올라가는 길 '거북쉼터' 바로 뒤쪽 땅이 그 땅이다. 재작년 인가 여름휴가 한날 거북쉼터에서 커피 한잔 마시면서 꽤 긴 시간을 보낸 적이 있는데 그때 생각을 달리하게 됐다. 끊임없이 올라가는 오토바이 부대의 굉음.. 2022. 9. 7.